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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비련씨 Oct 14. 2024

놀공으로 돈 버는 일은 그만두려 한다

놀공으로 돈 버는 일은 그만두려 한다. 아울러 내가 살 집으로 재테크하는 것도 그만두기로 했다.

이번 뉴욕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발견을 하게 됐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같은 하늘 이신가?" 미국 사는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고 전화 통화를 47분 동안 했다. 나는 내가 얼마나 고민 속에 살아가는지 하소연했고, 친구의 설득이 한참 동안 옥신각신 오고 갔다. 사람마다 제각각 힘든 시련은 있기 마련이다.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만 남았을 테니 잘 버텨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친구는 버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만나는 세상이 있을 거라 했다. 참 감사한 위로였다. 그리고, 내내 생각했다. 나는 왜 사업을 하면서 특히 2023년부터 힘들어했을까? 물론 언제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독 2023년은 나에겐 모진 시련의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고민이 있던 과거와 가장 힘들었던 2023년은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조곤조곤 물어봤다. 아!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 것도 친구의 조언 덕분이다. "너에게 물어봐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였다. 


초창기 놀공을 떠올려 보면, 매일 놀궁리만 했던 것 같다. 일은 조금 하고 돈도 조금만 벌면서 파티에 음악회에 오히려 노느라 더 바빴다. 놀공 클래식 'Being Faust'가 탄생하게 된 계기도 광화문 교보문고에 불이 꺼지면 들어가 사람들 초대해서 '로미오와 줄리엣' 게임을 만들던 것이 계기가 됐다. 놀공 최고 고객이자 오랜 친구인 용국장님은 이런 걸 내다 팔라고 성화를 했었다. 그저 좋아서 만들고 사람들 모아 놀았드랬다. 


'흑역사의 밤'이라는 미니 콘서트가 있었고, 놀공의 콘서트를 계기로 데뷔한 가수들도 많았다. 페이퍼 컷, 솔라티, 음란 소년, 바버랫츠의 안신혜 님과 정식 데뷔를 안 했던 지인공과 얆윤 윤정언니가 있었다. 뭐 파티라고 해야 소소한 간식과 맥주 조금이었지만 어떤 파티보다 신났었다. 그리고, 놀공 2주년이었던가? 우리는 3층에 사무실에 살았고, 장사가 잘 안 되던 2층에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를 몽땅 빌려 파티를 했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 당시에 놀공 파티에 가면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다! 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파티 제목도 다양했다 '음력 크리스마스'도 있었고, 심지어 우리 건물도 아닌 곳에 이사를 했다고 이사 파티까지 했으니.. 제목도 별거 없는데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했다. 진정한 놀공을 했었다. 지금도 그 시절 놀공 식구들을 만나고 함께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행복해하곤 한다. 


그러면 왜 나는 2023년 힘들었을까? 놀공이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독점 사업을 3년간 했다. 물론 돈이 벌렸고 직원들도 18명까지 늘어났다. 지금 놀공 건물 2,3,4층 모두 벅적벅적 썼었다. 정말 회사가 돼갔다. 파티는 생각할 수도 없이 마감에 마감만 간신히 쳐냈다. 그때도 옛날 놀공이 가끔 그리웠었다. 직원들과의 관계도 정말로 직원과 사장처럼 되어갔다. 그리고, 독점 사업은 금전적인 보상은 확실하지만 놀공스러운 여러 가지 활동은 대부분 멈췄었기에 사람들은 아직도 놀공을 하고 있는지 묻기도 했었다. 이처럼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놀공의 재미있는 일도 줄어 갔다. 즐겁고 신났던 놀공이 일터가 되었고, 난 사장이 된 것이다. 더 이상 새롭고 반짝이는 돈 안 되는 일로 주목받지 못했으며,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직원들 월급을 위해 일감 사냥에 나서야 했다. 그 시간들이 나를 시들게 하였고 지치게 했다. SNS를 하면서 누군가가 부러웠던 적이 없다. 그런데 사업이 잘 된다고 하는 사람들과 하는 일이 너무 재밌다는 사람들 모두 다 너무나 부럽고 시샘이 났다. 열등감이 나를 집어삼킬 지경이 된 것이다.


24년 10월 뉴욕에 온 이유는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이다. 피터공이 뉴욕 출신인지라 많은 지인들이 있었고, 프로젝트를 함께할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미팅과 피터공의 강연들이 있었는데, 그간 우리가 한 일들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그 반응을 보고서야 그동안 우리가 한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들인지 깨닫게 됐다. 그리고, 돈 때문에 소중한 일들을 하지 못했던 것도 떠올랐다. 그냥 하던 대로 놀공 하자.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급급한 일을 하지 말자. 이것이 내일부터 뚝딱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결심했다. 놀공으로 돈 벌지 않겠다는 결심. 꼭 만들 것이다. 


뉴욕에서 내내 돈에 대한 생각을 집요하게 하고 돌아왔다. 또 한 가지는 내가 살 집으로 재테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일이라. 다음번에 '성공한 커리어 우먼들이 일을 그만 둘 결심을 하는 순간'을 정리하면서 다시 써볼 예정이다. 어쨌든 속 시원한 출장이었다.

불꺼진 교보 '로미오와 줄리엣' 출연: 광부님들 MC(2012)

교보 '로미오와 줄리엣' 출연: 페이퍼컷(2012)

'흑역사 청산의 밤' 출연: 지인공+윤정언니(2011)

Being Faust 홍콩(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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