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4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반복적으로 놀리고 밀치고 배제하는 행동들. 겉으로 보면 장난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장난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교나 집단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왜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을까.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 4명의 가해자로 인해 주인공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아팠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몇몇 장면들에서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보기 힘들 정도였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영혼을 짓밟고 앗아가는 것을 재미나 유희쯤으로 여기는 악마와도 같은 이들의 심리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신역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누구나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분노와 좌절, 열등감과 같은 감정은 마음속에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밖으로 분출한다. 문제는 그 감정을 실제 원인이 되는 대상에게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억압적인 분위기, 성적에 대한 압박, 관계에서의 좌절 등등. 이런 감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 표현하기는 상황과 인물에 따라 위험하거나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럴 때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공격성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상에게 옮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전치' 혹은 공격성의 이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 집단 안에서 고립된 사람, 혹은 반격하기 어려운 사람은 이런 공격성이 향하기 쉬운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공감 능력의 차이이다. 사람은 보통 타인의 고통을 어느 정도 감지하면 반사적으로 행동을 멈추게 된다. 상대의 표정이나 반응을 통해 '이건 지나쳤다'는 신호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정서적 공감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단순한 놀이 혹은 관계 속의 역할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 순간 상대는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놀림받는 애', '만만한 애' 같은 역할로 축소된다. 이렇게 되면 행동에 대한 죄책감은 줄어들고 괴롭힘은 점점 더 반복되기 쉬워진다.
괴롭힘은 종종 개인의 행동이라기보다 집단의 분위기 속에서 강화되는 면이 있다. 누군가가 먼저 웃고 누군가가 먼저 놀리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흐름에 쉽게 편승하는 것이다. 이때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크게 줄어든다. 심리학에서는 '책임의 분산'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다들 하고 있었어.
이런 생각은 개인이 느껴야 할 죄책감을 집단 속으로 흩어 놓고 괴롭힘은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괴롭힘이 개인의 자존감과도 연결되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의 위치가 불안할 때 다른 사람을 낮추는 방식으로 심리적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누군가를 집단의 아래쪽 위치에 두면 자신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의식적으로 계산된 행동이라기보다 무의식적인 방어 기제로 작동할 때도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타인을 괴롭히는 행동이 일종의 심리적 방어가 되기도 한다.
괴롭힘의 심리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유를 이해하려는 순간 마치 그 행동을 이해해줘야 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그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행동이 왜 반복되는지 왜 어떤 집단에서는 쉽게 멈추지 않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괴롭힘은 한 사람의 행동으로 시작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계속되는 이유는 주변의 침묵 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함께 동조하며 웃고 있었는가
모른 척하고 있었는가
아니면 멈추려고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