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등학생들이 소논문 쓰기를 학교에서 배운다! 좋지만, 그렇지만?!
"생각보다 안 나왔네."
"......(앗.... 무어라 반응하지?)......"
멀뚱멀뚱하면서 나는 짱이와 시선을 마주쳤다.
"엄마, 내가 어제 제출한 Research Paper, 그거 점수 왔네."
"그렇구나."
"180이야. 20점이나 깎였어."
"잘했구먼. 그 정도면 높은 거지. 잘했는데, 왜!"
아뿔싸! 마미는 포인트를 잘못 맞혔다.
"그게 아니야. 나 내용면에서는 만점을 받았어. 내 생각보다 많이 받았어. 근데 포매팅에서 20점 날아갔어."
주말을 고스란히 바쳐서 꼬박 14시간을 쉬지 않고 했던 작업이었다. English, 즉 미국 아이들이 "국어"라 부르는 우리 외국인 짱이에게는 가장 어려운 "그 아이들의 국어"에 매달렸었다.
이 과제를 처음 받아 들고 우린 놀라움을 추스리고자 한참 동안 대화를 해야 했다.
"리서치? 라니! 고등학생들인데, 벌써 리서치!라니?"
"근데, 엄마, 이걸 어디에 써먹는다고, 이렇게 배우게 해?"
마음이 진정이 되고, 의미를 나름 찾고, 어쨌든 해야 하는 것이니, 짱이는 시작, 그리고, 14시간을 달렸다.
10학년 미국 "국어"시간에 "소논문 쓰기"를 공교육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주제는 자유롭게 선정하고, 학술적인 자료를 조사하고, 인용 절차를 준수하는 것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공교육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의무교육과정을 밟는 청소년들이면 누구나 소논문 정도를 형식을 갖추어 연습해 보도록 하는 것은 고등학교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나는 무척 놀랐다. 우리 동네에서는 소논문을 고등학교 때 써 보는 건 몇몇 학교에서만, 그 특별한 학교에서도 몇 명만 해 보는 예외적인 일이라고 지금껏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량은 10장 내외였지만, 처음 걸쳐 보는 이 "정장"스러운 글쓰기에 짱이는 계속 움찔움찔 불편해했다.
이번 학기에 English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루었고, 짱이는 "우정"에 대해 과제를 계속하고 있었다. 결국 리서치 페이퍼 주제로 "SNS가 우정에 끼치는 영향"으로 잡았고, 이 주제가 과연 "리서치 페이퍼에 걸맞은가?"로 고민을 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다각도로 수많은 연구자들이 발표한 기존 자료들을 읽으면서, 신기해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비슷비슷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자신의 주장을 차별화할 수 있을지, 선생님은 과연 "기존 연구들과는 다르다고 판단하고 점수를 줄지"를 고민했었다.
"그렇게 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어. 엄마는 대학 가서 겨우 배운 내용, 그것도 아직도 파악이 안 되는 논문 쓰는 방법을 넌 벌써 배우는 거야. 충분해. 점수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아도 돼."
"엄마 성적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야. 나는 점수가 중요해. 이왕 하는 거 했는 만큼 받으면 좋잖아."
"그렇구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그래, 네가 마음 쓰고, 노력하는 만큼 높게 나오면 좋겠다."
주말 동안 14시간 마라톤 작업으로 자신의 첫 소논문을 쓴 것을 축하하며 제출했는데, 월요일 오전에 점수가 나왔고, 20점이 깎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처지는 딴 생각은 금물이고, AP Cal에서 수학 시험들을 치루면서 마무리를 해야 하는 .... 얼른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시험 보는 자세로 들어가는 짱.
"아하, 요거 때문인가?"
감정이 아직 처리가 안 된 모양이었다. 갑자기 다시 English 점수로 돌아가서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큰 소리를 낸다. 그리고는 내게 노트북을 들고 성큼 성큼 걸어와서 보여준다. 자신에게서 20점을 빼앗아간 원인을 이해하려는 고딩이. 14시간의 과정을 복기하면서 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배워서 그렇게 작성을 했고, 선생님이 지적한 내용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에서는 없었음을 내가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었다.
"너...... 이렇게 많이 배웠어? 혼자서? 엄마는 몰랐네.... 우리 딸... 멋있네. 많이 멋있네..."
"아니, 그래서, 엄마 생각엔 내가 20점이나 깎일 정도야? 이건 너무 했지 않아? 난 이렇게 되면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개의 과제에서 무조건 100점을 받아야 돼. 이번 과제에는 2가지 작은 과제로 되어 있어.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200점을 받아야지만, 내가 원하는 최종 점수를 받게 되는 거고, 만약 200점에서 조금이라도 놓친다면, 안타까운 상황이 되는 거야. 굉! 장! 히! 안타까운 상황! 시간이 없어서 마지막 과제는 보통으로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진짜 잘해 봐야겠다."
기말고사를 무사히 치르도록 엄마인 나는 이 대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짱, 선생님하고 의논해 보는 건 어때? 네가 지금 나한테 설명했듯이 선생님한테 상세하게 설명해 보는거야. 네게는 선택지가 아직 있어. 그렇게 설명을 해서 부분 점수라도 받을 수도 있지만, 전혀 못 받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선택은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해. 선생님 입장에서 다시 한번 학생에게 기회, 즉 점수를 조금이라도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어. 그건 그 분의 선택이야. 너로서는 외국인 학생으로, 이런 내용을 태어나서 처음 배웠고, 이번에 배운 내용에서는 네가 20점 깎인 부분이 언급이 안 되어 있었고, 충분히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건, 너도 알지? 내가 점수를 꼭 고득점을 받았으면 해서 이러는게 아닌 거. 난 과정이 중요해. 이런 상황은 또 있을 수 있어. 이렇게 경험해 보면, 20점을 떠나서, 더 잘 배울 수 있고, 또 점수도 올라갈 수도 있어. 이제 1개 남아 있는 과제에서 난 네가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는 건 별로야.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반드시 100점을 받아야만 한다. 1점도 빠지면 안 된다"는 스피릿은 부담이 되네."
"맞아. 하면 그렇게 받을 수도 있어. 하지만, 부담은 돼."
"잘 생각해 봐. 우린 시간이 없어.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드는 시간이 30분이면 되겠지? 마지막 1 과제를 하는데 쓸 시간도 제한되어 있지만, 이 시간에서 30분을 더 하고 덜 한다고 해서 편지를 써서 있을 수 있는 점수 변화만큼 우리가 확보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아. 선택은 네 몫이야."
"그러네. 편지 써야겠어."
"너 지금 시간 없는데, 30분을 쓸 가치가 있겠어?"
"Worth it."
방향키는 네 몫이다, 짱!
"근데, 나 지금 풀던 수학 다 하고 편지 쓸 거야. 그래도 되지?"
"네 시간인데 누구한테 허락을 구하니? 맘대로 하셔요."
이제야 마음이 정리가 되었나 보다. 나에게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20점이 어디에서 어떻게 깎였는지 전부 파악이 되었고, 지금은 자신에게 놓인 선택의 카드가 어떤 것인지도 이성적으로 분석이 되었나 보다. 다시 수학의 세계로 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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