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
* [심심한 심리노트]는 겹겹이 쌓인 마음의 깊이를 심심(甚深)하게 들여다보고, 일상에서 심심(心心)하게 스치는 감정 또는 사색을 담는 에세이입니다. 주로 심리를 주제로 한 영화 혹은 책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어떠한 울림을 받았는지 기록하고자 합니다.
최대한 영화 혹은 책 등 작품에 대한 줄거리나 설명은 간략히 할 예정이지만 일부 내용이 스포가 될 수도 있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오늘은 감정을 가라앉히는 음악이 아니라 감정의 가장 원초적인 반응을 건드리는 음악을 다뤄보고자 한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Jaws, 1978)] 속에서 등장하는 [죠스 테마]이다. 이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단 두 개의 음이 반복될 뿐이다. 그런데도 이 짧은 동기는 수십 년 동안 관객의 심장 박동을 조금씩 빠르게 만들어왔다.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어떤 존재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물속에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1932–)
존 윌리엄스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재즈 드러머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 환경 속에서 자랐다. 가족이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뒤 그는 UCLA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이후 피아니스트와 편곡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는 재즈 연주자와 스튜디오 음악가로도 활동했으며, 여러 영화 음악 녹음 세션에 참여하면서 영화 산업과 가까워졌다. 1950-60년대에는 TV와 영화 음악을 작곡하며 경력을 쌓았고 점차 할리우드에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화 죠스(Jaws, 1978)였다.
이 영화에서 사용된 죠스 테마는 단 두 개의 음으로 구성이 단순했지만 점점 고조되는 반복을 통해 관객에게 강한 긴장과 공포를 만들어냈다. 이 음악은 영화 음악이 얼마나 간결한 구조로도 강력한 감정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단순히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멜로디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억 속에 남아 그 장면의 감정을 다시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장면보다도 음악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는 영화 속 세계를 만드는 또 하나의 감독에 가까운 인물일지도 모른다.
이 음악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두 개의 낮은 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느리고 조용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속도와 강도가 높아진다. 음악적으로 보면 특별한 멜로디나 화성 진행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리듬과 반복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반복되는 패턴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예측을 시작한다.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음악은 그 예측을 끊임없이 미루면서 긴장을 유지한다. 음악은 계속 같은 두 음을 반복할 뿐 아무런 해소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물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경험과 비슷하다. 무엇인지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만 점점 커지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공포는 종종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위험이 명확하게 드러났을 때보다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인간의 뇌는 더 많은 상상을 만들어낸다.
죠스 테마는 바로 그 지점을 음악으로 구현한다. 관객은 상어를 보기 전에 이미 공포를 느낀다.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의 상상 속에서 위험이 먼저 형체를 갖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음악이 영화 속에서 상어의 시점처럼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음악이 흐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무언가가 사냥을 시작했다'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화면 속 인물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도 관객은 이미 긴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음악적 장치는 영화 전체의 긴장을 설계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죠스 테마를 듣고 있으면 공포가 꼭 거대한 사건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아주 작은 신호가 감정을 움직인다. 단순한 반복과 미묘한 리듬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까지.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 불안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겨나는 것 같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어떤 생각이 계속 반복될 때 마음은 서서히 긴장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작은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크게 느껴지는 감정.
이 음악은 그런 심리의 움직임을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두 개의 음이 천천히 반복될 뿐인데도 우리는 이미 어떤 상황을 상상하고 감정을 준비한다. 공포는 음악 속에서 직접 말해지지 않는다. 다만 다가오고 있다는 감각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