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정년
직장생활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것은 느낌표일까 마침표일까. 혹자는 인생의 반환점, 새로운 제2 인생의 출발점이라고도 말한다. 한 직장을 선택하여 30여 년을 오직 앞만 보고 달렸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나이가 벌써 예순에 와있는 중년이다.
요즘 소리 없이 지나간 줄 알았던 남성의 갱년기가 다시 찾아온 것일까. 밤잠을 설치고 사소한 것에도 속상해하고 서운해지기 십상이다. 직장인의 월요병은 주말 이후 첫 출근을 하기 싫어하는 말인데 지금의 나는 매일매일이 월요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30여 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 버티고 지탱해 준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십 대, 회사 신입사원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딛으면서 젊음을 불태우며 열정적으로 회사생활을 영위했고 살아온 삶이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다.
삼십 대, 신혼의 꿈은 잊은 채 회사와 집을 오가며 회사도 집인 양 늦은 귀가와 이른 출근을 하며 주인 아닌 머슴으로 하루하루 삶에 충실했다. 첫째를 낳고 결혼한 것을 느꼈고 둘째를 낳고 부양해야 할 자식이 있음을 느낄 정도로 현실보다 자각이 늦은 형광등과 같은 삶으로 현실을 바쁘게 열심히 살았다.
사십 대, 직장 중견간부로 영업관리자대상과 MBA석사과정, 지방근무 발령 등에도 책임 있는 직장인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살아갈 쯤에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자녀 삼 형제는 어느덧 성년이 되어있었다.
오십 대, 직장생활에 승진이 멈추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감이 반복될 50대 초반쯤에 사무직 직장인의 태풍은 예고 없이 강하게 나에게도 폭풍우로 몰아 쳤다. 몇 번의 병원입원과 보직변경의 고비를 넘기고 있을 쯤에 직장정년은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되었고, 사랑하는 나의 그리운 엄마는 말없이 아버지 곁으로 홀연히 외길을 떠나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 55세 정년이었기에 퇴직 후의 삶일 수 있는 지금의 나의 일과는 현업에서 한발 물러나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며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하면서 현업업무를 지원하는 일들로 압박과 스트레스의 부담은 다소 줄어든 회사생활을 보내고 있다.
직장인의 꿈인 임원보직은 아직도 가슴 깊은 한켠에 꿈틀거리나 나이와 능력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저 주어진 나의 일에만 몰두해 나가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지금의 회사생활은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왠지 가슴 한편이 뭉클하고 어떻게 마무리 짓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삶일까 고뇌하며 지낸다.
회사로부터 받는 월급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해야 밥값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인데 가끔 업무처리나 능력이 다소 예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은퇴나이 만 60세라는 정년이 정해져 있듯이 나 자신의 의지적 활동도 영원하지 않을 수 있기에 오늘 보내는 이 하루가 나에게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는까를 되새겨 본다.
그저 하루를 보내고 급여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것에 만족하는 삶이 아닌 한평생을 살고 있는 주어진 내 삶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인지하고 제2의 인생준비를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다짐해 본다.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둘 것이기에 먼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힘찬 또 한걸음을 오늘도 출근으로 내디뎌 본다.
20대 중후반에 입사하여 학교생활보다 더 오래 다니면서 배웠던 곳, 소중한 인연을 만나 자녀를 키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곳, 추억과 경험담이 묻어있는 선후배를 뒤로 한 채 조만간 새로운 발걸음을......(한 걸음 또 한 걸음)...... 주어진 나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