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심리학

ep. 18

by 글쓰는 몽상가 LEE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꽈배기 언어를 배운 사람들의 심리(feat. 겨울이니까 춥지 그럼 덥냐?)

oyemike-princewill-VI2X0b01p6g-unsplash.jpg 출처: unsplash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참 다양한 화법이 있다고 느낀다. 친절과 다정이 베여있는 사람부터 모든 말을 꽈배기처럼 베베꼬아서 비아냥 거리는 사람까지. 인터넷에만 봐도 각종 희한한 화법에 상처받은 경험들을 꽤 볼 수 있다.



A: 총 15,000원입니다. 물건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B: 그럼 이걸 그냥 들고 가라고요?


C: 아 밖에 너무 춥다 그치?
D: 겨울이니까 춥지 그럼 덥겠냐



E: 음식 흘리면 옷에 묻으니까 조심히 먹어줄 수 있겠어?
F: 지금 저보고 먹지 말라는거에요?


예를 들면 이런식인거다. 이들은 독심술가마냥 상대가 본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말해주길 바라는걸까? 추측컨데 그렇게 말해줬다고 한들 삐딱하게 그거 아닌데? 라고 말하지 않을까.






매사에 삐딱하게 말하는 꽈배기 화법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를 가진걸까?

꽈배기 화법은 단순한 말버릇이라기보다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구조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수동-공격적 성향'이나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들은 분노나 불만을 느끼지만 그 감정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외부로 표현하는 데 강한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싫다', '불편하다', '이렇게 해달라'고 말하는 대신 질문이나 비꼼의 형태로 감정을 우회시킨다. 공격은 하고 싶지만 공격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은 모순적인 상태인 것이다.



# 질문의 형태를 빌린 공격

“그럼 이걸 그냥 들고 가라고요?” 라는 말은 질문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행동을 문제 삼는 표현이다. 이런 화법은 투사와 부정이라는 방어기제가 동시에 작동할 때 자주 나타난다. 자신의 불만을 직접 인식하기보다는 ‘상대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식으로 감정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정신분석 관점에서는 이런 말들이 종종 억압된 분노의 잔여물로 해석한다. 과거에 솔직한 표현이 갈등이나 처벌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는 경우 사람은 감정을 곧게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뒤틀린 안전한 언어를 발달시키게 된다.


# 관계에서 반복되는 피해자 포지션

꽈배기 화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화 이후에도 종종 억울함을 느낀다. “난 그냥 말했을 뿐인데 오해받았다”는 식이다. 이는 스스로를 가해자로 인식하지 않기 위한 심리적 장치다. 정신병리학에서는 자아 취약성을 보호하기 위한 피해자 동일시로 보기도 한다. 이 구조 안에서는 언제나 문제가 ‘상대의 과민함’이나 ‘상대의 눈치 없음’으로 귀결된다. 자신의 말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검토되지 않기 때문에 관계는 반복적으로 어긋나고 본인은 늘 “이상한 사람들만 만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자기 인식의 문제

이런 화법을 쓰는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언어화하는 능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자기 감정을 모르니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말은 점점 더 꼬이고 관계에서는 오해가 쌓인다. 그리고 그 오해는 “역시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라는 내적 신념을 강화시킨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꽈배기 언어는 하나의 성격적 방어 패턴으로 굳어진다.






꽈배기 화법이 불편한 이유는 단지 말이 날카로워서가 아니라 그 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분노인지, 요구인지, 농담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계속 긴장하며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어쩌면 이들은 솔직한 언어를 사용하면 관계가 깨질 거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은 비틀고, 책임은 흐리고, 감정은 질문 뒤에 숨긴다. 하지만 그렇게 지켜낸 관계는 결국 친밀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가장 성숙한 언어는 가장 공격적인 말이 아니라 가장 명확한 말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꽈배기처럼 꼬인 말보다는 조금 서툴더라도 똑바로 말하는 편이 관계에는 덜 상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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