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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객 Jun 03. 2024

혹시 인종 차별?

[7일 차]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

폰페라다를 떠나 다음 도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로 가는 길은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폰세바돈 전후로 산을 넘나들었던 것에 비하면 꽤나 한가로운 걸음걸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라는 지명은 몹시도 외워지지가 않았다. 다른 지명들도 매 한 가지이긴 하나 이 도시는 더욱이 외워지지 않았다. 누군가와 갑작스레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도저히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곤욕스러울 정도였다.

오는 길은 무난했어도 전날에 식사 파동이 있었던지라 이날은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그럴듯한 바에 들려 식사를 해결하려고 일찌감치 결정했었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조의 초입 언덕에는 다행히 테이블이 놓여있는 마당공간이 매력적인 한 바가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냥 지나쳤는데 광장 쪽에는 순례자로서 맘 편히 식사할 바가 적당히 보이지 않아서 굳이 그 언덕을 도로 올라가 식사를 했다. 다행히 그 사이에 자리는 많이 생겨있었다.


바의 바깥에는 보기 좋게 그림으로 표현된 커다란 메뉴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 홍합이 들어간 매콤해 보이는 한 메뉴가 있었는데 어떻게 발음할지 몰라 사진을 찍어 데스크에서 그 메뉴를 주문을 했다. 날은 한도 없이 계속해서 더워지고 있어 열을 달랠 맥주 한잔도 같이 주문했다. 맥주는 그 자리에서 따라주어 직접 들고나갔고 음식은 직원으로부터 서빙이 되었다. 마당의 나무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니 그리 늦지 않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음식이 나올 때 바게트 빵 두 조각이 함께 나왔다.

식사를 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음식 없이 맥주만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사이즈가 내 것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몇 모금이면 사라질 것만 같은 내쪽의 사이즈와 달리 다른 사람은 전형적인 생맥주의 사이즈를 즐기고 있었다. 진지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혹시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 순간 메뉴판에 영어로 표기된 설명이 보였다. "파스타와 피자 메뉴에는 맥주나 음료가 포함됩니다." 나의 맥주는 단지 음식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것이었어서 다른 사람보다 그 사이즈가 작았을 뿐이었다.


무지한 순례자 한 명이 선량한 자영업자 식구를 오해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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