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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Nov 21. 2019

초보 작가의 첫 북토크


초보작가의

첫 북토크


출간을 하고 클래스를 겸해 북토크를 서너 번 했지만 오로지 책과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이것저것 다 뺀 진짜 첫 북토크였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수없이 강의나 프레젠테이션을 해왔기 때문에 별 탈 없이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머릿속이 하얘져 진땀이 났다. 누군가를 마주하고 앉아 내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도서관에 도착해 곧장 시청각실로 찾아 들어갔다. 2열로 정리된 테이블, 스크린이 준비돼 있었다. 딱딱한 분위기를 보니 긴장이 고조됐다. "혹시, 배치를 좀 바꿀 수 있을까요? 앞에 서서 하려니 너무 긴장이 돼서요. " 테이블을 이어 큰 디귿자를 만들고 내 자리에도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아늑해진 기분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물론 손바닥에 나는 진땀을 멈출 순 없었지만.


시작 15분 전, 짙은 회색 베레모에 양복을 갖춰 입으신 어르신이 가장 먼저 오셨다. 나와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아 수첩과 펜을 꺼내 책상 위에 반듯하게 올려두셨다. 순간 무어라도 적을 만한 내용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부담이 됐다. 미리 준비한 여섯 장의 메모와 독자들의 눈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 떨림은 고스란히 목소리에 스몄다. 초보의 순간은 늘 서툴고 불안하다. 가늠할 수 있는 경우가 수가 너무 적어 앞이 깜깜해지거나 하얘지기 일쑤다. 아무리 대비를 철저히 한다 해도 놓치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이 사실은 꼭 실전에서야 알아챈다. 당황스럽고 울고 싶은 순간이지만 타개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쏜 살같이 한 시간 반이 지나고 첫 북토크가 끝이 났다. “작가님! 잘 들었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려던 참이었다. 어르신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나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은 꼭 내가 한 마음고생을 안다는 듯 찡긋한 미소로 인사를 받았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무사히 끝난 게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제야 긴장이 탁 풀려 벌벌 떨며 횡설수설하던 모습이 선명해졌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이날을 곱씹고 다시 곱씹다 보니 쓴 물 빠진 자리에서 단 맛이 난다. 이 경험이 약이 된 모양이다. 문득 처음의 순간을 함께 해 준 독자분들과 자리를 채워준 도서관 직원분들, 시선 둘 데 모를 내 눈을 따듯하게 맞춰주던 아영 에디터님의 눈이 선하다.


사진과 /글리(@heyg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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