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이 아주 아주 먼데...... 기말고사는 성큼성큼 다가온다.
학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한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알려 왔다. 홈스쿨링의 묘미, 자력을 키우는 시간! 짱이는 "세계시간 변환기"를 돌리며 일정을 파악했다. 이럴 수가...... 새벽 3시! 최악의 시간이다. 휴... 미국 텍사스 시계와 우리 서울 시계는 정말 정말.... 2시이더라도 아니, 4시이더라도 놓칠 확률이 낮은데, 3시! 짱이는 고민을 했다. 녹음을 들을까? 아니! 이번엔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마음을 정했다. 마미도 오리엔테이션에 같이 참여해야 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흐미...... 나까지? 그냥 너 혼자..... 아니! 같이 가자. 다행인 것은 목요일이 되는 새벽이라는 것이다. 마미의 코칭 트레이닝이 새벽 1시에 시작하니까, 새벽 2시 30분에 마무리가 되고서 조금 더 버티다가 새벽 3시 미팅에 들어가고, 새벽 4시까지 눈을 부릅뜨고 버티다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쓰러져 자는 것이다. 짱이는 밤 11시쯤이 되자 일단 눈을 붙이겠다며 들어갔다. 트레이닝이 끝난 나는 정말 정말 눈이 천근만근이었다. 짱이는 노트북을 켜면서 나에게 "앉아"했다...... 하지만.... 나는 앉지 못하고 비스듬히... 미안했지만... 내 시험이 아닌지라...... 잠을 깨우기 위해 간식을 챙겨 왔다.
그냥 나중에 녹음되어 오는 파일을 듣자고 했더니, 기어코 자신은 참석해야 한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았다.
"시험 감독을 어떻게 하는지 확인해야 해. 내 경우는 특이한 케이스기 때문에 오늘 그걸 꼭 확인해야 해. 근데 만약 아무도 그 질문을 안 하면, 녹음된 내용을 들어도 소용이 없어. 아무도 안 물으면 내가 꼭 물어봐야 돼. 그러니까 엄마도 들어와야 해."
'네가 잘 파악했는데, 나까지 굳이 들어가야 하니? 나 잠이 너무 오는데......'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녀석의 기운에 눌려서 간식 접시를 들고 어설프게 걸터앉았다. 화면은 짱이 혼자 들어갔다. 난 옆에...... '너무 잠 오는데......'
신기해한다. 연신 감탄한다. 교장 선생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인내심이 있고 친절하다는! 부모님들이 정말 같은 질문을 하고, 또 묻고, 또 하는데도 참을성 있게 똑같은 정보를 목소리 톤의 변화도 없이 친절하게 안내한다는! 녀석이 놀랐던 점은 또 있었다. 5월 말에서야 학기가 끝나는데, 이미 기말 시험을 치른 과목이 있는 학생들이 있더라는 거다. 학과 진도를 허겁지겁 따라가고 있는 녀석으로서는 이런 또래들이 신기하기 그지없다.
"뭐하러? 왜 이렇게 빨리 하는 거지? 아, 얼른 마무리하고 놀려나 보다."
짱이스러운 해석들을 한다.
"헐"
"무슨 일인데?"
"시험 감독이 없대. 헐...... 모든 시험이 온라인으로 간대. 시험 보러 센터나 학교 같은 곳을 안 찾아도 된대. 자기 방에서 시험을 보면 학교에서 전체 컴퓨터로 실시간 감독을 한대. 그리고 우리가 시험 보는걸 다 녹화하고 AI가 분석을 해서 나쁜 행동하는 건 걸러낸대. 헐..... 그래! 이렇게 하면 훨씬 간단한데, 왜 지난번에는 감독관을 찾고 시험센터를 찾으라고 했던 거지? 훨씬 좋네."
"시험 감독이 없어?"
"그래, 없어도 돼. 어차피 나쁜 짓은 안 할 거야. 그리고 녹화해서 AI가 분석하면 되네."
"그래, 신경 덜 써도 되니까 완전 좋네."
"엄마, 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시스템 바꾸지만, 이제 부터는 쭉 이렇게 감독 없이 시험 볼 거래. 컴퓨터가 감독하는 게 비용도 훨씬 저렴하대. 1년에 25불이면 된대. 그럼, 난 인천까지 2시간씩, 왕복 4시간씩 가지 않아도 되는 거야.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더 생겼어. 우와. 멋지다."
".......... 나 이제 자러 가도 되는 거야? 네가 궁금한 거 해결되었으니까."
"응. 가. 자."
얼른 자러 들어가 버린 나는 짱이의 마미.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짱이, (웬일인지) 단정하게 차려 입고 한참 전에 잠에서 깬 얼굴이다.
"무슨 일이야? 너 안 잤니? 어디 가?"
"엄마, 드라마 수업이잖아. 30분밖에 안 남았어."
"아! 그렇구나. 우리 딸 시간 관리 잘한다. 멋지다."
"오늘은 영국 발음으로 대본을 읽어야 해. 연습 못 했는데 큰일 났다. 헤헤헤."
싱가포르에 있는 선생님의 힘찬 목소리가 스카이프로 울려 퍼진다. 우리 집 안방은 짱이의 작은 무대가 되었고, 멀리 있는 선생님은 공간 이동을 하듯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고, 영국 발음을 흉내 내느라 실컷 웃었는지, 짱이는 얼굴이 빨갛게 되어서 나타났다. 그리고, 질문을 했다.
"엄마, 감지덕지가 무슨 뜻이야?"
"띠로리~~~~~ 짱아!!!"
* Top Photo: Photo by Ben Mullin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