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사회 문제 해결, 정부 지원의 3박자에 맞춰
동남아시아를 제안합니다 4번째 글은 아직 한국에서도 활성화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 분야를 소개합니다. Covid-19 이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유독 빠르게 성장 중인 카테고리, 바로 원격의료 서비스 스타트업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원격의료 스타트업은 크게 5곳이다.
이중에서도 Halodoc(할로닥)은 7000만 명 이상의 유저와 월평균 1000만 건 이상의 접속 건수, 시장 점유율 50%(1위)의 의료 모바일 서비스다. 최근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알리안츠 X, 푸드덴셜과 같은 글로벌 투자사들의 투자를 받고, 이전부터 UOB, Singtel Innov8, 한국투자파트너스, WuXi AppTec 등 한, 중,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의 투자를 받아 총 1억 달러(약 1조 4천억 루피아)의 자금을 유치한 차기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의 시장 보고서에 인도네시아 Big 5 헬스케어 스타트업(시장점유율 순)에 대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Halodoc (2만여 의사, 85개 도시 1,800개 약국과 제휴,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
Alodokter (800여 개 병원, 2만여 의사와 제휴, 회원제 운영 및 할인 혜택 다양)
Klikdokter (치아 건강 특화)
Dokter.id (상세한 병원 리뷰 제공)
Dokter Sehat (건강 계산기 등 일상 건강 정보 다양)
각 서비스에 대한 상세 정보와 시장 점유율은 위 보고서와 아래 기사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니,
시장 규모 - 사회 문제 해결 - 정부 지원 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
2억 7천만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0년 200억 달러(24조 5,000억 원)에서 2025년 3,630억 달러(430조 원)까지 18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2020년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14조로 추정된다는 걸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시장 규모다. 특히 인도네시아 의료 산업은 중산층 소득 상승과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건강 관련 인식 개선 등에 따라 성장 중이며, Covid-19 기간 원격진료에 대한 수요가 급상승하며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의 주변국과 비교해 의료 인프라가 특히 부족한 상황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도 인도네시아의 1000명당 의사 수는 0.27명으로 이는 동아시아 평균(1.6명)과 OECD 국가(2.9명), 세계 평균(1.5명)에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2015년 기준 인구 1000명 당 병상 수도 한국(11.5개)에 비해 1.2개로 격차가 큰 상황이다.
지리적으로 살펴보아도, 17,5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의 일부 섬에만 고급 의료 시설과 의사가 편중된다.
2019년 12,000명에 달하는 의대생이 졸업했지만 대부분이 자카르타, 메단과 같은 대도시에서 일해 칼리만탄이나 파푸아와 같은 지역은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에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압도한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고급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지역 주민들이 e-Health를 활용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민간과 협약 체결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BPJS Kesehatan)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 프로그램(JKN-KIS) 가입자 수를 확대(2019년 기준, 2억 2100만 명)하고 디지털 건강 관리 앱 서비스인 Halodoc과 MOU를 체결하여 의료보험 가입자 및 디지털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하는 조코위 정부의 정책 목표와도 부합한다.
인도네시아는 Covid-19 이전부터 원격의료를 키워야 할 절박하고 특수한 이유가 있다. 지방의 의료진과 의료 시설이 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Halodoc은 온라인 의사 면담부터 의약품 배송, 온라인 건강 검진 및 오프라인 병원 방문까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간단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 가능하도록 바꾸며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Halodoc은 '건강 관리를 간소화한다'는 사명 아래 4가지 주요 서비스 (1. 의사와의 채팅, 2. 의약품 구매, 3. 병원 예약 및 일정 관리 4. 건강 검진 관리)을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월평균 약 700만 명의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 74%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두 도시인 자카르타와 수라바야 외의 교외 지역에서 거주한다.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의 주민이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종류와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건강 관련 서비스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낙후된 지역의 국민들이 건강 보험, 건강 검진, 의약품 구매, 의료진 면담이 저비용 고빈도로 가능하도록 환경을 바꾸었다. 대도시에 집중된 의료 서비스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거리 장벽을 뛰어넘고 인도네시아 전역의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에서 대면 상담을 포함한 진료비는 10만 루피아($7)를 넘어간다고 한다. 1인당 GDP가 $4000 수준으로 한국($31,000, 2019)과의 8배가 넘는 차이를 고려하면 굉장히 비싼 금액이다. 여기에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갔더라도 제한된 의사로 수시간을 대기한 후 겨우 진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반면 앱을 통한 의사와의 채팅 상담은 회당 평균 1만 5천 루피아($1-2) 내외로 저렴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동시에 유저가 의사의 사진, 경력, 학력, 상담 비용 등 상세한 정보를 확인하고 의사를 직접 선택하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서비스 측면에서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또 오프라인 방문이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가 미리 앱을 통해 병원 예약을 할 수 있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등록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대기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위급 상황이나 수술, 의사의 처치가 필요한 질병 치료는 여전히 병원 방문이 필요하지만, 의약품 투약으로 개선될 수 있는 일상 질병 관리에 특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원격 진료 이후의 투약과 자가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연계 서비스들이 이 점을 보완해 준다.
