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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rain May 03. 2016

일어 배우기! 벌써 1년ᆢ

일어 수업의 풍경 그리기

마트에 들러 장바구니에 과일을 담고있는데 밖에 비가 온다며 입구에 막 들어선 아주머니가 우산을 접으며 비소식을 알렸다


"어쩐지 하늘이 잔뜩 내려앉았더라구ᆢ"

한 아주머니의 표현이 참 맞춤 표현이라 공감되었다


오는듯 마는듯하더니 밤늦게 또 한차례 비 뿌리는지

윗집 베란다  홈통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소리가 제법 크다가 잦아들다가 하는데

간간이 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계속 되는걸 보니 밤사이 쉽게 그칠 비같지는 않다


빗소리를 들으며 늦깎이 학생으로 시작한 일어 숙제를 하려니

책장 들추기가 바위돌 하나 들추는것처럼 마음도 손도 둔하고 무겁기만 하다

범생이가 아니라서 숙제는 미루다 미루다 수업 전날까지 켕길만큼 끌어안고 있다가 해치우고나면 날아갈듯 뿌듯한데 거기까지 가기가 참 더디다


큰 욕심 안부리고 여행가서  간판이라도 좀 읽을 줄 알고 굵직굵직한 표현만이라도 알고싶어서 시작한 공부가 1년이 지났는데 학습장애가 있는지ᆢ

실력 향상은 더디기만 한데

수업 빠지지않고 교실에 앉아있는 것만도 어디냐  혼자 용기를 북돋아가며 간신히 다니고 있다


나이를 많이 먹어서 젊은이들과 달리

 "아따마가 와루이하니까(머리가 나쁘니ᆢ굳었으니)

이쇼켐메  뱅꾜시마쇼(열심히 공부하세요)"


젊은이가 10번을 들으면 백번을 들어야 배운게 머리에 들어간다고 늘 저소리를 강조하는 선생님의 협박(?)에도 나이많은 학생들은  샘의 저 말이 나오자 마자  

'말도 안돼 그걸 어떻게 해ᆢ"라는 공범끼리 주고받는것 같은 눈짓을 해가며 서로 웃는다


나이 들어서 서로 '아따마가 와루이'한것에 대한 처량 맞은 공감과

선생님 말을 안듣는 학생으로서의 공감

뭐 그런 것들이 섞인 동병상련ᆢ


집에 오면 책가방 던져놓고 놀러 뛰어나가는 어린 학생들과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들까지 다함께 선생님 말 디게 안듣는 오갈데없는 딱 학생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왕년에 일어 좀 하신분들도 있는데  왕초보반과 초급반을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진급을 안하신다

대략 60세가 넘어가는 분들의 모습이다 머잖아 내가 맞게될 나이ᆢ

 

일어샘의 수업중 깨알 재미가 잠시 옆길로 새서 일본사회나 문화에 대한 얘기를 듣는건데

은퇴하고 수업 들으러 오는 아저씨들 ㅜ

할아버지라 하기엔 좀 젊고 아저씨라 하기엔 좀 늙수그레한 남자분들은 수업 듣는 모습이 좀 전투적이다

어디가나 깐깐한 사람은 꼭 있다


수업 시간에 옆길로 새는 일은 한가하게 아주머니들이랑 수다떠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긴장을 풀고 즐기며 들어도 되는

'잠시 쉬었다가실께요~'  이야기에도

책에만 눈길을 박고 귀만 마지못해 슬쩍 열어둔 모습이고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라는 듯한 아우라가 온 몸으로 발산된다


수업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 조금만 어그러지면 총알 항의에ᆢ

질문할 때도 좀 긴장하게 만드는 말투라서 독일 병정이 생각났다

독일 병정은 대학때 친구 아버지가 통금 시간 따박따박 재던 분인데 말투도 그렇고 우리가 하도 무서워서 붙인 별명이다


박명수의 호통개그도 덩달아 떠오른다

저아저씨 집에서 보나마나 호통쟁이겠다 싶은데  그걸 보는 아주머니들 왠지 집에 비슷한 사람 또 있다는 표정으로 생각보다 심드렁ᆢ

그러다보니 샘도 눈치가 보여 열강에 열강하다보니 저멀리 혼자 내빼는 진도따라가기가 바쁘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학생이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냐"

어디서 많이 듣기도 하고 해보기도 한  소리같은데

학생들에겐 와닿지도 않고 무지 듣기 싫은 소리였을거다


공부만 하면 되었을 학생시절엔 왜그렇게 공부 말고는 다 재미져보이던지ᆢ

인생은 정말 엇박자의 연속인가보다

박자 딱딱 못 맞춰 사는건 나만 그런건 아니겄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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