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실력으로 미국 온라인고등학교 시간표짜기!

흡사 대학수강신청 같은, 우린 유학도 안 가 봤는데!

고등학생이 되면 짱이가 앞장서서 가고, 우린 끌려가면 좋겠다고, 짱이가 초등학교 때 희망했었다.

어떻게 배우고 살고 싶은지 나이가 많은 우리보다 나이가 적은 아이 스스로 아는 것이 많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미국 온라인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지난 2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더니 이제 생전 처음 보는 미국 공교육 시스템을 짱이는 스스로 헤쳐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역할은 있다. 짱이가 부르면 아무리 바빠도 최우선 순위로 귀와 눈을 열고 옆을 지킨다. 그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보여 주는 화면들을 보면서, 그 아이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고,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우리는 질문을 한다. 그 과정에서 짱이는 자기가 놓친, 그리고 찾고 있던 퍼즐들을 찾아낸다.


"엄마, 오늘 일정이 어떻게 돼? 나 도와줄 수 있어?"

진작 말하지..... 지금 시간이 밤 10시인데..... 마음 속으로는 이리 생각했지만, 고딩이가 아직도 나를 불러 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목소리를 높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근데 엄마 11시부터 2시간 동안 Zoom 미팅이 있어. 새벽 1시 이후여도 괜찮아?"

"난 고맙지. 학교 과목을 신청해야 하는데, 혼자 하기가 어려워."

"나 모르는데, 어떻게 도와주지?"

"내가 다 골랐는데, 좀 많아. 같이 고르자."


이렇게 시작된 우리 모녀의 대화는 새벽 1시 부터 시작해서 밤을 하얗게 지새울 때까지 이어졌다.

짱이는 지난 겨울에 포스텍 영재기업인에서 마련해 준 특강에서 "마케팅"과 경제 분야 쪽으로 관심이 급 쏠려 있는 상황이다. 그 특강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재료공학을 비롯해서 엔지니어링 쪽으로 대학 공부를 하고 싶고, 커리어도 갈 마음이 있었던지라 짱이의 반응이 재미있게만 들렸고 진지하게 여기는건 보류해 두었었다. 특강을 듣다가 "대박이야" "완전 재미있어" "처음 들었는데 너무 재밌어" "내가 딱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야" 등 흥분이 가득 담긴 톡이 가족 톡 방에 우수수수 떴었다. 그 뒤로 대학 전공들을 안내한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서 이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대학들을 조사해 보고, 졸업 후 진로 등을 조사해 보기도 했었다. 언제나 "아이로만 보이는 짱"이라서 이런 모습이 재미있고, 이쁘기만 했다. 그러면서, "대학 전공을 정하는 건 큰 일이잖아. 그렇게 결정하기 전에 경제나 경영학 쪽으로 공부해 보면 좋겠는데"를 간혹 이야기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11학년과 12학년에 수강할 2년 치 교과목들을 지금 계획해 두라고 소식이 왔다.

이번 가을에 짱이는 11학년을 맞는다. 몇 주 전에 9월에 Junior, Senior가 되는 학생들과 패밀리들을 대상으로 웨비나가 열렸었다. 짱이는 "엄마가 꼭 참석해야 한다"며 스케줄을 챙겼고, 짱이는 "이건 내가 챙겨야 하는 내 책임"을 잘 알고 있듯이 웨비나를 챙겨서 들었었다. 헐! 이 어마무시한 일을 아직 10학년 기말고사를 치는 이때에 해야 하나 보다.


흥미가 있는 과목들을 고르고, 학점이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고, 필수 과목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전체의 균형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 학업 부담이 있는지를 스스로 느껴 보고, 대학 공부를 준비하는데 어떻게 연결이 될지도 가늠해 보고, 교과 외로 하고 있는 카이스트나 포스텍에서 듣고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과의 연계도 생각하고, 여름 방학 때 신청할 미국 온라인 프로그램과도 연결을 하는 등 짱이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혼자서는 충분히 생각했다는 게 전해져 왔다. 이제 믿고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들으면서 최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점검들을 제시해 줄 때였다. 스스로 자신의 배움을 개척해 가는 이 아이가 무척 고마웠다.

peter-idowu-Irnby_Z41Kw-unsplash.jpg 사진: Peter Idowu on Unsplash

온라인 고등학교라서 교과목에 대한 설명, 즉 실러버스가 구체적으로 올라온다.

