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종현 - 산하엽

by 글루미악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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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주기가 다가온다.
1주기가 다가와서야 나는 이 책을 펼치고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정말 많이 울고, 위로받았다.

내가 버거워 세상과 안녕하고 싶을 때 , 울다가도 멍하게 허공을 보면서 그의 노래들로 귀를 채워갔다.

나는 덕분에 버텼고 살아남았다.
그의 소식을 들은 이후로 남은 흔적들을 갖기 위해 찾기 시작했다.
음원으로 존재해서 들을 수 있던 노래들을 CD로 소장하기 위해 구매했다.
음원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소유함으로 달래려 했다.

그가 낸 이 책을 사려고 찾는데 단종이란다. 알림 신청을 해두고 기다렸다.
며칠 후부터 중고카페에 사람들이 가격을 올려서 팔기 시작했다 .

우선은 기다렸다.
몇 달 뒤 정식으로 이 책은 찾는 이가 많아 다시 제작되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기어코 내 손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의 앨범을 구매할 때도 비슷했다.
소품집을 구매할 때 사진 버전과 에세이 버전이 있었는데,
나는 에세이 버전을 갖길 소원했다.
그의 가사를 들으며 정말 많이 울 수 있었기에, 듣고 싶었고 읽고 싶었다.
유서가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해왔던 말을 담고 있으니,
나는 그가 써 내려간 다른 글들이 필요했다.

사진 버전과 에세이 버전을 고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선택할 수 없었다.
랜덤이었고, 선택하기 위해서는 2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우선은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감사하게도 에세이 버전을 받았다.

앨범에 짧게 적힌 글들이 모두 공감이 돼서 죽을 맛이었다.

그의 떠남과 함께
작년 이맘때, 나에겐 4번째 고비가 왔다.
그만하고 싶다고,

더 이상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소리쳤다.

그의 노래 중 '놓아줘'를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상담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고, 생명의 전화에 4번째 메일을 남겼다.
매일 밤 울고 소리 지르고 버텼다.
사람도 만나지 않았고, 멍하게 웃었다.
그 상태가 3월까지 이어졌다.
가면성 우울이라는 자각을 벗어나
병원에서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두 귀로 듣고, 버티며 살아간 지 1년이 넘어갈 때의 일이었다.

3월 후
일이 점점 바빠지자, 나는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놓기로 결심했다.
하고 싶은 것들만 했다.
해야 하는 것들은 최소한으로 감당했다.
놓고 매달리지 않으니 숨통이 트였다.
글을 적으며 버텼다.


우는 날이 매일이었다가 뜨문뜨문해졌다가 다시 매일이 되는
지금이 돼서야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노래의 가사들과 관련하여 쓰인 소설이었다.
노래의 가사들에 이야기가 붙어있으니 더 좋았다.
그는 자신의 노래 가사에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고 싶었구나.
담담하고 좋았다.


그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말이 썩 마음에 들었다.



각 스토리에 연결된 노래를 들으며 읽으면 어쩐지
아릿해져오지만 슬프지만은 않다.
이입이 좀 더 잘 돼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에 덩달아
조금은 후련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근 1년도 덕분에 버텼다.
예술의 힘을 믿는 한 사람으로서,
주저앉을 때마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그들의 글을 읽고 조금씩 몰래 힘을 얻는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그저 모두 감사하다.
주위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많은 내게
죽음이라는 건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건 조금 많이 슬프다.
그 또한 남은 자의 이기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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