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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영 Mar 25. 2023

네덜란드 집 구하기(3) - 사기 당하지 않으려면


집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닥재가 갖추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없을 수도 있다!


집에 가구가 없을 수는 있어도 바닥재나 부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가능하다.


Shell이란 말 그대로 껍데기만 있는 집이 꽤 있다. 이 경우 바닥재도 조명도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세입자가 타일 등을 직접 깔아야 되고, 조명도 연결선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알아서 구입하여 달아야 한다. 아 참, 부엌도 없을 수 있다. 신규 분양하는 곳도 shell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세입자가 모든 것을 자기 취향대로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이런 집에서 이사를 나가는 경우, 전 세입자는 바닥재와 조명을 다 떼어가서 본인이 입주할 새 집을 다시 인테리어 한다고 한다.


Upholstered의 경우 그나마 바닥재, 조명, 부엌 자재, 커튼 등은 있다. 사실 upholstered라는 단어는 처음 접했는데, 사전적으로 '(의자 등이) 겉천을 간, 실내 장식품들을 갖춘' 것으로 정의된다. Furnished 집은 가구까지 완비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부엌 용품도 다 준비되어 있고, 침구도 마련되어 있으니까.


컵도 와인잔, 위스키잔, 등 종류별로 갖추어져 있던 나의 fully furnished house


각자 사정에 따라 더 편한 인테리어 형태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TV, 소파 등 모든 가구까지 가져와서 정착한다면 unfurnished가 낫겠고, 교환학생이나 유학생, 연 단위로 계약하여 일하러 오는 외국인들은 furnished를 선호할 것이다. 나 또한 fully furnished 중심으로 찾았다. 나중에는 이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싶어서 가구를 새로 살 작정을 하고 upholstered까지 범위를 확장했지만 말이다.


인테리어 외에도 여러 조건들을 따져봐야 한다. 특이한 점은 우리와 방 개수를 세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방 개수를 셀 때 거실을 방 1개로 포함한다. 2 bedroom은 거실을 제외한 방이 2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거실 1개, 안방 1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 bedroom은 곧 원룸이다.


밖에서 바라본 나의 집




렌트 구할 때 유의할 점! 사기는 당하지 말아야지.


네덜란드에서 매매는 렌트 구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절차를 거쳐야 해서 에이전트(aankoopmakelaar) 고용, 비용 등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나는 렌트에 한정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개인이 스튜디오나 아파트 전체를 렌트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므로 쉐어하우스에 입주하는 것과도 차이가 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월세, 전세, 매매 관계없이 집을 구하려고 할 때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한다. 네덜란드에서 집을 구할 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인중개사무소 방문 개념을 버려야 한다. 에이전시를 검색해서 아무 때나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에이전시에 가도 사전 협의 없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대뜸 들어가서 매물을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중개플랫폼(Pararius, Funda 등 이전 글 참고)의 메세지 기능, 에이전시 웹사이트 자체 메세지 기능(이메일로 연결돼서 내 이메일로 답장 옴)을 활용하자. 내가 집을 알아볼 당시에는 전화를 거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연락이 너무 많이 오니 전화를 하지 말라는 데도 있었고,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꽤 많았다.


1. 에이전시를 잘 고르자. 검색을 끊임없이 하고 리뷰도 찾아보다 보면 괜찮은 에이전시와 그렇지 않은 에이전시를 구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응답을 잘해주지 않는다는 평이나 세입자에게 중개수수료를 요구한다는 평이 있는 에이전시는 거르는 게 좋다.


에이전시가 월세를 구하는 세입자에게 월세 외의 중개수수료와 같은 돈을 요구하는 것은 네덜란드에서 불법이다. 중개플랫폼이나 에이전시 자체 웹사이트에 이미 매물이 올라와 있는 경우, 세입자는 에이전시에 중개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집주인이 이미 공고를 내기 위해 에이전시에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소비자시장당국인 ACM 배포자료 참고). 즉, 에이전시는 양쪽에서 돈을 받지 못한다. 에이전트를 고용한 사람만 수수료를 낸다. 수수료 청구 적발 시 ACM이 최대 900,000유로(한화 약 12억)의 벌금을 해당 에이전시에 부과할 수 있다.


그러니 에이전시가 계약 체결 전에 중개비 명목으로(agency fees, administrative fees, contracting fees, etc.) 200~300유로를 달라고 하면 그 에이전시는 리스트에서 제외하자. 법을 잘 모르고 급하게 집을 구해야 하는 외국인 대상으로 돈을 뜯어먹으려는 수법이라고 본다. 나도 매물을 검색할 때 괜찮은 매물을 다수 보유한 업체 중 대놓고 중개비를 요구하는 업체를 하나 본 적이 있다. 누군가가 이미 그 에이전시의 구글 리뷰에 "왜 불법인 행위를 하냐. 이 업체 비추다."라고 써 놓으니 에이전시가 이에 대해 법적으로 따지기 애매한 영역인 "grey area"다, 우리 사정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고 못 미더웠다.


반대로 내가 세입자 입장인데도 에이전시에 '이러이러한 조건에 맞는 집을 5개 알아봐 주고 뷰잉을 시켜달라'라고 요구하고 싶으면 본인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건 앞서 설명한 경우와 완전히 다른 경우인 것이다. 이미 올라온 매물을 뷰잉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에이전시에 매물을 직접 찾아봐주고 하나하나 뷰잉 시켜달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집을 구하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여 업자를 고용하면, 조건에 맞는 집 5개 정도를 뽑아서 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며 집 뷰잉을 시켜준다.


2. 서류를 잘 준비해 두고 자기소개를 잘하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3. 집을 직접 보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보내지 말자. 뷰잉은 필수!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도 100% 믿을 게 못 된다. 특히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된 경우에 그러하다. 집주인도 아닌데 어디서 동영상을 저장해 와서 허위 매물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집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현지에 있는 한국인에게 부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덜란드 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물어보면 응해주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네덜란드 들어가서 직접 발로 뛰어야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자. 보증금 및 월세는 집 뷰잉을 다 하고, 계약서를 몇 번 주고받은 후 서명까지 완료한 이후에 보내도 늦지 않다.


4.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보자. 표준계약서 양식이 어떤지 확인해 보자. 네덜란드 표준계약서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실제 계약서는 여기에 디테일을 더하고 빼는 차이이다. 임차계약의 일반 조건을 규정하는 'General provisions for tenancy of residential accommodation'이 계약서 내용의 일부를 구성한다. 이는 영어로도 제공되므로 해당 문건을 검토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집주인과 에이전시가 보낸 계약서를 검토하고, 궁금한 점은 재차 물어서 확인하고, 서명하기 전에는 더치에게 최종 검토를 받자.


재택근무하며 바라보던 창밖 풍경



이 정도를 유의한다면, 최소 사기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안락한 집과 좋은 집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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