짱이는 과목이 설정하고 있는 목표, 배우게 될 내용 등을 나에게 설명하면서 꼼꼼히 자기 점검을 해 나갔다. 나는 "훌륭해, 참말로 훌륭하네. 우리 딸, 이뻐요~"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긴장을 풀고 자기 생각을 다시 한 번 편하게 살펴 보도록 도왔다. University of Texas High School에서 제공되는 과목들에 더해서, 짱이는 지난 학년부터는 BYU 브리검영대학교의 부설 온라인 고등학교에서 있는 교과목도 신청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양쪽 학교에서 있는 과목들을 비교하면서 자기에게 더 맞겠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골라내는 것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에도 같은 과목이 있어. 근데 BYU에서 있는 게 더 본격적으로 배워."

"응? 본격적? 그게 무슨 뜻이야?"

"아! 이것도 내용은 똑같아. 근데 타입이 2가지야. 선생님이 이끄는 게 있고, 그냥 온라인으로 하는 게 있어. 선생님이 하는 건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 같은 걸 하면서 하는 거야. 근데, 와! 가격이 2배야."


미국온라인고등학교에서 1과목을 1학기 동안 듣는 비용은 거의 25만 원 내외이다.

"짱, 가격은 지금 고려하지 말자. 너 지금까지 2년 동안 온라인으로만 배웠잖아. 선생님과 다른 또래들 있는데서 발표하면서 공부하는 거, 기회가 된다면 해 볼만해. 단지 퀄리티나 시간 등을 먼저 고려해서 판단하자. 가격은 그 다음에 고려하자. 우리 딸, 가격을 챙겨줘서 고마워."

"어쨌든..... Personal Financial Literacy도 양쪽에 다 있어. 난 이것도 꼭 듣고 싶거든."

"그건 뭐였지?"

"사람들이 자기 경제상황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야. 미국 고등학교 얘들은 내 나이면 차가 있기도 하잖아. 그래서 할부금 내는 거라든가, 보험 처리하는 거, 세금 내는 거, 투자를 해 보는 거 등이야."

"엄마는 네가 그건 꼭 배웠으면 좋겠어. 그런 걸 학교에서 배워서 졸업을 해야지.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걸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는 않아. 그거 배워두면 네가 해외대학 가서 생활할 때 무척 도움이 되겠다."

"그치? 난 이번에 오는 학년에 Economics, Business 관련을 많이 배우고 싶거든."

"그래, 배워. 배우면 좋겠네. 다 배워! 근데 학점에 연결이 되는 거야? 안전해?"

"응. 다 연결돼. 그런데 이걸 어떻게 모두 다 스케줄을 잡을 것이냐 그거거든. 리스트를 여러 개 만들었어. 일단 내가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데 궁금했던 것들이 7개야. (헉! 굳이 안 해도 되는데 하고 싶다? 더구나 7개. 호기심 대장!) 이건 알아 두면 좋은 것들이야. 이과 계열도 몇 개 있기는 있어. 재미있어 보이기는 해, 애들도."

"짱. 그거 대학 가서 들으려고 하면 무지하게 비싸. 미국 대학들은 학점마다 돈이 매겨져. 지금은 공립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열리는 것들하고 비슷한 수준과 내용을 거의 공짜로 들을 수 있는 걸 거야. 지금 들어라. (가격이) 쌀 때 많이 배워."


경제 경영 분야에서 선택지가 많은 미국 고등학교 수업들

"먼저, 내가 하고 싶은 경제 쪽 과목들을 엄마 들어봐. 일단 이야기하고 같이 고르자. economics야. 온라인과 선생님이 들어오는 것으로 2가지 종류가 있어. 근데, Entrepreneurship도 있어. Financial Literacy로 money management, budgeting 등이야. 이번엔 Marketing이고, 진짜 마케팅을 하는 거야. 그리고 또 다른 건 1년짜리야. Business and Consumer Math라는 과목이 있고, 이건 Math로 분류될 수 있어. 수학적인 스킬을 적극적으로 써서 투자, 보험, 저축, 구매활동, 자동차나 집 구매 등을 분석하는 걸 배우는 거야. 우리가 살면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거야. 또 다른 거는 Business Communications야. 이건 우리가 이미 하긴 했어. 그래서 꼭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일단은 세이브해뒀어. (배우고 싶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긴 해. 또 다른 게 있어. Business Law야. 처음엔 여러 가지 법들을 배우고, 후반부에는 contract law, consumer law, employment law, agency law 등을 배운대."

