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역전드라마를! AP 수업을 기어코 연 너!

자기 자신을 결코 믿을 수 없게 만들던 수학! 이젠 "내가 풀었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짱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장을 받아서 왔었다. 궁금했다. 무슨 근사한 일을 이 아이가 한 것일까? 기특한 녀석. 콩콩 뛰는 설렘을 귓속에 울리는 느낌을 느끼면서 담임 선생님께 공손히 전화를 했다.


"아, 지원이 어머니. 그 상 제가 아주 힘들게 우리 반으로 가져온 거예요. 학년 말교장 선생님 앞에서 받는 건 그 상이 유일한 거라서 담임 선생님들끼리도 아주 경쟁이 치열했어요. 지원이가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더니, 모두들 꼭 줘야 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훌륭한 일을??? 뭐였을까?)...."

"어머니도 아시지요? 지원이가 우리 학교에서 생일이 제일 늦어요. 가장 동생이지요. 그래서 수학 점수도 맨 꼴찌였어요. 1학년 과정을 따라올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지난번 시험을 아주 잘 봤더라고요. 물론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지만, 지원이가 처음 받았던 점수에 비교하면, 가장 성장폭이 높았어요. 그래서 진보상이에요. 노력을 많이 했나 봐요. 어머니도 고생하셨어요."


엄마는 수학 점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걸 선택하지 않았다.

그랬구나........ 그건 "진보상"이었다. 수학을 최저에서 보통 정도로까지 올린 초1에게 주는 특별한 상!! 짱이는 이때의 기억을 잘하고 있고, 그때 선생님을 "진짜 선생님"으로 마음에 담고 있다. 수학 시험을 볼 때 눈에 띄는 패턴이 있었다. 일단 시험지를 받으면 이 녀석은 "사고력 문제"를 푼다고 했다. 재미있다며. 그리고 일명 "연산 문제"는 다 풀어 두고, 숫자 하나씩을 놓친다, 마치 아기 돼지들이 소풍을 가면서 무리에서 한 마리를 놓치듯이 꼭 놓친다. 이렇게 두어 문제, 저렇게 몇 문제 틀리면 점수는 또 바닥을 쳤다. 하지만, 어린 짱이가 수학을 몰라서 틀리는 것은 아니었다. "너 왜 정신 안 차렸니?"라고 성숙하지 못했던 초보 엄마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목소리를 키워보기도 했지만, 정신만 더 나갈 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로 마음을 정하고, "잘 될거야"로 마음을 먹고 기다렸다. 점수가 높을거야가 아니라, "잘 될거야."


수학도 결국은 사고력. 시험 점수보다도 사고력을 선택했다.

수학 시험이 있거나 중간고사가 있거나 말거나 우리 집에선 매일 3시간 이상씩 책 읽기는 거의 365일로 이어졌다. 때가 되면 자신이 필요하면 수학을 비롯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 "있었으면 좋겠다, " "진정 비나이다, 비나이다"의 심정으로 책 읽기로 중심을 잡았다.

KakaoTalk_20200918_184026534.jpg 2020년 여름 8주 과정으로 Pre-Calculus를 해 냈다.

수학교과서하드 커버로 거의 900쪽에 달하는 원서였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고등학교의 첫 1년을 보내면서 방학 때는 무조건 쉬고 싶다고 노래를 하더니, 여름방학 집중코스로 딱 1과목만 배우겠다며 우리를 설득해서 Pre-Calculus를 신청했었다. 6-7월에는 미국온라인고등학교의 기말을 마무리하는 게 도저히 무리인지, 이 코스를 연장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Pre-Calculus는 미국 학생들도 1년 동안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인데, 8주 동안, 혼자서, 온라인 설명과 이 책 한 권으로, 그것도 honors코스로 해 보겠다는데....... 녀석의 대담함에 놀랐었다. 지금까지 여러 과목을 스스로 이렇게 해 왔지만, 이건 1달 동안 배울 내용을 1주일에 해 낸다는 것이라 흠.......... 저렇게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모습이 귀엽고 대견스러웠다. 짱이는 "나도 엄마처럼 이제 이런 포스트잇 쓰네"라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묻지 않았는데도 신이 나서 어디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 책을 아무리 찬찬히 봐도 주간 과제를 할 때는 역시 공식 등이 헷갈린다며, 또 시험 볼 때 미국은 교과서를 볼 수 있는데, 저렇게 붙여 두면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나에게는 저렇게 붙어 있어도 역시 해변에서 바늘 찾기 같을 텐데......


워밍업은 갈수록 길어지고....공부는 짦고 굻게~

낮과 밤이 자주 바뀌어 버리는 고딩이. 오후에 어슬렁어슬렁 일어 나서 맑은 머리로 음악을 신나게 듣는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워밍업은 5-6시간이 훌쩍 걸린다. 짱파가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내가 일을 야밤까지 마무리하며 있어도 이 워밍업은 이어진다. 하루에 1만 보 걷기를 "방 안에서" 계속하면서 짱이는 음악을 듣고, 영화를 듣고, 유 투브를 방대하게 듣고 낄낄거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책상에 앉아서 저 책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분명히 몇 분 전부터 앉은 것 같은데...


