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mmmeta_intro(3)

그림형제와 글로벌 플랫폼_3장

by 메르헨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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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7. 7. : 하멜른


처음 하멜른을 방문한 것은 2016년 11월 경이다. 그해 여름 카셀의 메르헨스트라세 협회에서 들었던 정보를 바탕으로 카셀, 하나우, 마부르크 등 헤센 주의 도시들을 첫 번째 테마구성 포인트를 살펴보는 여행을 진행했고, 가을에 다시 한번 찾은 두 번째 메르헨 여행은 슈타이나우와 알스펠트, 그리고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 하멜른과 브레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메르헨스트라세의 도시들을 방문하고 내 마음에 ‘깃발’ 을 하나 더 꽂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두 번의 방문으로 메르헨스트라세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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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 그림 21> 하멜른 처음 방문 이미지


다시 하멜른을 찾은 것은 2017년 7월이다. 그저 깃발을 꽂듯 혼자 두리번거리며 다녀 간 지난 가을의 하멜른이 조금 황량하고 거칠었다면, 하멜른마케팅(HMT) 대표와 미팅일정을 잡고 찾게 된 이번 방문은, 그 자체로 지난해 ‘입문’ 단계 보다는 확실히 진전된 모습이었다. 게다가 메르헨스트라세 협회와 진행하고자 했던 사업들을 하멜른시와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업무협약까지 맺었으니, 이제 곧 ‘독일의 지자체와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한국의 파트너가 되겠구나!’ 라는 기대감도 가지게 되면서, 이제 모든 사업적인 포커스를 하멜른을 중심으로 다시 조정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하멜른에 대해 아는 것은, ‘피리 부는 사나이’ 의 고향이라는 정도(?), 가야 할 길이 멀게 만 느껴지던 시간이기도 하다.


img.jpg <그림 22>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동상


-. Hameln, Pyrmont & Weserbergland


독일의 도시와 행정조직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독일의 공식명칭은 ‘독일연방’ 이고, 주 단위의 행정조직이 독립적인 자치정부 개념이며, 이러한 지방자치정부가 국가 단위인 독일연방에 소속되어 있는 형태이다. 이를 역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중세이후 지방 영주가 다스리던 공국의 형태로 존재하던 지역과 권역을 그대로 지방자치정부의 형태로 승계하고 있는 것인데, 1871년 프로이센에 의해 이루어진 최초 통일 국가의 형태가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 단위의 지방자치정부의 제일 밑단 도시들도 인구규모나 성격에 상관없이 하나의 도시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이 중상부단으로 가면서 피라미드 형태의 행정조직을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개념이 그대로 메르헨스트라세의 조직에도 적용되어지면서, 60여개의 지자체가 참가하고 있지만, 인구 5천명 이하의 소도시부터, 60만 명 정도에 이르는 브레멘까지 하나의 개별도시 지위로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조직의 특성은 하부단에서부터 기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하면서 도시의 자립도를 높이는 근간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태생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공동체를 이루고 협업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멜른은 단위 지자체 개념으로 인국 6만 명 정도의 도시이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군 단위 규모로 이해할 수 있지만, 주변의 군소도시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도시이다. 그리고 하멜른은 Hameln Pyrmont의 중심도시로 10만 명 정도의 광역지자체(Kreise)의 개념도 가지고 있는데, 권역 내 중심도시 역할을 하면서 니더작센 주 정부와 Hameln Pyrmont 소속의 도시들을 연결하는 행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복잡한 독일 내 지방자치정부와 그 시스템을 세세히 이해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쨎든 하멜른은 인근 도시들을 규합하는 중심도시로서, 높은 도시 브랜딩 이미지와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권역 내 대표도시로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은 단순히 행정중심도시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도시마케팅의 거점도시로서 주변도시들과 그 역할을 구분하면서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전략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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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그림 23> 하멜른 권역 이미지 & 지도


