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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Feb 20. 2020

홈스쿨러에게 묻는다, "행복해?"
"물론."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비교하고 또 생각해 보고, 여유 있는 대화를 길게 나누어 보았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모처럼 짱이와 동네에서 점심으로 외식을 했다. 최근에는 너무나 바쁜 나머지 이렇게 느릿느릿 움직여 본 게 오래간 만이었다. 이 아이와 이렇게 이 시간에 동네를 거닐어 보는 것, 소중한 시간이다. 


옆 테이블에 앉은 어린 아들과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짱이와 대학 진학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함께 실컷 여행을 다녔던 초등 때 이야기로도 이어졌다. 


"초등 때 정말 공부 재밌게 한 것 같아." 

"그래? 힘들지 않았니?" 

"디베이트 수업은 지금 다시 해도 힘들 것 같다. 그건 진짜.. 와우!! 너무 했었었어. 어마 어마 했었어, 엄마. 

근데 From Page To Stage는 진짜 좋았었어. 공부도 초등 5학년에게는 무척 어려웠었지만, 그래도 배우는 게 무척 많았어. 제일 좋았던 것 같아." 


From Page To Stage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영재 프로그램의 하나로 3주 동안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대본을 하루 5편 이상씩 쓰던 창의력 프로그램이었다. 짱이에게는 첫 해외 공부. 

  

"어떨 땐 내가 조금 더 일찍부터 그런 프로그램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봐." 

"그 보다 더 일찍?" 

"응. 근데 그렇게 하기엔 영어가 어려웠겠지? 그래, 인정." 


시간적 여유가 많은 홈스쿨러이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나 보다

사진: WikimediaImages from Pixabay

"대학 공부도 생각해 봤어. 난 대학 가서 공부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하기엔 기회가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사실 전공 공부는 대학원에서 하는 거잖아. 난 공부를 아주 오래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연구는 아닌 것 같아. 배우는 건 최대한 하고 싶어." 

"경제적인 것도 고려해야 해. 엄마 아빠가 열심히 노력해서 학비를 마련하겠지만, 솔직히 전부 대어 준다고는 말하기 어려워. 넌 대학 졸업하면서 학비 대출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 어떻게 생각해?" 

"난 그건 부담돼서 싫어. 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돈이 있었으면 좋겠어. 대학 가면 아르바이트도 할 거야." 

"아르바이트가 너에게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어." 

"알아. 그래서, 지금 드라마 열심히 배우는 거잖아." 


........ 아! 맞다! 짱이 녀석은 드라마를 최고 수준까지 배우고 "드라마 지도 자격증"을 고등학교 졸업 전에 따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자격증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마스쿨에서 시험을 통과해서 얻는 것이다. 이 자격증이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든지 드라마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들었었는데 나는 깜빡 잊어버렸고, 녀석은 기억하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2YKkBiQpzI 


위의 곡은 요즘 짱이가 연습하고 있는 곡이라며 들어 보라고 링크를 보내 주었다. 오케스트라는 지난 주로 졸업을 했지만, 첼로 실력은 계속 키우고 싶다고 해서 레슨은 이어 가고 있다. 이 곡의 악보를 보여 주는데..... 흠...... 재밌냐? 짱이는 개구쟁이 같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공연을 하겠다는 것도, 오케스트라에서 협연을 하겠다는 것도, 수행평가로 점수를 따야 할 이유도 없는 그야말로 재미있어서, 자기가 좋아서, 스스로의 성취감을 위해 연습을 하는 짱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첼로 테크닉을 연습하고 마스터하는 기쁨.... 이 만하면 충분하다. 자기 스스로의 이유가 있고, 자신의 빛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되어서 흐뭇하다. 바흐 곳은 다소 졸릴 수 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면서, 그 말을 듣고서는 자기도 졸리더라나.... 못 말리는 짱! 

사진: Pexels from Pixabay

1학기 시험까지 마무리하고서는 정말 일주일 꼬박 온라인 소설을 읽었다. 잠도 안 자고,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400편이 넘는 마라톤 작품을 읽어 내었다. 이 소설들을 읽고서는 다시 생각해 보면서 마루를 몇 시간이고 걸어 다녔다. 헤드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으면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산책하듯이 걸었다. 홈스쿨로 집에만 있는 녀석의 발바닥에 굳은살이 가득 박였다, 얼마나 걸었으면......... 지금 소설 읽지 언제 또 읽겠냐 싶었다. 지금 이렇게 흠뻑 읽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장편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놀잇감이 또 하나 생기는 거겠지. 


https://www.youtube.com/watch?v=Z2wkX70kDAw

그럭저럭 4년을 넘기면서 배우고 있는 기타...... 처음에는 흥미로 배우다가 어느 정도 하면 말겠지 싶었는데, 짱이는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감사하다. 연습도 레슨 전에 꼬박꼬박 챙겨 간다. 기타 테크닉을 배울 때마다 무척 신기해하고 신나 한다. 기타 연주자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연주를 이어 듣기를 할 수 있어서 또 좋다. 동네에서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짱아, 그럼, 넌 전공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직 잘 모르겠어. 우주선을 만드는 사람을 우주공학자라고 부르는지, 발명가라고 부르는지

난 세상에 없던걸 만들고 싶어.

"그럼, 기계 같은 거야?"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 

"그럼, 쓸모가 있는 걸 만드는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목공처럼 만드는 거야. 근데, 아트는 아니야." 

"그렇구나. 천천히 생각하자. 근데, 생각을 그동안 또 많이 했네." 

"응. 공학으로만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공과대학으로 마음을 정했었는데, 사실 그 분야는 평생 할 거잖아. 대학 4년 동안 한 분야로만 파기에는 기회가 좀 아까운 것 같아." 


사진: David Mark from Pixabay 

홈스쿨로..... 세상과의 단절이 늘 마음이 쓰였는데...... 짱이는 자기 내면을 깊이 살피는 시간을 계속하고 있었었다. 홈스쿨로 생활이 흐트러질까 염려되었는데, 짱이는 자기중심을 잘 챙겨 가고 있었다. 


* Top Photo: elizabethaferry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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