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이 든다며 딸은 내 앞에 앉았다

홈스쿨링을 하며 스스로 공부를 챙기는 짱이...... 많이 힘들었구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짱이가 자라는 모습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정말 정말 매 순간을 챙기며 즐겼던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수록 더 보고 싶어지는 이 녀석! 홈스쿨링을 선택하고 나는 Entrepreneur로 삶의 패턴을 우리집을 중심으로 옮겼건만, 녀석은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 한다. 이 또한 청소년기 Young Adult시기를 함께 보내는 즐거움이리라. 짱이는 미국온라인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이 가능은 한데, 무척 무~~ 척 힘든 듯했다. 학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나에게는 아주 제한적으로만 보여 주고 사진은 절대로 찍지 못하게 하는데, 요즘은 "아, 현타 오네. 엄마, 내가 무슨 내용을 읽고 있는지 알아? 궁금해?"라며 화면을 오픈한다. "으윽.... 이게 다 뭐니? 무슨 논문이야?" 난 못 볼 것을 본 것 마냥 1초도 안 되어서 온몸을 뒤로 뺀다. 녀석은 "그래! 내가 지금 논문을 읽고 있는 거더라고. 무슨 신경계를 이야기하는데, 무슨 고등학생들이 신경계를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냐고. 아, 나 정말!" 휴.... 그랬구나...... 안 보여줬더라면 몰랐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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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잠깐 코칭이 필요한 것 같아."

라며 의자를 끌어다가 내 앞에 앉는 짱이. 코칭이란 단어를 들으면 쑥스럽다면서 자신에게 코칭만은 적용하지 말아 달라던 녀석이 돌연 변했다. 이런 변화가 기쁘면서도 청소년이 또 쑥스럽다며 달아날까 봐 녀석이 이끄는 대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코칭 모드로 들어갔다. 일요일 늦은 저녁 우리 집 거실 풍경이었다.


"자괴감이 들어. 주말 동안 뭐 했나 싶어. 오늘 카이스트 과제하고, UT Biology 할 계획이었거든. 카이스트는 오늘 일찍 해 냈어. 기분 좋더라. 근데 UT는 인터넷 접속이 어려웠긴 해. 그래도 난 다른 과목이라도 할 수 있었어. 그데 난 안 했어. 피하고 싶었나 봐. 응. 피하고 싶었어. 난 왜 이러지?"


"오늘 우리 츄러스 만들어 먹었잖아. 그게 시간이 좀 걸리긴 했어. 그러네. 진짜 많이 걸렸네. 이 정도로 많이 걸린 줄 몰랐네. 그래도 난 후회하지는 않아. 우리 가족들이 주말에 즐거웠잖아, 덕분에. 그럼 됐어. 그리고..."


짱이는 심각하게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세부적인 것을 섬세하게 챙기는 녀석이다 보니, 30분을 했네, 45분을 했네가 아주 큰 차이였다. 꼼꼼하게 하나씩 이야기했다.


"Biology를 할 계획이었지만, 인터넷이 막히면, 그럼, 난 다른 과목들을 했었어야 했어. 근데, 엄마도 봤지? 너무 어려워. 읽어도 읽어도 끝이 안 나. 그리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멍해. 진짜 너무 어려워. 걱정이 되기 시작해. 이제 또 기말인데. 못 해낼 것 같아."


"양이 너무 많아. 한 과목도 아니고. 기말은 다가오는데. 다 해낼 수 있을까? 한두 과목도 아니고. 왜 그런 기분 있잖아. (목 쪽을 손을 가로로 해서 치면서) 턱턱 막히는 기분. 아... 그런 기분이야. 알지, 그 기분?"


"내가 자신 있는 과목들은 진도를 따라잡았어. 근데 BI는 첫 주 과제부터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그다음 주차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 난벌써 했을거야. 근데 순서대로만 해야 해. (고개를 떨군다.)"


그랬다. 짱이가 이 공부를 해 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 학교를 한 달은 커녕, 한 주라도 다녀본 적이 없고, 미국 교과서는 영어를 배우면서 딱 한 과목 English만 봤었지, 이렇게 여러 가지 과목을 깊게 파 본 적도, 수업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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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때는 그대도 할 만했어. 성적도 만족스럽고. 근데 갑자기 수준이 뛰어 버렸어. 도대체 감을 잡을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이렇게 돌아 보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까 좋네. 그러네. 나 그렇게 시간 허비한 거 아니네. 잘 살았네. 근데도 나 왜 이러지? 뭔가 잘못한 것 같아. 내 완벽주의가 발동한 건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뭘까? 이 공부를 같이 할 선생님을 구할 수도 없고, 내가 직접 가르쳐 주는 건 백퍼 불가능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포.... 기....라는 단어를 들려주어야 하나....... 뭐가 가능하지?


"응, 좋았어. 코칭이 잘 된 것 같아."

웬일? 코칭이라면 손사례를 치던 녀석이 긍정적 평가의 한 마디를 던진다. 마무리까지 코칭 스타일로 했다.


"그래? 뭐가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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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으로 하니까, 엄마의 판단이 안 들어가서 좋았어. 내 이야기만 할 수 있고, 들어주고, 긍정적으로 피드백해 주고, 격려해 주고 하니까 좋았어. 그냥 우리 대화였다면, "그러니까, 이렇게 했어야지, 왜 그렇게 안 했니?"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 근데 오늘은 달랐어."

"또, 그냥 생각할 때랑 내가 이렇게 들여다보게 되니까 내가 그렇게 잘 못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또 좋았어. 그리고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것도 좀 생기고. 자괴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휴...... 다행 다행! 짱이에게 계속 도움이 되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 방법으로 코칭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대로 발휘를 할 수 있었다. 몇 달 전에 녀석에게 "우리 코칭해 보자, 이리 와 봐"라고 했을 때는 방으로 도망갔었다. 이번에는 가족 간의 대화 겸 코칭 겸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시도해 보니, 결과가 의미 있었다. 코칭@우리집이 잘 작동한다는 것, 내가 코치의 입장에서 짱이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즉석에서 줄 수 있었다.


"근데 난 코칭으로 대화하면 엄마랑 불필요한 건 없애고 이렇게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이미 예측했어."

뭣이라? 햐~~~ 짱아! 너 진짜!! 머리 썼구나!

"이거 코칭 아워 Hour에 포함해도 돼. 코칭한 거니까!" (아쭈~~~ 허락까지....)

"음.... 그건 내가 생각해 봤는데, 포함 안 할 거야."

"왜? 코칭한 거 맞는데."

"가족 간에는 코칭 안 하는데 우리 직업윤리야. 그래서 포함 안 해."

"아~~ 그런 게 있구나."


짱이는 포인트~ 뭐 이런 걸 참 잘 챙긴다. 내가 코칭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축적하고 있는 걸 알고서 이 부분까지 챙기는 녀석! 못 말리게 귀엽다. 사랑스럽다.

Photo by Ines Álvarez Fdez on Unsplash.jpg Photo by Ines Álvarez Fdez on Unsplash

다시 돌아온 미국온라인고등학교 기말고사 기간. 1달 남짓 남았다. 짱이에게 무얼 해 줄 수 있을까?

스스로 일정을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고, 하루 만보 걷기를 (우리 집 거실에서....) 꾸준히 챙기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자 매일 재활용품 5가지를 하루도 빠짐없이 챙기는 고딩이.... 음악만 들으면 행복해져서 음악은 (몇 시간씩) 꼭 들어야 하는 너, 신데렐라도 아닌데 일정 시간만 되면 초몰입의 경지로 웹소설을 읽어대는 너!


나는 너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Top Picture: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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