하멜른마케팅(Hameln Marketing & Tourismus GmbH, 이하 하멜른마케팅)은 인구 6만 명의 하멜른시가 얼마나 문화도시마케팅에 ‘진심’(?) 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97년 공식 출범한 하멜른마케팅은 하멜른시의 공식적인 문화마케팅 및 홍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메르헨스트라세 참가 도시들의 전문마케팅 회사 운영 사례를 살펴보면, 카셀, 브레멘 정도의 대도시들이 문화마케팅을 위한 전문적인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하멜른처럼 중소 규모의 도시에서 시정부가 출자한 법인을 통해 전문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또한 카셀과 브레멘의 경우도, 시와는 별도의 위탁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하멜른의 경우 시와 지역공공교통조합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를 통해 100% 출자한 독립법인으로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단순히 문화관광 분야 수익사업진행만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 즉, 기본적인 운영 예산을 시로부터 받고 있으며, 다양한 행사진행을 위한 공공기관 스폰서 및 지역사업자들과의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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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 그림 24> 하멜른 마케팅 건물 & 베저베어그란트 연합체


하멜른은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메르헨스트라세 참가도시 중에서도 손꼽히는 문화관광도시이다. 비슷한 도시 규모를 가진 여타의 참가도시들과 비교하면 이러한 하멜른 문화관광시장의 규모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 일 수 있지만, 하멜른마케팅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목표는 분명 이들 도시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카셀, 브레멘, 하나우 등 상대적으로 도시규모가 큰 도시들은, 메르헨스트라세에 참여하는 테마 이외에 그들이 가진 여타의 다양한 문화관광 유입요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멜른은 도시의 오래된 문화자산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활용한 문화관광이벤트와 다양한 계절별 프로모션에 집중하면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하멜른이 얼마나 문화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950년대부터 매주 일요일 12시면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라텐팽어 공연, 그리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진행하는 ‘뮤지컬 랏츠’ 는 2003년 이후 하노버 엑스포 행사를 기점으로 시작된 하멜른의 또 다른 랜드마크 공연이다. 이외에 매월 진행되는 테마 이벤트와 계절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하노버의 위성도시로서 평일 1일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유럽 인근의 국가 및 도시들과 연계한 홍보 및 공동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면서, 유럽 인근의 도시들 뿐 아니라 전 세계권을 상대로 해외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하멜른이 메르헨스트라세에 참여하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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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그림 25> 라템팽어 프라이스필 & 뮤지컬 랏츠 공연 포스터

I'm preparing the Maerchen winter camp from 6. -15. Jan. 2025... this time will be the scale dow


일반적으로 도시 차원에서 진행하는 문화관광 프로모션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방문객들이 1박을 더하는 일정을 잡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멜른과 같이 규모가 작은 도시들은 방문객들이 1박 이상을 하면서 일정을 잡기에 수월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멜른은 니더작센주의 주도인 하노버에서 지하철로 4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노버 문화관광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다고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하노버에서 벌어지는 큰 행사에 참여하는 방문객들이나, 많은 하노버 시민들이 문화행사를 즐기기 위한 장소로 하멜른을 찾는다는 이야기인데, 이들 방문객들의 경우 대부분 일일 관광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메르헨스트라세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경우도, 하멜른에서 1박 이상의 일정을 포함시키게 하기 위해서는 여타 도시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카셀이나 브레멘과 같은 독일 내 유수 문화관광도시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결국 하멜른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메르헨스트라세 내 대도시들과 연대하면서 해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도시 브랜딩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한편으론 권역 내 도시들과의 연대를 통해 풍성한 상품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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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그림 26> 하멜른 내국인 & 해외 관광객 대상 시티투어