Gojek(고젝)과 Halodoc은 Gojek의 투자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제휴 관계로 활발히 협력한다. Halodoc 앱을 통한 원격 진료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신속하게 환자에게 배달하는 GoMed(고메드) 서비스는 인도네시아 원격 의료를 지원한다. 환자가 앱에 처방전을 업로드하면 저렴한 배달 비용(기본 배달비용 9,000~1만 300루피아(700~800원)에 1㎞마다 3,000루피아(250원)를 추가)과 빠른 속도로 처방 의약품은 물론 보조제, 비타민 등 다양한 의약품을 집까지 배송해준다.
특히 COVID-19 기간에는 Gojek, Halodoc, Mitra Keluarga 병원이 협력해 드라이브 스루 COVID-19 검진을 운영했다. 검진이 필요한 환자들이 Halodoc을 통해 의사와 확인하고, 드라이브 스루 검진을 받고, 자가 격리 진단 후 의약품 처방 및 배송까지 한 번에 이루어졌다.
인도네시아 부유층은 주변국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상대적인 의료 선진국으로 원정 진료를 다닌다. 반면 빈부 격차가 심해 아직 많은 국민은 생애주기에 필요한 건강 검진과 병원 진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인근 동남아 국가에 비해 출생률 및 영아사망률이 높은 국가로 늘어나는 인구만큼 산부인과 및 소아 의료 분야에 의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 주요 예산 지출 분야로 보건 의료를 선정하고, 인도네시아의 인적자원 개발 지수(HDI)를 향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건강보험 보급을 통한 의료기관 접근성 개선 및 보건의료 시스템 강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건강보험공단(BPJS Kesehatan)은 앞장서서 국민건강보험 프로그램(JKN-KIS)을 강화하고, 가입자 관리를 디지털화로 전환한 Mobile JKN BPJS Health 앱을 운영한다.
민간 의료 앱인 Halodoc은 제휴를 통해 JKN BPJS Health 앱에도 다양한 건강 콘텐츠를 공유하고, Halodoc에 대한 액세스와 디지털 건강 서비스를 별도로 제공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용자 경험도 놓치지 않는다. Halodoc은 특화 서비스로 당뇨, 심장병, 뇌졸중, 임신 등 자주 찾는 카테고리를 홈페이지 중앙에 배치해 방문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해당 질병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진료시기 및 단계별 관리법 등을 꼼꼼히 체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5개 스타트업은 모두 다양한 연령층, 생애 주기별 의료 서비스 수요자들을 고려하여 다양한 카테고리의 건강 콘텐츠(임신, 육아, 두통, 운동, 피부, 디스크 등)를 꾸준히 공급하고, 건강 관리 서비스에 대한 친밀도와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일상에서 쓸모 있는 의료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분야를 알았는데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목적에 맞게 파트너십을 고민해보자. 또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모바일 의료 서비스는 역으로 고민해보자.
한국에도 '굿닥', '모두닥', '강남언니'와 같은 의료 서비스 플랫폼이 있다. 이들이 글로벌화를 고민한다면 인도네시아가 시장이 될 수 있다. 이미 쟁쟁한 현지 업체들이 부담스럽다면 현지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한-인도네시아 간 건강 콘텐츠를 공유할 수도 있다. 한국은 아시아의 의료 선진국이고, 질병과 의료는 만국 공통 언어이다.
특히 성형, 미용 서비스에 특화된 '강남언니'의 의료 정보와 데이터는 K-beauty와 성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앞으로 점점 더 궁금해할 만한 콘텐츠로 보인다.