맘: "응? 너 이제 앉았네"

짱: "무슨 말~~ 나 벌써부터 앉아 있었어. 10분도 훨씬 전부터야. 한참 되었어."


10분이라는 객관적 길이에 대해 그녀가 느끼는 시간 감각과 마미인 내가 느끼는 시간 감각은 크게 다르다. 공존을 하려면, 딸을 인정해야지.


맘: "그렇구나."


바로 짱이를 따라가는...


온라인고등학교의 기말이 마무리된 지가 한참 되었거늘 짱이는 여전히 "워밍업 중"으로 코스를 연장했음에도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온라인 코스 담당 선생님이 메일이 왔었다.


온라인 코스지만, 선생님들은 여전히 시선을 고정해 둔다.

"슬슬 시작해야겠다, 지원. 너 이제 부지런히 해도 기말고사 마감 때까지 코스를 다 못할 수도 있어."

감사하게도 내가 할 말을 저렇게 떠억~~ 해 주시니.


짱: "엄마, 선생님에게 내가 어째서 지금까지 못 하고 있는지 설명드려야겠어."

맘: "좋은 생각이네. 뭐라고 할래?"

짱: "내가 일단 써 볼게. 엄마가 한 번 봐."

(짱이는 벌써 2주 전에 마무리된 포스텍 캠프를 썼다.)

맘: "캠프는 1주일 전에 끝났어. 지난 1주일은 뭐 했는데?"

짱: "캠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지? 나 잠도 별로 못 잤잖아."

맘: ........

짱: "그래서 쉬어야 했어. 나한테는 쉬는 게 중요해."

맘: "그렇게 적자. 쉬어야 했었다고. 있는 그대로."

KakaoTalk_20200918_184016523.jpg "계산기"를 왜 사려고 하는지 작년 이 맘 때는 몰랐다.

짱이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부모로서 고맙다.

작년 추석 때 미국 LA 할인마트를 구경할 때 저 계산기를 보면서 엄청 반가워하며 장만해 왔었다. 그때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했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이번 Pre-Calculus 코스를 하면서 저 계산기와 핸드폰에서 아주 여러 가지 기능을 쓰면서 저 워크 시트들을 해결했었다. 우리 가족은 같은 핸드폰 기종을 쓰고 있는데 짱이가 다른 기능들을 찾아서 쓰는 걸 보면 참 신통방통했다. 오늘 오후에 기말고사를 다 마무리하고 나서야 이 워크 시트들을 보았다.


"엄마, 사진 찍고 싶니?"

라며 건네는 짱.

흐뭇한 기분으로 디스플레이를 하는데 Chapter 2가 없다.

맘: "Chapter 2는 없네. 잃어버렸니?"

짱: "무슨 말이야. 그 챕터는 예비 시험에서 만점 맞아서 공부 안 하고 패스해서 워크 시트가 없는 거야."

맘: "그럼, 패스된 건 한 챕터인가?" (사람의 마음이란..)

짱: "패스 시스템이 아예 없는 챕터들이 더 많았어."


점수가 얼마인지 묻지 않는 부모, 1년 치 점수를 한번에 알려주는 딸

신나게 워크 시트를 디스플레이하며 사진을 찍는 나에게 짱이는 또 말을 건넨다.


짱: "엄마, 내 점수가 몇 점인 줄 알아?"

맘: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말해줘야 알지."

짱: "오늘 친 기말은 기대하지 마. 너무 어려웠어."

맘: "난 네가 이만큼 해 낸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멋져. 기대 이상이야. 점수는 너만 늘 신경 쓰더라. 알지? 우린 과정이 늘 중요해."

짱: "기말은 제외하고, 지난번 1학기 기말고사 (4주 차 후 친 시험을 1학기 기말이라고 부른다) 때 받은 점수랑 13 Chapter동안 했던 워크 시트 점수를 다 합하면, 95.11점이야."

맘: "95.11? 너 무지 잘했네."

짱: "응, 점수가 꽤 좋아. UT에 보내는 건 70점 이상이면 돼. 하지만, 나중에 대학 갈 때 반영되려면 이번 기말을 잘 봤어야 되는데.."

맘: "제출했으면 된 거야. 정말 잘했다."

dave-photoz-unsplash.jpg 사진: Dave Photoz from Unsplash

보드게임을 많이 해서인가?

짱이는 자신이 갖고 싶은 판을 늘 잘 짠다. 이번 10학년 수강 신청을 하면서도 Pre-Cal을 듣고 있고, 점수를 언제까지 학교로 보낼 테니, 자신이 AP Calculus를 듣도록 열어 달라고 요청을 했다. 지난 여름에 Pre-Cal을 들으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확보하더니, 이제 자신이 만족하는 점수를 확보하고, 다음 스탭으로 학교에서 드디어!!! 드디어!! AP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녀석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하다.