하멜른마케팅 건물에 베저강 연합체인 Weserbergland 와 호텔연합체인 DAHOGA 가 함께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베저강은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의 주요 배경이기도 하지만, 니더작센이 시작하는 한뮌덴에서부터 브레멘까지 이어지는 니더작센의 대표적인 강이다. 그리고 한뮌덴을 비롯해 베저강을 끼고 있는 9개의 도시들이 문화관광 연합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베저강을 끼고 있는 이들 지형이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캠핑, 글램핑, 자전거 투어 등 자연을 배경으로 휴가를 즐기려는 독일 사람들의 문화소비의 유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하멜른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문화관광 인프라를 가지지 못하는 소도시규모라는 것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즉, 하멜른에서 벌이는 다양한 문화축제 및 이벤트를 중심으로 숙박일정을 짜고, 이들 도시들을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짠다든지, 역으로 이들 도시의 자연경관을 이용한 휴가계획을 짠 방문객들이 일정에 맞춰 하멜른의 문화공연과 이벤트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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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 그림 27> 하멜른 권역 7개 성 연합체


그리고 이들 권역 내 호텔 및 숙박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이 이러한 문화관광 유입요인에 맞추어 방문객들을 유입할 수 있도록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연합체에 참가하는 보덴베어더 외 몇몇 도시들은 메르헨스트라세 이름의 서브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하면서, 메르헨의 테마를 활용한 마케팅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결국 하멜른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문화공연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공격적인 해외마케팅을 진행하는 등의 모습은 결코 하멜른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으며, 하멜른으로 대표되는 하멜른 파이어몬트, 베저강을 공유하는 중소도시들의 문화관광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하멜른은 이러한 자신들의 지형적 문화적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대외적으로는 주정부와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그리고 권역 내 지역민, 사업자, 공공기관, 스폰서를 대상으로 하멜른 문화도시마케팅의 의미와 중요성을 어필하면서 여타 중소도시 그룹들과 달리 해외마케팅을 목표로 삼을 정도의 문화행사와 프로모션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1282년에 있었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가 있다.



-. 하멜른과 피리 부는 사나이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쉽게 하멜른에 이르는 길은,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ICE를 타고 하노버역에서 환승, 하멜른으로 가는 S51번 지하철을 타고 하멜른 역에 도착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최소 시간, 최소 환승으로 하멜른에 가는 노선이고, 개별 여행자의 시간, 돈, 기타 스케줄과의 연동, 그리고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조금 더 세밀하게 그 노선을 나누고 조절할 수 있다. 2016년부터 메르헨스트라세를 다니기 시작한 나는, 언제부터인지 카셀과 하멜른이 전체 일정의 중심이 되었고, 카셀을 먼저 들리거나, 아니면 하멜른을 먼저 들리는 등의 일정의 차이가 있고, 시간의 연결과 여유에 따라 조금 더 빠른, 아니면 조금 더 돌아가는 지역기차를 타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창밖으로 보이는 헤센의 풍경과 니더작센의 풍경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언젠가는 돈 몇 푼을 아껴보겠다고 기차표를 끊으며 버스 연동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 그저 몇 정거장 정도를 걸어 다니기도 했다. 2016년 11월, 독일 특유의 어두침침한 늦가을 정취 속에, 을씨년스러운 기분으로 혼자 호텔 방에서 뒹굴 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하멜른과의 인연이 그리 간단한 것 같지만은 않다. 그 이후로 이어진 시간 속에 처음의 어색함은 많이 사라졌고, 언젠가부터 이곳에 도착하면 편하게 느낄 정도인 것을 보면, 우연과 인연은 정말로 한 글자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지난 시간이 새삼 말해주고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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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 그림 28> 하멜른 도심 이미지


하멜른은 역사적으로 독일 동북부 작센(saxon)족의 집성촌으로 서기 800년 정도에 처음 역사에 등장했다고 하는데, 이후 베저강을 끼고 독일 내륙지역과 동북부 북해를 연결하는 지형적인 특성에 힘입어 중세 내내 물류 유통의 중심지로서 발전하게 된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전형적인 독일 메르헨과 달리 역사 속에 기록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설화(sagen)인데, 이 이야기의 기원 또한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중 하멜른이 10-11세기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시 위생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쥐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생겨난 이야기라는 분석이 나에겐 왠지 그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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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그림 29> 하멜른 박물관


