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최적인 '그런 학교'는 없습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우리 평범한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 중에 하나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이라 해도 틀림이 없습니다.
좋은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더 좋은 환경과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할 것 같고, 대학 진학이나 취직에 있어서도 '더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며, 그 좋은 학교를 선별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부모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분들 중 필자와 비슷하게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해외유학을 직접 경험한 유학파도 상당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고 주변에 가족 또는 주변에서 외국 유학을 다녀온 지인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자녀를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 (또는 본인이 직접 유학을 가는 경우) 제일 먼저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인터넷에서 유학 정보를 찾아보는 방법이나, 보편적으로 유학원에 의지하여 비용을 지불하고 정보를 사서 수속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학교'라는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며 필자는, 자신 있게 '모든 학생에게 다 좋은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유학원들도 표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비슷하거나 공신력이 있는 자료일 수 있겠지만,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목표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으로 학교와 지역을 추천해 줄만큼의 경험과 정보력을 가진 유학원은 많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학원은 오너의 해외 경험과 회사가 가진 자본을 바탕으로 모아진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요가 많지 않은 '비관심' 지역이나 의뢰인이 원하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또는 폭넓게 졸업 후 취업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까지 생각한 솔루션을 제공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건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결정하게 되던지 그것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며, 그에 따른 결과도 학생의 인생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다각도에서 여러 가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화의 오류’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이 개념을 교육방법 또는 학교 선택에 적용해 말하자면 ‘모두에게 최적인 학교는 없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필자가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해외유학을 했다는 이유로,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 또는 후배들에게 미국 유학 관련 많은 질문을 받았고, 지금은 지인들이 자녀의 유학과 관련하여 조언을 구하러 오는데 그럴 때마다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유의미한 조언을 해주려는 생각에, 이것저것 되물어보는 순간 그런 질문들을 듣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학교에 대해 ‘거기 좋아요’라는 확답을 듣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딱히 시간을 내 고민할 필요 없이 ‘생각하신 거기 학교 괜찮아요’라는 수준에서 마무리 짓습니다. 어차피 이분들은 스스로 마음의 결정은 이미 마친 상태이고, 단지 제삼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란 걸 알기 때문에 자세한 조언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유학생들에게 잘 알려지고 선호되는 ‘좋은 학교’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유학원이나 지인이 추천하는 그 학교들은 분명히 이렇게 많은 선택을 받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작 '유학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각 가정이 처한 환경 (특히 경제적 환경, 유학생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의 교육관 및 훈육방법, 아이의 성향,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인사이트 등 이 각기 다 다르기에 어느 특정학교가 이 아이에게 '딱 맞는 학교'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백하자면, 필자가 20대 때 했었던 조언들은 지금 생각하면 '학생'의 시야에서 얄팍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말들이라면, 현재는 유학을 마치고 20년 동안 여러 나라를 거쳐가며 직장생활과 학부모 노릇을 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훨씬 더 다양한 방면에서 의미 있는 조언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아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주제를 던지고, 아이의 성향에 따라 어떤 환경이나 학교를 고려하면 좋을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우선 아래의 몇 가지 밀문만 제시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아이가 개인과제에 더 좋은 성과를 얻는가? 그룹과제에 더 좋은 성과를 얻는가?
- 또래 그룹의 중심에서 리드하는가, 아니면 서포터로 더 좋은 시너지를 얻으면서 만족하는가?
-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에게 의지해서라도 빠른 길을 찾는가, 혼자 파고드는 스타일인가?
- 친구들과 놀던 중이라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스스로 일어서는가?
- 주변 환경이나 유혹에 쉽게 동화되는가,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덜 받고 본인 스타일을 고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