"대단하다. 그것도 네가 재미있어 하겠네."

"어! 잠깐. 엄마, 넘쳤어. 내가 들을 수 있는 학점에 비해서 내가 고른 게 더 많아. 하하하. 잠깐만 기다려봐. 이 정도 양이면, 3년 하고 반을 배울 양이야."

"진짜 많네. 천천히 골라봐."


짱이가 경영 쪽으로 호기심이 충분히 방향을 튼 것은 확실해졌다.

이 정도를 배우면서 더 흥미가 생기고 확신이 차서 대학을 선택하는 것, 행운이다. 이렇게 배워 보다가 흥미가 식으면, 4년이나 배우게 될 공부에서 방향을 트는 것도 무척 다행인 것이다.


"근데 (이걸 다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있어. 여름학기를 신청하는 거야."

"짱아.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여름은 놀라고 있는 거야. 여름에는 놀자."

"어쨌든. 이과 코스로도 있어. 엔진 고치는 거, 컴퓨터 사이언스,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로지, 등등등. (관심이 옮겨갔나 보다, '등등등"으로 불렀다. 경제 경영 쪽을 이야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로 설명을 해 준다.)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경제 쪽이 네가 더 관심이 있나 보다."

"궁금한 분야여서 이 쪽이 더 많이 눈에 밟혔어. 근데 엄마, 내가 우리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좀 많이 빠졌어. 그래서 BYU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그리고 이 과목들은 수학으로 할 수 있다고 해. 마침 난 내년에 수학할 게 없거든. 하나 남은 게 AP Statistics인데 난 AP는 별로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걸로 해. 잘 됐네. 학교에도 그렇게 말해둬. 꼭 AP까지 해야 하는 거 아니잖아. 넌 그런 스타일도 아닌데."

"그치? 헷갈린다. 써야 되겠다."

mihai-surdu-8H9ph_Jp3hA-unsplash.jpg 사진: Mihai Surdu on Unsplash

"내가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영어, 그리고 과학. 이건 꼭 해야 해. 과학에는 Environmental System and Science 등이 있어. 우리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있는데 다른 학교 걸 듣기는 어려울 거야. 마음 같아서는 난 BYU에서 컴퓨터나 엔지니어링, 테크놀로지 쪽으로 듣고 싶어. 넣을 수 있을까? 사이언스는 사이언스인데."

"난 될 것 같아. 물어보자.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따르자. 일단은 의논해 봐. 될 수도 있잖아.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그리고 엄마는 네가 새로운 과목들을 많이 해 보려고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네가 익숙한 것들도 신청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새로운 과목에 걸릴 시간도 그렇고, 학점도 신경 써 두는 게 좋잖아. 컴퓨터 쪽은 너한테 조금은 익숙하잖아. 그럼 너한테 시간을 벌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치? 그럼, 내년에 사이언스 쪽으로 Computer Science 쪽을 할까? Engineering 쪽으로 할까?"

"네가 어느 쪽이 마음이 더 편해?"

"일단 이 외에 내가 해야 하는 게 스페인어야. 졸업할 때까지 배울 거야. 그리고 Social 쪽으로는 US History야. 걱정돼."

"그래도 미국사가 이번에 하고 있는 미국 정부 과목보다는 나을 거야. 초등학교 때 이렇게 저렇게 역사 관련한 책들도 많이 읽어 뒀고, 이번에 미국 정부 공부하면서 익숙하게 겹치는 사건들도 좀 있을 거야. 그래서 미국 정부론을 한 뒤라서 지금 네가 느끼는 것보다는 미국사가 부담이 적을 거야. 미국 정부는 진짜 진짜 네가 처음 하는 것이었잖아."

"그래, 난 아마 1학기 때엔 그런대로 할 거야. 근데 후반부, 특히 Great Depression부터는 아마 힘들 거야."


초등 때 "언젠가 쓰일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놀며 배워둔 것들이 빛을 발한다.

"인문학 공부로 역사를 부담 없이 재미로 읽을 시간은 초등이 최고"라고 믿고 실컷 읽고, 유튜브로도 역사 관련을 엄청 봤던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휴.....


"난 AP로 통계학을 배우고 싶지 않아. 하지도 못해. 난 통계학도 아직 안 배웠는데, AP라니. 이건 애바야."

"그럼! 절대 하지 마. 네가 안 내키는데 곤란하지. 학교에도 알려 두자. 통계학을 열어 주거나 다른 것을 들을 수 있도록."