어쨎든 하멜른은 이후로도 꾸준히 산업적 발전을 이루면서 중세 내내 발전해 왔던 것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으며, 특히 19세기에는 제조업 기반의 산업적 시설 또한 상당부분 발전 했던 것 같다. 이처럼 유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적인 발전에 비해 정치적인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 같은데,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정부의 편에 서게 되면서 연합군의 집중적인 폭격의 대상이 되었고, 이로 인해 그간 이루었던 산업적 기반을 대부분 상실했다고 한다. 이후 문화도시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20세기 내내 지역 내 문화자산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바탕으로 열심히 문화마케팅을 진행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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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그림 30> 하멜른 도심 속 다양한 '피리부는 사나이' 이미지


하멜른은 그야말로 ‘피리 부는 사나이’의 도시이다. 독일어로는 Pfeifer 혹은 Rattenfaenger 라고 하는데, 앞에 것은 말 그대로 ‘피리 부는 사람’ 이라는 뜻이고, 뒤에 것은 ‘쥐를 잡는 사람’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시 로고나 공식적인 자리에 사용하는 것을 보면 Rattenfaenger 라는 표현을 조금 더 많이 쓰는 것도 같은데, 어떨 때 보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사람인지 쥐인지 헷갈릴 때도 종종 있기도 하다. 어쨎든 하멜른시는 1950년대부터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고, 적어도 독일이나 인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하멜른과 ‘피리 부는 사나이’ 는 그야말로 뗄레야 뗄 수 없는 도시브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가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상대적으로 먼 국가나 도시의 경우, 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하멜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다른 독일의 메르헨처럼 지역적 배경을 가지지 않는 옛날이야기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지금이야 하멜른이라는 도시를 독일의 어느 도시 못지않게 관심을 가지고 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계기가 없었더라면 독일 변방의 이 작은 도시를 크게 기억할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 어쨎든 하멜른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소재로 끊임없이 해외에 자신들을 알리려는 노력을 하였고, 그들이 행한 여러 노력 중에 하나를 따라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보면, 지난 시간 그들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치고 있던 노력들이 결코 헛된 것들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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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그림 31> '피리부는 사나이' 이미지 해외 활용사례


하멜른 도심 곳곳을 다니다 보면 피리 부는 사나이와 쥐의 로고와 형상물, 그리고 이와 관련한 갖가지 문화상품들이 즐비하고, 곳곳에 이와 관련한 문화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와 광고물이 가득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 이 작은 도시에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다고 하는데, 사실 관광의 중심인 하멜른 알트타운과 베저강 유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로 비수기가 없을 정도로 항상 사람이 붐비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3월 초 알트타운을 중심으로 3-4일 정도 열리는 Mystica Hamelon 이다. 미스티카 하멜론은 일종의 코스튬 플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종 전통 캐릭터 복장을 한 이들이 축제 기간 동안 한껏 자신들을 뽐내는 자리이다. 이 시기 독일 전역에서 봄을 맞이하는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는데, 하멜른 판 봄맞이 행사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암튼 이 행사를 계기로 하멜른시의 공식적인 1년의 행사 퍼레이드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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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 그림 32> 미스티카 하멜른 이미지


5월부터 9월까지의 여름시즌, 하멜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공연인 라텐팽어 프라이스필(Rattenfaenger Friespiel)과 뮤지컬 랏츠(Musucial Rats)가 매주 일요일 정오와 수요일 오후 4시 마르크트 광장에서 열린다. 라텐팽어 프라이드스필(Rattenfaenger Friespiel)은 일요일 정오에 하멜른 사람들을 주축으로 한 아마추어 배우들이 중앙광장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공연을 하고, 마지막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아이들이 사라지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막을 내린다. 하멜른 사람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특정일에 이를 기념했던 것은 19세기의 사진 기록으로도 남아 있는데,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공연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이 공연은 전후 하멜른이 본격적인 문화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높이면서 소속감을 높여 가고 있다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 특히 지역 내 학생들이 학창시절 이 공연에 한번 씩 참여함으로써 가지게 될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고 한다. 현재 이 공연은 하멜른을 대표하는 문화공연으로 70여 년 이상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하멜른마케팅이 그 진행을 주관하면서, 관내 스폰서 그룹과의 연계를 비롯, 다양한 기관 및 지역 커뮤니티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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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 그림 33> 라텐팽더 프라이스필 공연 이미지


