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심리학

ep. 23

by 글쓰는 몽상가 LEE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넌 나의 꿈이야(feat. 나의 못다한 꿈을 대신 이루어주렴)

christian-erfurt-sxQz2VfoFBE-unsplash.jpg 출처: unsplash


우리 애는 꼭 의대 갔으면 좋겠어요.
나는 집안 형편 때문에 포기했거든요.


나는 못 했지만 우리 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넌 나보다 재능이 있어.
엄마 아빠 소원인 거 알지?”


이러한 말들은 어찌보면 그저 자식을 아끼는 마음처럼 들린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은 진심으로 아이의 성공을 바라고 더 넓은 세상에서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이의 꿈을 묻는 질문보다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질문하며 아이가 선택을 망설일 때보다 부모가 더 불안해한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아이의 삶이 자신들이 못이룬 어떤 미완성 과제처럼 다루려고 할 때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이런 모습을 보며 교육열이 강하다거나 자식 사랑이 지나친 것으로 말하기도 한다.


왜 어떤 부모에게는 자녀의 성취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걸까.






# 심리적 투사와 동일시

이런 현상은 종종 투사적 동일시 또는 대리 성취의 형태로 이해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남긴다. 포기했던 꿈, 선택하지 못했던 길, 혹은 놓쳐버린 기회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미완성의 아쉬움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는다.

나는 원래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환경만 달랐으면 달라졌을 텐데.


이런 생각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이 미완성의 서사가 완전히 개인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자녀에게 넘어가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얻게 된다.

나는 못 했지만 너는 할 수 있잖아.


이때 아이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라기보다 부모의 미완성 서사를 이어받은 연장선처럼 다뤄진다.



# 나르시시즘의 확장

일부 경우에는 이런 모습은 나르시시즘적 확장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부모의 자아 경계 안에 자녀가 포함되는 구조인 것이다. 아이의 성취는 곧 부모의 성취가 되고 아이의 실패는 부모의 실패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성적표 하나에 감정이 크게 흔들리고 입시 결과 하나에 자존감이 무너진다. 겉으로 보면 '아이를 위해서' 하는 행동처럼 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자아의 일부를 방어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이 구조 안에서는 아이의 선택이

단순한 진로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가 된다.



# 불안의 전이

많은 부모들은 사회가 얼마나 경쟁적이고 기회가 제한적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까 봐 불안해한다. 이 불안 자체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지나치게 확대될 때 문제가 된다.

지금 안 하면 늦어.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너만 그래.
이 정도는 해야 살아남아.

아이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조언이 어느 순간 불안을 관리하기 위한 통제로 변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은 진심으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더 좋은 삶을 바라며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어느 순간 아이의 삶이 부모의 미완성 서사를 완성하는 도구가 될 때이다. 그때 아이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기대를 따르는 사람이 된다.


부모들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아이에게 꿈을 주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 꿈을 맡기고 있는 걸까.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진로 계획이 아니라 '삶이 결국 자신의 것' 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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