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무기력은 쉽게 오지 않는다. 조금씩 쌓인 피로, 조금씩 쌓인 실망, 조금씩 쌓인 감정의 부담이 한꺼번에 겹쳐 나타난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몸은 움직이려 하지 않고 마음은 집중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를 우리는 종종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버텼던 마음과 몸이 보내는 신호다. 계속 달리고 참아왔던 시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라는 몸과 마음의 요청이다. 무기력은 슬픔, 서운함, 불안, 죄책감 같은 여러 감정이 겹쳐 나타날 때 더 크게 느껴진다.
한꺼번에 처리할 수 없는 감정이 많을수록 마음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잠기기 쉽다. 문제는 무기력을 스스로 탓할 때 생긴다.
“왜 나는 아무것도 못 하지?”
“다른 사람들은 잘하는데..”
그렇게 자기 비난이 겹쳐 무기력은 더 깊어지고 길어진다. 그래서 무기력도 감정노트에 적어보는 게 도움이 된다. 그저 흐름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무기력은 조금 가벼워진다.
지금 내 마음은 무엇으로 지쳐 있는가
무기력한 상태에서 작은 변화는 무엇이 가능할까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는 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무기력을 잠시 멈추고 정리하면, 다음 행동은 무엇이 될까
무기력은 결코 나쁜 감정이 아니다. 잠시 멈추고 기록하고 호흡을 고를 때 다시 움직일 힘이 돌아오기도 한다.
오늘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그냥 앉아 있어도 좋다. 그리고 그 상태를 한 줄이라도 적어보자. 무기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준비를 돕는 감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