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말을 믿고 시키는대로 했다.

고딩 홈스쿨러는 여름방학계획으로 "일단 수학부터"를 외쳤다

"수학만 아니라면..... 수학 때문에......"였던 짱이.

이번 여름 방학에도 역시 수학부터! 를 외쳤다. 온라인으로 미국 고등학교 수학 과목을 해 나가는데 그렇게 어려움이 없고, 성적도 괜찮지만, 9년 동안( = 초등 6년 + 중등 3년) 자신을 괴롭혀 왔던 "넌 수학만 잘하면"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휘둘리고 있다.


미국 교육시스템을 홀로 헤쳐 나가고 있는 녀석은 대학 준비를 스스로 챙긴다. 전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성적을 잘 관리하는 방법이기도 해서 수학 과학 과목들은 성적도 잘 받으려고 하고, 더 어려운 코스를 들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엄마인 나는 솔직히 모른다. 내 역할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과목명들도 어쩌고 저쩌고 다르고, 각 과목의 내용도 짱이에게 듣고 또 들어도 헷갈린다. 짱이는 부, 모의 도움을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지를 파악해 가는 것 같다. 가끔 "또 잊어버렸어!"라고 엄마인 나를 구박도 하지만, 여전히 반복해서 설명해 준다. 왜냐하면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을 다듬어 가고,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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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 때 부터 노스웨스턴대학교 영재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들었던 짱

여름 방학은 우리 가족들에게는 시간관리, 인생 관리의 중심 축이었다. 1월이 되면 그 해 여름에는 각자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어디를 탐험하고 싶은지, 새로운 것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경험해 볼까를 상상하고, 조사하고, 의논하고, 조율하던 시간이었다. 올해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선 온라인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따라 가느라 짱이는 정말 정말 바빴다. 그리고 온라인 공부를 은근히 즐기게 된 터라, "굳이..... 비싼 비용 내면서까지, 글쎄. 더 생각해 볼게"를 이야기했었고, 우리도 새로 시작한 사업들을 챙겨야 했기에 내심 이런 짱이의 반응들이 반가웠다.


미국고등학교는 2학기 말, 즉 5월 초부터 내년도 즉 9월 신학기에 공부할 과목들을 각자 선택하도록 했다. 각자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들로, 특히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과목을 신청하도록 권했다. 이런 부분은 본인이 작전을 짜야하는 부분이었고, 우리는 적극적으로 짱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짱이는 자신이 졸업할 때까지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무엇 무엇을 듣고 싶은데 어떤 과목이 있고, 어떤 과목이 미흡한지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영재 프로그램으로 Pre-Calculus를 배우겠다고 결정을 했다. 대학 진학할 때도 이 과목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등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신기방기 할 따름..... 그리고, Center for Talent and Development (CTD) 프로그램에 일찌감치 신청을 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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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이미 정원이 차서 너는 받을 수가 없다"는 메일이 왔다. 뜻밖의 연락이었고, 짱이가 실망할 일을 생각하니 속상했었다. 그래도 당사자이니 얼른 녀석에게 알려 주었다. 짱이는


"아니야, 엄마. 내가 떨어졌을 리가 없어. 말이 안 돼. 난 지난번에 들었던 과목에서도 성적이 꽤 좋았어. 그리고, 더구나 난 Early Bird(신청 마감일보다 훨씬 일정 지원하는 시스템)로까지 신청을 했어. 뭔가 착오가 있을 거야. 학교에 연락해서 알아봐 줄 수 있지?"


아....... "너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왔나 보다..... 너 보다 훨씬 일찍 지원하는 아이들이 많았나 보다....."가 목구멍에서 간질간질 올라왔지만, 그럴 순 없었다. 녀석은 미국고등학교 2학기 기말고사를 치느라고 몇 시간 밖에 잠을 못 자면서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큰 목소리로 "그럼! 내가 메일도 보내 보고, 연락 없으면 전화도 해 볼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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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이가 말해 준 대로 그대로 써서 입학처에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사무적인 딱딱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야말로 "너희 딸보다도 더 일찍 등록하고, 더 잘하는 아이들로 가득 찼어"라는 메시지. 아... 어쩐다... 짱이는 확고했다. "그럴 리가.... 착오가 있을 수 있잖니?"라며...... 엄마는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짱이는 옆에서 이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은 1년 중 가장 바쁜 때라서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요. 용건과 전화번호를 남겨 두면 이틀 뒤에 연락할게요"라는 메시지..... 다시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당신이 신청한 코스는 Pre-Calculus를 8주 동안 듣는 과정입니다. 같은 내용을 9개월 동안 듣는 코스로 전환하면 우리가 바꿔주겠습니다. 지금은 그게 유일한 대안입니다"라는 답장이....... 짱이와 다시 의논을 했다. 고등학교 코스를 듣느라 제대로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날이 손꼽을 정도이니 그냥 슬렁슬렁 9개월 동안 배우자고 했다. 보통 학교에서 1년 동안 배울 코스를 단 9개월 만에 배우는 것도 어마 어마 한데, 그걸 또 8주 만에 배운다는 건, 여름 방학에 쉴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이니, 9개월로 가자고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 짱이는 8주 동안 이 코스를 다 마무리하고 자신은 그다음으로 공부할 계획들이 서 있었는데, 그럼 자기 계획이 전면 무너지는 것이라며........ 며칠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도 기말고사를 치면서...... 휴...... 그냥 받아들이지... 결국 9개월 코스로 방향을 바꾸고 다시 전면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이 내용으로 메일을 보낸 바로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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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 코스에 합격했다는 메일이 왔다. 영문을 모를 상황이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기말고사 막바지에 들어간 짱이에게 이 소식을 전해 주자, "봐, 그럴 줄 알았어. 왜 내가 안 되나 싶었어. 이렇게 되어야지"라는 자신에 대한 깊은 믿음! 아..... 이 아이는 도대체...... 다행이다. 다행이야.


우리에게 9개월 과정을 권했던 입학처 담당자에게 "합격 메일"을 전달해 주면서 우린 8주 과정을 듣겠다고 다시 확인을 요청했다. 이렇게 가슴 조이면서 여름 방학 코스를 신청하다니!!! 담당자는 답장이 왔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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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이가 새롭게 보였다.

딸이 한 선택에 대해 엄마인 내가 "너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니? 너 보다 잘난 얘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는 미국 학생도 아니잖아"라고 이 아이의 자신감을 나의 근거 없는 생각으로 꺾었었더라면 나는 얼마나 후회했을까.


짱이는 9년 동안 수학에 대해 갖고 있었던 두려움지금 "일단 수학부터"를 외치게 된 뿌리가 되었다.

자아가 형성되는 내 딸이 가는 길에 엄마인 내가 할 일은 "믿고, 시키는 대로 진심으로 행하는 일"뿐인 것 같다.


짱이, 파이팅!


#미국온라인고등학교 #홈스쿨링 #딴짓예찬론 #노스웨스턴대학교



* Top Picture: Photo by Juan Jos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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