"그치? 그리고 이 Consumer Math도 난 걱정이야. 더구나 US History에서 나오는 공부량도 어마 어마 할 텐데. 그냥 수학 공식 외워서 푸는 문제가 아닐 것 같아. 시나리오 같은걸 주고, 수학을 적용하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할 수도 있어. 지금은 몰라."

"난 생각이 좀 달라. 난 네가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너는 약간의 스토리가 나오면서 분석하면서 계산하고 뭐 그런 사고력 문제를 넌 더 좋아하잖아. 난 이 과목이 좀 그런 류일 수 있을 것 같아. 넌 어때?"

"맞아. 그럼, 수학은 더 넣지 말자. 요걸로 수학이 엄청 헤비 하니까 더 넣지 말자. 이해되지?"

"오케이, 오케이. 너 설명 잘한다. 이해됐어."

"그럼, Economics와 Finance를 12학년 때 하자. 어때?"

"그래. (내가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좋네."

brooke-cagle-tLG2hcpITZE-unsplash.jpg 사진: Brooke Cagle on Unsplash

"선택 과목으로 entrepreneurship 하고 마케팅을 넣으면 어떨까?"

"좋네! 환상이네!"

"이렇다고 해서 내가 배우고 싶은걸 다 배우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내가 급하게 배우고 싶은 건 배울 수 있는 거야. 근데 Entrepreneurship을 먼저 할까? 마케팅을 먼저 할까? 내가 뭘 고려하고 있냐면, 이번 연도에 포스텍이 끝나. 그 말은 한 학기 동안은 이 둘 중의 하나를 어쨌든 배우게 될 거야. 어떤 게 나한테 더 도움이 될까, 배웠을 때."

"진짜 좋은 질문이네. Entrepreneurship은?"

"전체적으로 회사를 굴리는 것에 대한 내용이야."

"마케팅 같은 경우는? 있는 회사에서 어떻게 조직을 할 것이냐, 뭐 그런 걸 배우게 되는 건가?"

이어서 내가 "추측하는 상식선에서 이해하는 마케팅과 회사, 경영, 경제"를 그냥 이야기했다.

"그렇구나. 그럼, 난 마케팅부터 먼저 하는 게 낫겠어. 왜냐하면 Entrepreneurship을 포스텍에서 다 끝내고 난 뒤에 그 과목을 다시 들으면서 정리를 하는 게 낫겠어."

"그러세요."

"잠깐! 엄마 내가 착각했어. 마케팅과 Entrepreneurship을 동시에 배우게 돼."

"아~~~ 그럼 더 나은 거 아닌가?"

"그치? 낫겠지? 어차피 배워야 할 내용이고, 궁금한 내용이고."

"근데, 마케팅에서는 뭐 배워?"


나도 궁금하지만, 짱이가 더 명확하게 자기가 찾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다시 질문을 슬쩍 던져 보았다. 커리큘럼을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또록 또록하게 읽으면서 설명도 넣어 준다. 그래, You가 이해하면 되는 거야, 마미가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좋네, 짱. 왜냐하면 네가 정말로 마케팅 쪽으로 전공을 하려고 생각한다면..."

"말 잘라서 미안한데, 나는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은 게 아니야. 난 경영이야."

"(웃음을 참으며) 짱, 경영 안에 마케팅이 포함돼. 그리고, 범주가 엄청 커. 경영학의 꽃을 사람들이 마케팅이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경영을 전공한다는 건 마케팅을 전공하는 거와도 같은 것 같아. 대학 전공 정하기 전에 이렇게 해 보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

"그래? 이제 배우겠지, 뭐. 근데 이렇게 비즈니스 쪽으로 너무 많이 신청하면 내가 힘들지 않을까?"

"어떤 면이 힘들 것 같아?"

"이젠 엔지니어링 쪽으로 골라야 돼. 기계 공학, 화학 공학, 생물 공학 뭐 많잖아. 이런 걸 두루 배우는 엔지니어링 수업이 있고, 기계에 대해서 배우는 엔지니어링이 있어서, 엔진을 직접 고쳐 보는 거야."

"지난 학기 때 너 자동차 엔지니어링 재미있게 했던 것 같은데. 그럼 이번에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달라. 직접 기계를 구해서 고쳐서 제출을 해야 되는 거야. 버린 엔진을 찾아서 해야 돼. 이 과목은 처음 해 보는 거라서 더 어려울 것 같아. 시간도 더 걸릴 수 있어. 1학기에 해 버리는 게 낫겠어. 조금 더 여유로운 2학기 때 엔지니어링을 넣어 두자."


