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흔적 , 그 흠집 : 봄

023 . 봄

by 글루미악토버


날이 쌀쌀해졌다가 봄인 척했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바뀌는 요즘이다.

제법 따뜻해진 날씨에 살짝 가디건만 걸치고 밖을 뚜벅뚜벅 걸어나갔다가

저녁때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가디건을 양손으로 꼭꼭 여민 상태로 돌아간다.


과연 봄인 걸까 아닐까 확신이 안 선 상태로 복잡한 마음이 피어난다.

무채색이었던 거리의 풍경과 옷차림들의 색감이 다채로워진 걸로 봤을 때 봄이 온 것 같기는 하다고 끄덕인다.

아직 나는 겨울을 붙잡고 있다.

차마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거리에 꽃들이 피어날 때마다 무엇을 못 보내는 건가 ,

무얼 손에 쥐고 놓질 못하고 있는 걸까 싶어 가만히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왜라는 말만 입안에 맴돈다.


다가올 따뜻한 봄을 믿지 못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어 한구석이 시큰시큰해진다.

당연한 흐름인데도 왜 믿지 못할까 원망스럽다. 하늘을 또 올려다본다. 눈을 감는다.

추웠으면 좋겠다. 차라리 너무너무 추워서 그게 당연한 거였으면 좋겠다.

당연한 것일 거라면 겨울이었으면 한다.


그러면 그게 이유가 되어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일상의 흔적 , 그 흠집 :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