마감에 맞추어 기말고사를 부지런히 제출을 하고, 여유가 생기는지 수다를 걸어온다.

짱: "엄마, 난 공부만 열심히 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아. 대학 가면 난 놀고 싶은 게 많아."

맘: "그래. 놀아야지."

짱: "난 융합형인 것 같아. 그래서 colleage 말고 Uni로 가고 싶어. 근데 진짜 진짜 좋은 대학은 안 가고 싶어. 두루두루 경험해 보고 싶어. 그래서 보통 학교에 가고 싶어."

맘: "아주 좋은 생각이야. 보통 학교 좋아. 두루두루 경험도 좋은 생각이야. 넌 놀아야 돼."

짱: "엄마가 말해 준대로, 아주 아주 좋은 대학 한 두 군데랑, 가고 싶은 학교 한 두 군데랑, 그리고 혹시나 모르니까 완전히 안전한 학교 한 두 군데랑 이렇게 대학 원서 쓰고 싶어. 도와줄 거지?"

맘: "내가 뭘 도와주지?"

짱: "원서 비용이 비싸대, 미국은. 이렇게 많이 쓰는 거 돈 비쌀 거야."

맘: "(어릴 적에 이야기해 둔 입학원서 과정을 저 아이는 기억해 두었구나.) 그건 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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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쟤가 풀면 또 시간 걸리겠다."

초등 5학년 때 짱이가 칠판으로 나와서 문제를 풀면, 학급의 아이들은 짱이가 들리게 한숨을 쉬면서 연필을 책상에 내려놓았다고 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수학에 대해 자신감곤두박칠을 쳤다.


"이 아이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3년 동안 비록 점수는 낮았지만, 노력은 늘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은 짱이가 수학 캠프를 가고 싶어서 지원서를 쓸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임을 추천서에 담아 주셨었다. 수학에 대한 공포 Anxiety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수학만 해 보고 싶다면서 캠프를 지원했건만, 짱이는 다 떨어졌다. 주변에서 특목고 진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대학과 취업에 대해 고민하면서 고등학교 원서를 쓰기 시작하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짱이는 중학교 졸업까지만 하고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선택했다. 11월쯤에 있었던 중 3 기말 고사를 "학교 다니면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수학 시험"이라고 생각했단다. "이 시험만큼은..."이란 마음이 들었고, 2학기 개학 부터 기말고사를 볼 때까지 매일 조금씩 수학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결과는 "인생 처음으로 80점을 넘겨 봤다, 중3 기말에서"였고, 이 때 부터 "나도 하니까 수학도 되는구나"를 처음 느끼고 그 자신감이 수학 캠프 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넌 참 특이해. 다른 과목은 다 잘하면서, 수학은 왜 이러니?"

"마음만 잘 먹으면 할 수 있을 거야. 마음 좀 먹어봐."

짱이가 수학 점수때문에 전 과목 평균을 떨어 뜨리는 것을 무척 안타까워한 친구들이 건넨 말들. 짱이는 "나도 안 다고! 나도 잘하고 싶다고. 근데 해도 안 되는 게 수학이야. 엔지니어링 공부하려면 수학은 필수인데!"


배우는 걸 좋아하고, 결과도 중요시하는 녀석인데, 학급 평균에 겨우 닿거나 혹은 그 이하로 거의 초, 중등 동안 받은 짱이! 드디어 스스로의 힘으로 AP를 열어냈다. 이번에 Pre-Cal을 해 내면서 스스로도 놀라며 말했다.


"엄마, 내가 이 문제를 풀어냈어. 놀랍지 않니? 신기해. 이제는 나 수학 잘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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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좌) Annie Spratt on Unsplash & (우) Redcharlie on Unsplash

어제 오후에 제출하고 기말고사 점수가 궁금했던지 문득 문득 메일 체크를 하던 짱!

"선생님이 자나 봐. 대개 바로 바로 점수가 올라오는데, 오늘은 연락이 없으시네."


우리들에게 "기대하지마, 기말은"이라고 연신 말하면서 "너무 아깝다, 지금까지 잘 했는데, 기말은 정말 너무 어렵다"라면서 수학에 대한 불안함 Anxiety가 아직 짱이의 마음에 함께 하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결과가 떴다. 92점! 짱이는 "내가?" "대박!"


실패는, 실수는 미리 미리 하라더니........

초등학교 1학년 진보상 부터, 중학교 3년 까지 9년의 시간을 주며 "스스로 해 낼 수 있을거야, 시간 많아, 천천히 해"라고 "수학 점수 말고 수학적 사고를 선택하자"고 말해 주었더니, 그 시간이 내공이 되었나 보다.


* Top Picture: Jeremy Ch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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