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by 글루미악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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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잘 걷지못했다. 엄마를 보낸 이후로 오년째다. 걷다가 걷지못하고 걷지못하다 걷는다.


골반이 좋지못하고 , 고관절엔 비구가 선천적으로 없어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키워 메꿔주어야한다.

이 부분들이 좋지못하면 발목까지 모두 타고 내려가서 걷지못하게 만들곤 하는데 , 한동안 오래 그랬었다. 최대한 걷는 일을 멈추고, 다리를 쓰지않기 위해 노력했다.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 마저 버거웠다.

걷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활동량을 많이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다 못 걸으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러면 그만 살면 되는 거 아닐까. 라는 극단적인 사고로 치닫는 사람인지라 큰 걱정은 없었다.

( 나는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피해를 주고 싶지않다. 나로 인해 힘들게 하고싶지않다는 작은 고집.)



살에 대해 식이장애가 생길 정도로 예민했지만 , 날 위해 집착을 버리기 시작한지 3년차. 다리의 고통으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드니 몸은 붓고 속은 답답해졌다.

자주 아파 걷지못하는 탓에 조금씩 붓는 몸이 맘에 들지 않았고, 그로 인해 듣는 말들은 가차없이 상처를 주었다 .

(뭐, 그래도 집착을 버리려는 노력의 성과가 있어서인지 예전만큼의 상처는 아니었다. )


이것저것 그동안의 삶과 병명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아파서 그렇다고 다 설명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건 그저 내가 감당하고 살아가야할 내 삶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굳이 모두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 한동안 걷지못하다 다시 걸을 수 있게되니 너무 좋았다. 괜히 걸어 조금 멀리있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도했고, 직접 가서 재료를 사오기도 했다. 두시간 정도를 걷다보면 다리가 땡기기 시작하는데,그 때마다 예전보다 힘들어하는 종아리 근육에게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이번 제주에서 용눈이오름을 뚜벅뚜벅 높이올랐을 때는 정말 좋았다. 높은 산은 아닐지라도 몇시간 동안 걸은 건 아니더라도 ,내 두 다리를 오랜만에 조금 움직였구나 싶었기에.



밤이 되자 스물스물 오른쪽다리가 아렸지만 , 움직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천천히 오래 걷고싶다.

가능한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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