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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

by 글리


ep.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잡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올해로 반테이블은 12년 차를 맞았다. 그사이 우리는 급변하는 시장과 경제 환경 속에서 수많은 위기와 극복, 그리고 적응의 과정을 지나왔고, 개인의 생애 주기 또한 그 흐름과 함께 흘러왔다. 그동안 나는 20대를 지나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결혼을 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일이 삶의 중심이었다. 일의 흐름에 따라 쉬고, 일이 급하면 모든 것을 뒤로 미뤘다. 일과 삶의 균형을 굳이 따로 떼어 고려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통제 가능한 최소한의 규모 안에서만 생활을 유지하며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해 왔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해도, 그런 삶이 언제나 즐겁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괴롭고 팍팍한 날들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얻은 만큼 잃고, 잃은 만큼 얻는 것들이 얼핏 공평하게 맞물려 유지되어 온 듯하다. 그사이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문득 놀랍다.


무엇을 하든 흘렀을 시간이지만, 한편으론 못내 아쉽기도 하다. 가본 적 없는 길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건 비합리적인 감정이라는 걸 안다. 일어나지 않은 일, 선택하지 않은 삶을 상상해 봐야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단서가 되어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고삐를 풀고 가당찮은 상상을 하곤 한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반테이블은 앞으로 몇 년간은 그럭저럭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여느 때처럼 크고 작은 문제들을 헤쳐나가면서. 그러나 이렇게 유지되는 삶은 머지않아 사그라들 것이다. 서서히, 그리고 눈치챌 새 없이 어느 날 덜컥 찾아올 것이다.


인생이란 결과가 아니라, 평생 과정 위에 흘러가는 것이므로 목적지를 지금 정하는 건 다소 섣부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여정을 떠나고 싶은지 정도는 자문해 볼 수 있다. 다행히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며, 좋아하는 것들이 있고, 여력이 있고, 사랑하는 동료와 가족이 있다. 물론 그 속에 크고 작은 잡음과 번뇌가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일이 왜 없겠냐마는 어차피 인생은 행복할 일보다 불행한 순간이 더 많고, 기적보다 비극이 더 흔하므로 이 정도는 한참 참을만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다시 치열하게 고민해보려 한다. 불확실성 속으로 기꺼이 나를 던져 볼 참이다. 다시없을, 가장 젊은 이 순간을. 자고로 무서울수록 말이 많아지는 법. 잔뜩 쫄아있는 나 자신… 파이팅 해보자…



사진과 글 l @heyg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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