밤이 깊어지고 새벽이 다가오거늘 식지 않는 대화..... 점점 자고 싶어지는 나.

"지금 우리 1년 치를 다 짜야하는 거야?"

"2년치!"

"헉! 왜?" (나 잠 온다고.)

"물론 나중에 바꿔도 되는데 나는 이렇게 해 두는 게 더 좋아. 사이언스로 컴퓨터 사이언스를 넣어 두자. 1학기 때는 파이떤이거든. 그래서 1학기가 더 쉽게 느껴져. 카이스트에서 들어뒀잖아. 1학기 때 미국사 전반부도 나한테는 좀 쉬울 것 같고."

"그래. 좀 쉬운 것도 있어서 시간 확보를 해야 돼. 그래야 경제학에 시간을 쓰지."


다시 11학년 1, 2학기에 신청한 과목들을 읽으면서 진지해진 짱.

"11학년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밌겠다. 기대된다."

"푸하하하, 뭐라고? 짱, 정말 축하한다. 이런 환상적인 공부를 한다는 게 엄마는 참 감사하다. 고맙다, 딸."

"이제 12학년 가 볼게. 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Social Studies가 없어. AP Human Geography가 있긴 한데, 또 AP야. 나는 안 하고 싶어. 일단 써 두고 그때 가서 뭐로 바꿀 건지 다시 생각하자, 우리."

"짱, 미국은 12학년 1학기에 대학 원서를 쓰는 시간일 거야. 즉 전공을 선택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과목들을 11학년에서 엄마는 충분히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11학년 성적이 대학 갈 때도 중요하겠네. 그렇게 하기에는 과목들이 헤비 한데. 난 12학년에는 정말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장학금을 노리고 있거든."


헉....... 짱....... 너는 도대체....... "보드게임을 더 열심히 해 줬어야 하는데"라는 후회가 또 올라온다. 이렇게 자기 카드를 열심히 챙기는 녀석!

"그렇구나."

"차라리 11학년에 잡아 둔 것들을 12학년으로 보낼까?"

"그것도 좋네. 뒤집는다는 거지?"

"그런데 대학 신청할 때 보는 성적이 11학년이야? 12학년이야?"

"몰라. 한 번 알아봐. 우리가 미국 캠프 신청했을 때도 "최근 성적표를 내세요"가 있으면, 그 직전 학기 성적표를 보냈었잖아. 그렇게 되면 11학년 2학기 기말 성적이야."


"미국은 언제 대학을 지원하지?" 그렇다. 짱이도 나도 이 정도로 모른다.

"12학년을 9월에 시작하잖아. 그때부터 원서 넣는 걸로 알거든. 그리고 2학기 때는 어느 정도 정해지고. 6월에 2학기도 끝나고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바로 이어서 9월에 대학 가야 되니까, 12학년 1학기에는 원서 쓰기를 시작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니? 우리 캠프 지원할 때도 여름에 가기 위해서는 겨울 방학 때 결정이 되고 그랬었잖아."

"내가 경영 쪽으로 지원을 할걸 생각하면서 고등학교 때 그쪽 과목을 안 들었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11학년에는 지금 정해둔 것들로 가야 되겠네."

"나는 그런 의미에서 11학년이 아주 중요한 학년 같아."

"둘 다 중요하네, 다른 의미로. 11학년은 밖에 대학을 지원하는 걸 고려해야 하니까 중요하고, 12학년은 Top 10%에 들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니까 중요하네."

"그러네, 그러네. 아, 엄마가 그 생각은 또 못 했네. 네 인생이라서 네가 더 꼼꼼히 챙기는구나. 고맙다, 짱."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자. 이제 엄마 우리 마지막 1개를 선택해야 되거든. (뭐야, 아직 남았어. 선택해야 되는 게? 완전 날 새겠다.) 12학년 2학기에 선택 과목을 하나 골라야 돼."

debbie-ducic-qAW2LzQJlJI-unsplash.jpg 사진: Debbie Ducic on Unsplash

"좀 뭐 널널한거 없니? 재밌는 거. 팝송, 뭐 이런 거 없니?"

"없어. 아니, 그래. 있긴 있어. 뭐, 베이스 기타, 드럼, 뭐 이런 게 있긴 있어."

