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학교 3학년이었을까요? 그녀만큼 용감한 인턴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볼멘 듯한 목소리와 흘리듯이 웃는 웃음, 허공에 날아다니는 손짓... 그랬습니다.
"선생님, 그래도 미국대사관이 하는 건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확 근사해야 하잖나요?"
헐....... 나 이거 진짜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이 친구가.......
"그래요? 어떤 걸 보고 싶어요? 이 정도면 꽤 멋진데...."
그렇게 저는 연례행사 중에 가장 큰 프로그램인 한미여성세미나를 기획하고, 잘 마쳤습니다, 여느 해처럼.
전국에서 촉망받는 여성 리더들을, 그것도 모두 다른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분들을, 다양성을 최대한 반영해서, 초대하는 한국 여성 리더들만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성 리더들도 섭외할 수 있는 초특급으로 그렇게 늘 해왔는데, 이 인턴이 저를 자극하는 말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인턴은 세미나가 진행되는 내내 싱글벙글 웃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지요, 보기 좋으시죠, 선생님? 아, 저 행복해요."
헐...... 정말 이 친구의 용맹함은.....
"그래요? 좋아요? 됐네요. 미화님이 좋다니까, 나도 좋네. 하하하."
그랬습니다. 그녀는 "여성임파워먼트"라는 주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마음을 품고 있었고, 20대의 이상이 실현되는 것에 대사관 인턴이라는 책임감을 최선을 다해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이 인턴의 "우리가 하면 달라야 한다"는 하늘 높은 기준 덕분에 전국에서 초대한 차세대 여성리더들에게 더 진심으로 대민외교의 현장을 디자인할 수 있었답니다.
인턴십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한국 여성기관에서 인턴십을 또 하고, 이번에는 스페인으로 가서 인턴을 또 하고, 미국에 위치한 명문 대학원으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러 떠나고,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고,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을 하고....... 그렇게 뜨문뜨문 톡으로 우린 소식을 나눴습니다.
작년에 스페인으로 출장을 가서 휴일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카톡에 그녀의 이름이 떴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시간에 그곳에 그녀도 와 있었던 겁니다. 한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스페인이란 곳에서, 그간 휙휙휙 지나간 세월이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가웠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저를 먼저 알아보고 톡을 띄운 그녀가 고마웠고, 그 사이 결혼을 했다는 새 신랑도 얼떨결에 만나서 살짝 쑥스럽고, 등등등..... 너무 보고 싶었던 사람을 이렇게 우연히 만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올랐어요. 사진 속 제 얼굴에 이 여러 가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녀가 한국에 출장으로 잠깐 들어왔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오 마이갓! 너무나 근사한 모습으로, 그때 저에게 당찬 말을 던지던 그녀는 역시! 역시! 멋진 리더로 당당히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20대를 함께 했기에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 뿌리 깊은 나무처럼 뻗어나갈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청년들에게서 도전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신뢰한다는 것이라 생각해서 감사하답니다.
가즈아!!
* Top 사진: Unsplash의Jens Lind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