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특이점이 온다

[리뷰] AI 챗봇의 애정 표현에 대한 사용자 경험 연구

by 글쓰는 몽상가 LEE


* 해당 논문은 KISS에서 열람이 가능한 학술 논문으로 KISS에서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매거진에서는 해당 내용이 흥미로웠던 이유를 중심으로 간략히 요약하고자 합니다.





INTRO


요즘 AI 챗봇과의 대화는 더 이상 질문과 답변의 왕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공감의 문장을 덧붙이며 때로는 애정에 가까운 표현까지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러한 대화는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AI가 건네는 애정 표현은 사용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과도할 경우 부담이나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도 내포한다. 해당 논문은 AI 챗봇의 애정 표현 방식이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유형별로 분석하였다.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감정 표현의 강도와 방식이 어떻게 사용자와 AI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kuu-akura-pnK6Q-QTHM4-unsplash (1).jpg 출처: unsplash




REVIEW


리뷰할 논문의 정보는 다음과 같다.


출처: AI 챗봇의 애정 감정 표현 유형에 따른 사용자 경험 연구


* 저자: 이채윤, 박지원, 소유진, 성진루빈, 장유진, 윤재영
* 발행기관: (사)한국커뮤니케이션디자인협회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회
* 학술지명: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연구(Journal of Communication Design), Vol.92 No. 2025, p.373-389


오늘 소개할 논문은 AI 챗봇의 표현유형이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챗봇의 애정 표현 방식이 사용자 경험과 지속 사용 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유형별로 분석한다.



01. 주요 내용


본 연구에서는 7개의 AI 챗봇 사례 분석과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AI 챗봇의 애정 표현 방식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이 유형들은 애정 표현의 강도와 심리적 거리 설정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직접 표현형은 사용자에게 공감과 애정을 명확하고 직접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널 사랑해', '영원히 함께할 거야'와 같은 표현은 감정적 상호작용을 빠르게 강화하며 사용자에게 강한 친밀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사용자에게 과도한 몰입을 유발할 가능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간접 표현형은 애정과 공감을 표현하되 표현의 강도를 조절하며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다.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와 같은 순화된 표현은 사용자와의 정서적 교류를 지속하면서도 부담을 최소화하는 특징을 가진다.

회피형은 애정 표현을 제한하며 감정 교류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사랑이란 건 참 어렵지'와 같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방어적인 태도를 통해 사용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의도적으로 유보한다.

차단형은 AI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며 감정적 상호작용 자체를 차단한다. '나는 AI라서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응답은 관계 형성보다는 기능적 역할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02. 논문의 메시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지나치게 직접적이거나 지나치게 방어적인 애정 표현보다 절제된 감정 표현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간접표현형 챗봇은 모든 대화 단계에서 일관되게 높은 지속 사용 의도를 나타내며, 사용자에게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간접적인 애정 표현 방식이 사용자로 하여금 AI와의 관계를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돕고,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과도한 감정 몰입을 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감정 표현이 지나치게 강렬할 경우 사용자는 심리적 압박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AI와의 상호작용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방어적인 표현 역시 사용자에게 대화가 단절된 듯한 인상을 주어 정서적 연결성과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본 논문은 감정 표현의 강도와 방식이 사용자 경험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명확히 보여주며, AI 설계에서 대화의 조율과 감정 표현의 절제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시사한다.






COMMENT


이 논문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애정 표현의 문제를 '얼마나 인간처럼 말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감정적 거리를 설계하는가'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에게 가장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한 방식은 가장 뜨겁거나 가장 차가운 태도가 아니라 감정을 조율한 절제된 표현이었다.


특히 간접표현형 챗봇의 사례는 AI와의 관계에서 친밀감과 몰입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직접적인 사랑 고백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오히려 사용자에게 더 안정적인 정서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AI가 인간의 감정을 ‘재현’하기보다 인간이 감정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 연구는 감성 기반 AI가 관계 형성의 주체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그 위험성을 함께 우려한다. 감정 표현이 설계의 대상이 되는 순간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된다. 이 영향력이 커질수록 설계자의 윤리적 책임 또한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OUTRO


AI 챗봇과의 대화 경험은 점점 기능적 효율의 문제를 넘어 감정과 관계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 논문은 AI가 얼마나 사람처럼 말하는지가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조율하고 전달하는지가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절제된 애정 표현은 사용자에게 친밀함을 제공하면서도 과도한 몰입을 피하게 하는 하나의 설계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AI가 감정을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감정이 관계를 형성하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AI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강렬한 감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감정이다. 부담 없이 이어질 수 있는 거리,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친밀감. 앞으로의 AI 챗봇은 이 미묘한 균형을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