하멜른의 또 다른 랜드마크 공연인 뮤지컬 랏츠(Musucial Rats)는 2003년 하노버 엑스포를 계기로 당시 하멜른극장 예술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던 공연이다. 라텐팽어 프라이드스필(Rattenfaenger Friespiel)과 달리 처음부터 전문적인 공연으로 기획되었는데, 하노버 엑스포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좀 더 수준 높은 공연을 통해 하멜른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출발하였다고 한다. 영국의 극작가가 각색한 이 공연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갔다가 도망쳐 온 여자 아이와 쥐가 새롭게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피리 부는 사나이의 시점에서 전반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 기존의 라텐팽어 프라이드스필(Rattenfaenger Friespiel)과 조금은 다른 시점을 가진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극단의 배우들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극의 완성도는 라텐팽어 프라이드스필(Rattenfaenger Friespiel)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전문극단에 의해 운영되는 공연의 특성상 라텐팽어 프라이드스필(Rattenfaenger Friespiel)보다는 조금 더 세밀한 관리와 운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인데, 이 또한 시 예산과 관내 스폰서 유치의 활동을 진행하면서 기본적인 관리와 운영을 모두 하멜른 마케팅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img.jpg < 그림 34> 뮤지컬 랏츠 공연 이미지


이 외에도 4월과 5월에는 와인페스티벌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화행사와 이벤트가 다양하게 열리고, 8월 말에 열리는 플라스타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여름 시즌 이벤트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여름시즌을 보내고 나면, 11월 말에 열리는 한 달 여 간의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을 가지게 되고,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하멜른시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정통 뮤지컬 공연을 2주간 진행하고 일 년 단위 행사가 마무리 된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계절 단위의 주요 행사 말고도 푸드 트럭 페스티벌, 매주 열리는 상설 마켓, 그리고 두 개의 공연장(하멜른 극장, 라텐팽어할레)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공연들까지 포함하면 하멜른은 연중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가 끊임없이 열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멜른 마케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 단위 문화행사 및 프로모션 계획은,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주변 도시들와 커뮤니티 단위의 또 다른 연합체(Weserbergland, Sieben Schloss, etc)들과도 연계하여 마케팅하고 있다.


하멜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마케팅은, 하멜른과 주변도시들이 도시연합의 형태로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개별도시들의 문화적 필요에 의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단순히 외지 방문객을 위한 문화관광상품 만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함께 소통하면서 정주의식과 커뮤니티의 소속감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문화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한번 쯤 고민해 봐야할 포인트이다. 독일인 중심의 국내마케팅 요소와 독일 인근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실적인 해외마케팅을 위해 하멜른이 20세기 내내 진행해 온 이 모델은 작은 규모의 지방 중소도시 그룹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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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 그림 35> 21 세기 문화관광 트렌드 변화


하지만 21세기 디지털의 시대, 특히 문화관광분야는 미디어와 결합한 다양한 상품들이 소비자 중심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멜른의 문화상품들은 20세기 내내 진행된 전형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한계를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직관적으로 조금 많이 ‘올드’ 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세기 이들의 상품을 주도적으로 소비하던 주소비층도 이제는 제법 나이를 많이 먹은 시니어그룹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으며, 새로운 계층을 새롭게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개발이 시급한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도시연합을 통한 마케팅은, 개별 도시의 결정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바, 시대변화에 따라 즉각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새로운 형태의 옷으로 갈아입히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타겟층을 대상으로 유인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멜른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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