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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n 23. 2024

회사 소개 사이트를 만들게 된 이유

PLACE202 사이트를 오픈하며

어렸을 때부터 사이트를 참 많이 만들었다. 중고등학생 때 유행하던 개인 홈페이지부터 시작해서 플스 게임 커뮤니티, 만화책 커뮤니티, 중고 DVD 쇼핑몰, 영어 학습 사이트, 워드프레스 개인 블로그까지. 이후 SNS의 시대가 된 이후에는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봇도 만들었었고, 앱 개발을 공부한 이후에는 개인 앱도 5개 이상 만들었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만든 결과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봇, 앱 1개가 남아있다.


남아있는 것도 업데이트가 뜸해졌고, 대부분의 것들은 스크린샷조차 남아있지 않다.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만들고 운영했었는데, 이제는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단 사실이 조금 허탈하기도 하다. 특히, 커뮤니티를 운영했을 때는 랜선 친구들에게 친밀감도 적지 않게 느꼈는데, 이젠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많이 아쉽다.


커뮤니티를 아껴줬던 사람들이 어쩌다 커뮤니티를 떠올렸을 때, “지금은 커뮤니티가 없어졌지만, 요즘은 이런 일을 하고 있어” 라고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러면 내가 만든 것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아니, 사업자를 만들었으니 우리 부부가 만든 것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 회사의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늪에 빠진 것도 이 때였다. 2021년의 일이었다.


그동안 무슨 일을 했고,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드는데 3년이나 걸렸다는게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다. 새로운 시작에 거리낌이 없는 편인데, 마지막으로 내 사이트를 만들었던건 10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그 사이에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는게 많아졌고, 이게 더 발목을 잡았다. 아는게 많아졌으면 실행력이 올라야 하는데, 그 반대였다. “이렇게 허접하게 만들 수는 없지”, “예전에 내가 만든 것보다 뭐라도 더 나아져야지” 등 겉으로는 티도 안 나는 일에 얽매였다. 이 분야의 발전 속도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인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압박과 욕심에 계속해서 일이 지연되었다.


오랜 시간 여러 차례 뒤집으면서 이 사이트의 역할은 3가지로 규정지었다. 아카이브, 쇼룸, 그리고 인프라.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아카이브),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쇼룸), 그리고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겼을 때 기초 작업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인프라)이다. 각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는 키워드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아카이브. 대부분의 자료를 찾아보기 힘든 플스 게임 커뮤니티 GMZone, 만화책 커뮤니티 코믹시스트, 영어 학습 사이트 Avi Lang 에 대한 아카이브 역할은 못하지만, 아내와 내가 같이 했던 일들은 이번 기회에 다 정리를 했다. 여기 브런치에도 남겨두었던 독립 출판물 정보, 영화를 보고 남긴 그림은 꼼꼼히 정리해두었다.


쇼룸. 출산 이후 중단됐다가 다시 꾸준히 연재되고 있는 시모의 인스타툰, 오랜 시간 매일 업데이트 하고 있는 일본어 뉴스 콘텐츠,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 정보 등은 각자의 채널에도 업데이트되지만, 사이트에서도 동일하게 업데이트 되도록 작업하였다.


인프라. 여전히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하면 재밌겠는데?” 라는 생각이 “아유 일이 너무 커진다”며 바로 꺾이지 않도록, 크게 일을 벌이지 않고도 빠르게 시작해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궁극적으로는 앱으로 연결되도록 만들고 싶지만,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기엔 웹이 훨씬 적합하다. 유입자들을 대상으로 그 역할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별 일이 아닌데 참 오래도 걸렸다. 많은 고민 끝에 나온 사이트가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고민한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잘 관리되길 바란다. 내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메이커의 삶을 계속한다면 이 사이트도 계속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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