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는 13년간 스몰 브랜드를 이끌어 온 메이커의 사업 노트입니다. 성공담도, 창업 가이드도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시간이 지나며 어떤 얼굴을 드러내는지, 그 민낯을 기록한 현재 진행형의 고군분투기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기록하려는 이유는 과정에 있습니다. 시간을 견디고, 문제를 마주하고, 위기를 넘어서며 지나온 흔들린 여정을 돌아보며 그 안에 남은 감정과 선택들을 한 번쯤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도 저는 여전히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잡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습니다. 올해로 반테이블은 13년 차를 맞았습니다. 그사이 우리는 급변하는 시장과 경제 환경 속에서 수많은 위기와 극복, 그리고 적응의 시간을 지나왔고 개인의 생애 주기 또한 그 흐름을 따라 흘러왔습니다. 저는 20대를 지나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일이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일의 흐름에 따라 쉬고, 일이 급하면 모든 것을 뒤로 미뤄 둔 채 살아왔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굳이 떼어 놓고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해도 그 삶이 언제나 즐겁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괴롭고 팍팍하기만 했던 것도 아닙니다. 얻은 만큼 잃고, 잃은 만큼 얻는 일들이 어느 정도는 공평하게 맞물려 유지되어 온 듯 보였습니다. 그사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문득 놀라울 따름입니다. 무엇을 하든 흘렀을 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쥐어 본 적 없는 것이 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법이니 말입니다. 미련을 떨다 보면 후회가 깊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선택하지 않은 삶을 상상하는 일은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고삐를 풀고 가당찮은 상상을 해봅니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반테이블은 앞으로 몇 년간 그럭저럭 운영될 것입니다. 여느 때처럼 직면한 문제들을 아주 익숙한 방법으로 해결해 가면서요. 하지만 이렇게 유지되는 삶은 머지않아 사그라들 겁니다. 서서히, 그리고 눈치챌 새 없이 어느 날 덜컥 찾아오겠지요. 시간의 유속을 이길 만한 동력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우리는 2년의 시간을 마지노선으로 정했습니다. 핵심 문제를 정면돌파하지 못한다면 미련을 버리고 마침표를 찍자고요. 소멸되기 전, 잘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시작한 사람의 몫이기도 하고요.
그런 날이 오지 않게 하려면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그동안 학습해 온 ‘덜 실패하는 방법’ 대신, 크게 실패하더라도 문제의 핵심을 관통하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 선택하고, 시도하는 일. 2년 후의 가능성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일. 끌려가기를 멈추는 일입니다. 끝을 정해 두는 건 도망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평생의 과정 위에 흘러가는 것이기에 목적지를 단정 짓는 일이 다소 섣부르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정도는 자문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젊고, 건강하며 좋아하는 일과 사랑하는 동료와 가족이 있습니다. 물론 그 속에 크고 작은 잡음과 번뇌가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일이 왜 없겠냐마는, 어차피 인생은 행복할 일보다 불행한 순간이 더 많고 기적보다 비극이 더 흔하므로 이 정도는 충분히 견뎌볼 만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해 봅니다. 그래서 정한 시간까지 다시 한번 치열하게 고민해 보려 합니다. 불확실성 속으로 기꺼이 저를 던져 볼 생각입니다. 다시없을, 가장 젊은 이 순간을요. 자고로 무서울수록 말이 많아지는 법이지요. 그럼 일단, 시작해 보겠습니다.
글과 그림 ㅣ 정보화 @heyg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