또 한국 방문 시 모바일 의료 앱 사용이 익숙한 인도네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자사 앱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올해는 Covid-19로 어렵겠지만 작년까지 매년 30만이 넘는 인도네시아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한국의 겨울(12월~2월) 시기가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시기인데 현지 의료 콘텐츠 플랫폼에 한국의 추위와 감기, 독감을 조심하라는 콘텐츠를 기고해보는 건 어떨까? 관광+건강+한국 서비스를 동시에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 공유로 시작하며 전략적 제휴를 통해 플랫폼 기술을 벤치 마크할 수도 있다.
'굿닥'은 2012년 의사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 한국 상황에 맞춰 병원 검색으로 방향을 바꾼 스타트업이다. 전국의 병원 및 약국 찾기 앱으로 유명하다.
2019년 굿닥의 월평균 이용자 수(MAU)는 130만 명 수준이었는데 최근 Covid-19가 심각해지며 ‘마스크 스캐너’ 서비스를 제공하자 300만 명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기존에 호평을 받던 서비스는 '현재 진료 중인 병원 표시' (앱에서 '실시간' 버튼만 누르면 현재 시각에 진료가 가능한 병원만 표시)로 퇴근 후 병원을 방문하려는 직장인이나 야간 진료, 주말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익하다.
이처럼 국가별로 상황에 따라 주력하는 기능이 상이하다. 원격 진료 후 멀더라도 병원 방문이 필요한 인도네시아 환자에게 위치 기반 병원 정보(교통, 거리, 소요 시간 등)를 정확히 제공하거나, 실시간으로 특정 약의 재고, 병원, 의사, 약국의 상황 업데이트하거나, 다양한 병원과 약국의 서비스에 대한 리뷰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전략적인 제휴를 맺을 수 있다.
한국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규제가 강하고, 보편 의료가 구축된 의료 접근성이 매우 큰 나라다. 따라서 수시로 접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높은 수준의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플랫폼에 쌓이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가 많고, 의료 서비스의 질과 관련된 데이터 모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말이다. 이 소중한 자원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할 때다.
성장하는 인도네시아 의료 시장은 한국의 글로벌 의료 기기, 의약 기업에게 좋은 수출처가 될 수 있다. 무려 110여 개국에 수출된 진격의 K-진단키트로 한국 의료 기기의 위상은 입증됐다. 제2의 K-키트가 2억 7천 인도네시아 인구를 타겟으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구매와 예약은 헬스케어 앱으로, 배송은 고젝이 도와주는 시스템을 고안해 수출길을 더 확대해보는 건 어떨까.
또 수출한 기기/서비스에 대한 사용법, 단계별 관리 등 사후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의료 앱에 콘텐츠로 제공할 수 있다. 현지 광고까지 고려한다면, 의료 서비스에 관심 많은 유저가 몰려있는 플랫폼 앱에 콘텐츠를 노출하는 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관여 유저를 타겟팅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Live Chat with Doctor 24/7
24/7 디지털 건강 관리 서비스
아직 한국에서도 낯선 표현이다.
위급 상황에는 근거리의 응급실과 의료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국민 전반적인 의료 상식과 저렴한 의료 서비스로 일찍 가장 중요한 건강을 챙기는 사회 인프라가 구축되길 바란다. Covid-19가 완전히 종식될 수 있을지,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지 그 어떤 국가도 건강을 안심할 수 없는 미래가 현실이다. 환경과 필요가 만나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의료 스타트업이 성장 중인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참 흥미로웠다.
인도네시아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의료, 보험, 약 구매 및 배달, 건강 관리까지 인간의 생애주기에 맞춰 확장성이 큰 의료 서비스 스타트업의 성장을 응원한다. 또 지역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의료 스타트업을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KOTRA, 인도네시아 산업 동향 (2020.03.20)
연합뉴스, PJS Kesehatan, 건강 앱 스타트업 Halodoc과 협업
연합뉴스, Halodoc,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장하며 전략적 자금 조달
한국일보, 한국보다 앞선 인니 원격의료
ASEAN express, 인도네시아 헬스케어 시장, 2025년까지 18배 630조 급성장
TheJakartaPost, How Gojek's technology provides hope and a sense of normalcy amid the COVID-19 outbreak
Reuters, Indonesia leans on healthtech startups to cope with virus surge
Whatsnewinindonesia, Best healthcare app in indonesia (2020.04)
Dailypop, 병원 관련 정보 제공 플랫폼 굿닥 vs 모두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