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심리노트

chapter. 6

by 글쓰는 몽상가 LEE


* [심심한 심리노트]는 겹겹이 쌓인 마음의 깊이를 심심(甚深)하게 들여다보고, 일상에서 심심(心心)하게 스치는 감정 또는 사색을 담는 에세이입니다. 주로 심리를 주제로 한 영화 혹은 책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어떠한 울림을 받았는지 기록하고자 합니다.


최대한 영화 혹은 책 등 작품에 대한 줄거리나 설명은 간략히 할 예정이지만 일부 내용이 스포가 될 수도 있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Page. 12


[INTRO]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출처: 구글


* 저자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서시', '별 헤는 밤' 등 순수하고 서정적인 시와 저항 정신이 담긴 작품을 남겼다.



윤동주는 식민 통치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서정적인 시어에 담은 민족시인이다. 윤동주는 1941년 연희전문대학 졸업을 기념해 19편의 시를 모아 자선시집 《병원》을 출간하고자 했으나 스승 이양하 선생의 만류로 시집을 발간하지 못했다. 출간을 포기한 윤동주는 시집의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고치고 3부를 직접 작성하여 이양하 선생과 정병욱에게 1부씩 증정한다. 마침내 윤동주가 떠난 후 3년이 지난 1948년, 육필 원고를 가지고 있던 정병욱의 주도로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발행되었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작품들은 윤동주의 뿌리 깊은 고향상실 의식과, 어둠으로 나타난 죽음에의 강박관념 및 이 모두를 총괄하는 실존적인 결단의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작품 전반에 두드러지는 어둠과 밤의 이미지는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절망과 공포, 그리고 비탄 등을 드러내어 그의 현실인식이 비극적 세계관에 자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0042426>





자화상(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외딴 우물 앞에 서서 화자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쳐져 있다.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으며 한 사나이가 있다. 화자는 그 사나이를 보고 어쩐지 미워져 돌아가지만, 잠시 생각하면 그 사나이가 가엾어지기도 한다. 다시 우물로 돌아서 보면 사나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또 미워졌다가, 그리워졌다가 감정은 반복된다.


이 시에서 중요한 건 사나이가 바로 화자 자신이라는 점이다. 우물 속에서 바라보는 존재는 꾸밀 수 없는 나,
타인의 시선도 변명도 없는 고요한 자기 자신이다. 화자는 그 모습을 피하지 않고 반복해서 마주한다.

우물 속 사나이를 바라보는 과정은 혼자만의 고독과 같다.

감정은 일정하지 않고 미움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이 뒤섞이며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화자는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우물 속 사나이를 계속 바라보며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경험한다.


마지막 연에서 사나이는 '추억처럼' 존재한다. 반복되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화자는 그 사나이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완전히 이해하거나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그저 바라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고독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Page. 13


[인상 깊은 문장]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 사나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은 한 번에 정리되지 않는다. 미워졌다가 그리워졌다가 마음이 반복해서 흔들리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구절이 특히 마음에 남는 이유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마주할 때 느끼는 양가적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연민을 느끼고 멀리하고 싶다가도 그리워한다. 화자는 그 모든 감정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경험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고독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동시에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이 구절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우물 속 사나이는 단순한 자기 모습이 아니라 자연과 세상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나로 확장된다. 밝은 달과 흐르는 구름, 바람과 가을이 함께 있는 모습은 고독 속에서도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심리적으로 보면 자기 성찰과 위로가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을 보여주는 듯하다. 혼자 자신을 들여다보지만 그 안에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이 함께 깃드는 것 같다. 이 구절은 나에게 혼자가 되어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고독이 결코 완전히 쓸쓸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물 속 사나이를 바라보며 반복되는 미움과 그리움 속에서 깨닫게 된다. 이 시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혼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때로는 미움과 연민, 그리움 같은 감정을 동시에 불러오더라도 그 모든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힘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들리고 고독할 때조차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가 삶의 방향을 만들어주고,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으며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가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