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法創業(불법창업) [J+Start]

규제를 마주한 스타트업의 첫 1.5년 (feat.규제샌드박스)

by J plus
Target 독자
- 모든 예비 창업자
- 법과 제도의 벽 앞에 선 창업자
- 기존 산업의 허점을 파고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인 기획자
- 정부 제도와 스타트업 사이에서 방향을 고민 중인 실무 담당자
- ‘이게 불법이면… 대체 뭐가 가능한 건데?’ 같은 생각을 해본 사람들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나는 회사를 다니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도 있었고, 공동창업자와의 논의도 충분했고, UI/UX 설계까지 진척이 있었다.

시장 반응을 테스트할 MVP도 개발 중이었고, 고객 인터뷰도 꽤 진행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주 큰 걸 놓치고 있었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행법상 불법’이었다.


국내 스타트업 중 상당수는 규제와 함께 출발한다. 특히 새로운 시장을 정의하려는 스타트업일수록, 법보다 너무 앞서 있는 경우가 많다.




1. 스타트업의 무지(無知)


우리는 규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다. 아니, ‘알아야 할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스타트업 창업이라 함은 모름지기 고객의 Pain Point를 해결하고, 내 경험에서 파생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변호사도 아니지만 직접 법전을 살폈다.

어설픈 법률 지식으로 하나하나 조항을 분석했고, 이해관계자들을 정리했고, 법의 의도를 추정했다.

결론은 명확해 보였다. 우리 사업은 불법이었다.

(관련 글 : 최근에 올렸던 "역대 대통령 규제~~"라는 글이 있다. 그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난 규제가 심한 산업에서 종사하고 있었고, 또 다른 규제 환경 하에서 창업을 하는 짓?을 했다.
https://brunch.co.kr/@global21jk/12)




2. 법망 회피는 답이 아니다


일반적이라면 다른 아이템을 찾았겠지만, 다수의 창업가들이 그러하듯이 나에겐 이 아이템이 곧 나 자신이었다.

(창업자 혹은 무언가 기깔나보이는 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고민해봤던 사람들이라면 안다.)


그래서 법망을 우회 or 회피하는 전략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침 그 시기에, ‘다금지법’이 발표되며 사실상 서비스 종료 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은 이미 대중화에 성공했고 열광적인 이용자 층이 있음에도, 법망을 넘지 못했다.

(타다 사건 ; 개인적으로 굉장히 Respect하는 이상적인 혁신 모델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대한민국 규제 혁실에서 혁신 방법으로서는 부적합한 모델이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로서 확신하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우회 or 회피는 답이 아니다.




3. 스타텁 규제혁신의 유일한 창구: 규제샌드박스


아이디어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규제샌드박스’라는 제도에 기대기로 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규제 혁신을 위한 대표 정책으로 밀던 제도였고,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신청서를 쓰기 위해 3주간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창업가들에게 모래판에서 뛰어놀라며 규제를 유예하거나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주는 제도인데, 딱 2019년을 전후하여 출범 했고, 당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공약을 실행하는 제도로서 정부의 적극적인 활성화 노력이 기울여지던 시기였다.)


아이템의 사회적 가치, 법령, 이용 시나리오, 리스크 대응 방안까지 담을만한 것은 모두 담았다.

접수 직후, 주무부처 담당자의 피드백은 이랬다.

“수정할 게 없습니다. 완벽합니다.”


나는 곧 승인될 줄 알았지만 정부 법령 소관부처로부터 3개월 뒤 날아온 답변은 “불수용”이었다. 두둥 ㅆ..

(규제샌드박스 주무부처와 법령 소관부처는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불수용'은 창업의 유일한 창구가 막힌 것과 같았다.




4. 정부가 일하는 방식, 그리고 "특례 승인"


우리는 주어진 대화 채널을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논리’보다 ‘명분’을 보고, ‘조용한 아이’보다 ‘배고픈 아이’에게 기회를 준다.

우리는 ‘명분 있는 배고픈 아이’ 전략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사전검토위원회(사검위)’라는 심의기구를 통해 정부와의 입장 차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기 어려운, 배고픈 아이에게 주어지는 대표적인 대화 창구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조건부 승인 의견을 받아냈고,

다시 두 달을 기다린 끝에, 총 1년 6개월 만에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ㅠㅠ




5. 진짜 비결은 따로 있다


규제 혁신을 뚫어낸 진짜 비결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모든 특례 기업마다 제각각 문제와 해결 과정들이 있겠으나, 아래 내용은 거의 공통 비결이라고 본다)


1) 정부의 느린 속도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2) 공무원들의 ‘소극행정’ 속에서 기회를 캐내야 한다.

3) 빈약하나 강력한 명분들과 싸워서 설득해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4) (우리는 아니었지만...) 제도가 활성화 되면 될수록 로비가 중요한 비결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 부처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의견 전달이라는 명분 하에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듯 하다. 룸싸롱 접대 같은거 아님~)




우리의 창업 여정에서 이 1.5년은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규제와 싸운 시간은,

사업 모델을 재정의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정치적/법률적 언어로 대화하는 법을 익혔고,

상대의 명분을 내 논리보다 우선시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불법’의 경계에 서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는 그 경계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말할 수 있는’ 사람 정도는 되었다.


--


향후 발행 예고(시기 미정ㅋ)

-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업체로서 만났던 각종 난제들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생각과 기록들

-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미래 방향에 대한 제도의 수혜자?피해자?경험자?로서의 이야기

- 하기 전엔 알기 힘든 규제샌드박스의 구체적인 제도 설명


같은 내용들을 다루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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