"좋네. 그런 거 하나 신청해. 가볍게."

"굳이, 뭐.... 아! Public Speaking 할까? 프레젠테이션하는 것도 제대로 배워 두면 좋잖아."

"좋네!"

"하고 싶었던 것들 중에서 급하지는 않지만 세이브해 둔 것들이 있어. Reading around the Globe, Reading Comprehension, Recreational Reading, Scientific Literacy, Technical Writing, 그리고 Public Speaking이었어. Reading 쪽으로 넣어볼까 하는 건, 이렇게 해서라도 책을 좀 더 읽고 갈려는 거야."

"좋지, 좋지, 좋지. 이렇게 또 우리 딸은 intrinsic motivation 내적 동기를 발동하네. 우리 (베) 짱이 맞니?"

"어떤 과목은 6개씩 읽도록 되어 있어, 한 학기에."

"기절하겠네."

"근데 이렇게 해서는 내가 점수가 나오기가 어려워. 한 학기에 6권씩 읽으면. 그렇다고 해서 Public Speaking이 쉬 울건 아닌데, 글을 읽는 건 시간이 그냥 가지만, Public Speaking은.."

"너 잘해. 얼마나 잘하는데, 지금도. 잘한다고. 그런 거 좋네. 그거 하면 나중에 인터뷰하고 할 때도 준비도 되고."

"Public Speaking을 해 두었다는 건 나한테 플러스로 작용할 것 같아. 리딩을 하는 건 플러스로 딱히 작용할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해서 마이너스도 아니겠지만, 이건 좀 플러스로 작용할 것 같아."

"그럼, "마케팅은 말"이야."

"이제 다시 과목들을 읽어 볼게. 들어봐. 이게 우리가 원하는 구도 같지?"

"좋네."


다시 한 과목 한 과목을 부르면서 자신이 보낼 시간들을 그려보는 듯 한 짱. 수많은 과목들 중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 고민 끝에 선택하였으니 동기 부여는 확실히 된 것 같다.


"우리가 이걸 하려고 초등 때 그렇게 캠프를 열심히 뒤졌었나 보다."

"근데 아직 확실히 몰라. 전체 14과목 중에서 학교 것이 6개고 나머지가 BYU야. 학교에서 허락이 될지 모르겠어. 일단은 이렇게 해 놓고,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내면서 이 과목을 이렇게 이렇게 바꾸고, 이 과목은 저쪽에서 들어도 되냐, 뭐 이런 식으로 물어보자. 선생님도 이건 그냥 플랜이라고, 고정은 아니라고 했었었거든. 뭐든 큰 아우트라인은 잡아 두고 가자고 했었거든."

"그렇구나. 그럼, 넌 이걸 언제 다 입력할 거야?"

"지금."

"그럼, 선생님한테 편지도 보낼 거 아니야. 너 혹시 나한테 한번 보여주고 보내고 싶어?"

"응. 근데 엄마 자야 되지?"

"아니, 안 자고 기다리고 있을게"


이렇게 말했거늘, 마미는 자 버렸고, 짱이는 아침이 되고서야 "엄마 잘 줄 알았어, 잘 잤지?"라며 연락이 왔다. 그리고 초안을 잡아둔 메일을 보여주고, "좋네"라는 말을 듣고는 텍사스 쪽이 업무 종료를 하기 직전에 맞추어 메일을 보내는 고등학자!


네 인생이니, 네 맘에 들어야지. 나야 뭐 "좋네"만 하고 좋지.

자기 자신의 흥미를 기준으로 여러 가지 카드를 신중하게 굴리는 짱! 보드게임을 할 때 기어이 나를 이겨 먹으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점수 차이를 내면서 머리를 돌리는 것을 즐겨 하더니! 그 땐 "뭐, 놀이를 얘는 이렇게 진지하게 하지? 승부욕이 너무 강한거 아닌가?"라고 걱정했었는데, 이게 이 아이 모습이고, 그 놀이가 두뇌가 성장하는 시간이었구나.


brittani-burns-gQG5VKXPFaA-unsplash.jpg 사진: Brittani Burns on Unsplash

해외 대학 시스템을 우린 "아직" 잘 모른다. 대학 졸업 후에 취업을 어떻게 할지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 무엇을 하든지 짱이는 자신이 방향타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옵션들 중에서 그 카드를 골랐을 때는 그것이 최적임을 확신하기에 집어 든다. 그럼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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