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이커머스의 지각 변동

당신이 클릭하기 전에, 이미 선택은 끝나 있다

by 송윤환

검색창이 사라지고 있다...


쇼핑의 방식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원하는 물건이 생기면 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을 열었어요. 키워드를 고민하고, 수십 개의 링크를 훑고, 블로그와 카페를 넘나들며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쇼핑몰을 직접 방문해 가격을 비교했죠. 이 과정은 꽤 익숙하지만, 꽤나 성가시고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지지 않으셨나요?


"30만 원 이하 재택근무용 의자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조건에 맞는 목록과 장단점 비교가 즉시 나옵니다.

굳이 여러 탭을 열 필요가 없어요. 수십 개의 리뷰를 읽지 않아도, 어느 쪽이 나에게 맞는지 금방 정리됩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제로클릭(Zero-Click) 시대의 풍경입니다.


탐색 노동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의 쇼핑이 소비자가 직접 키워드를 입력하고 수십 개의 페이지를 넘나드는 '탐색 노동'이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해 결제 직전까지의 과정을 극단적으로 축소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편의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비의 주도권 자체가 이동하고 있어요.


소비의 주도권이 '검색하는 인간'에서 '제안하는 AI'로 이동하며, 클릭에 의존해온 마케팅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게 아니라, AI가 먼저 꺼내서 보여주는 시대. 이 변화의 파장이 이커머스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그 속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2025년 2월 기준으로 생성형 AI로 인한 트래픽은 2024년 7월 대비 1,200%나 상승했습니다. 반면, 제로 클릭 검색의 증가로 웹사이트 트래픽은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브랜드들의 웹사이트 트래픽은 5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네이버는 타격을 입을수 밖에 없습니다


더 많이 보여지지만 더 적게 들어온다 — 이 역설이 지금 이커머스 전체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쇼핑 여정이 통째로 재편되다...


기존의 쇼핑 여정을 떠올려보세요.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 이커머스 쇼핑몰의 검색창에 사려고 하는 상품 검색어를 입력하고, 검색된 상품 링크를 클릭하고, 해당 상품의 상세 페이지 이동해서 상품을 자세히 살펴보고,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다른 상품과 비교하거나 즉시 결제를 하며 쇼핑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는 이 구조가 이렇게 압축되고 있습니다.

AI에게 조건 말하기 → 추천 목록 확인 → 구매 결정


제로클릭은 검색에서 발견을 넘어 대화 기반 쇼핑 구조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요즘 소비자들이 느끼는 쇼핑 피로를 줄이고 의사결정 부담을 AI에 위임하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발견형 쇼핑'이라는 또 다른 흐름도 더해졌습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취향에 맞게 보여주는 콘텐츠에서 상품을 '발견'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구매로 이어지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관심사, 구매 이력, 체류 시간, 클릭 패턴 등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끌릴 만한 상품을 실시간으로 선별하고 노출하는 AI 기술이 온라인 쇼핑 경험을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방식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 없이 SNS를 스크롤하다가 어느 순간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그게 바로 AI가 설계한 발견형 쇼핑의 장면입니다.

freestocks-_3Q3tsJ01nc-unsplash.jpg AI는 당신의 쇼핑 여정을 통째로 바꿀려고 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100개 이상의 AI 기능을 플랫폼 전반에 걸쳐 적용하고 있으며, 고객 리뷰 자동 요약, 개인 맞춤 상품 추천, 검색 결과 재정렬, 광고 자동 타겟팅, 가격 최적화, 자동 번역 기능 등이 이미 셀러의 매출과 브랜드 노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AI 쇼핑 어시스턴트 루퍼스(Rufus)가 있습니다.

루퍼스는 제품 카탈로그와 고객 리뷰, 커뮤니티의 Q&A, 웹 사이트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으며, 단순 제품 추천 뿐 아니라 구매 시 고려할 요소,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 최신 제품 업데이트 상황 등 관련 정보도 함께 제공합니다.

"플로리다에서 쓸 비치 파라솔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루퍼스는 단순히 파라솔 목록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플로리다의 기후와 습도까지 고려한 맞춤 추천이 나오거든요. 지난번에 산 강아지 간식이 언제 도착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고, 특정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이 재킷 세탁기로 빨아도 돼?"라고 묻는 것도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아마존은 이제 자사 플랫폼 밖으로도 손을 뻗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제3자 판매자 사이트에서도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바이 포 미(Buy for Me)'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 기능을 통해 AI가 고객 대신 구매 절차 전반을 처리하며, 고객은 배송 주소와 세금, 배송비, 결제 수단 등 주문 정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결제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AI가 직접 구매까지 완료해준다는 것, 이게 얼마나 파괴적인 변화인지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거 사줘"라고 말하고, 나머지는 AI가 처리합니다. 쇼핑이 대화가 된 세상. 그 세상이 이미 미국에서 현실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직 실제로 AI 기반 쇼핑 어시스턴트를 사용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키워드 검색과 비교, 리뷰 확인 등 익숙한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요. 기술의 발전 속도와 실제 사용자 행동의 변화 속도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간극은 점점 좁혀지고 있습니다.


국내 플랫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가 한국 이커머스와 무관한 이야기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플랫폼들도 이미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안에 'ChatGPT for Kakao'를 탑재해 별도 앱 전환 없이 대화하듯 질문을 입력하고 답변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이 AI 기능은 카카오맵, 카카오톡 예약, 카카오톡 선물하기, 멜론 등 핵심 서비스와 연동되어 검색부터 구매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끊김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선물하기' 서비스 내 랭킹탭을 AI 기반으로 개편하고, 상품 특성과 추천 선물 대상 등의 정보를 요약해 제공하는 등 '제로클릭 퍼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SSG닷컴과 쿠팡도 움직이고 있어요. SSG닷컴은 자체 AI 모델 기반 개인화 추천 'AI PICK'과 이미지 탐색 '쓱렌즈' 도입 이후 클릭 수 7배, 매출 5배 증가를 경험했습니다. 네이버는 아직 AI 쇼핑을 본격 적용한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은 명확히 정해졌습니다. 네이버는 검색 엔진을 넘어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N(Agent N)'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에 '쇼핑 에이전트'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검색어를 고민하기 전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상품을 '발견'해주며, 실제 구매자의 리뷰와 실시간 재고 정보를 통합 분석해 추천부터 결제까지 끊김 없이 이루어지는 쇼핑 루틴 제공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 이커머스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이 플랫폼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AI 쇼핑이 한국 시장에서 예외가 될 이유는 없어요.


SEO는 죽고, GEO가 태어났다...


이 모든 변화는 이커머스 마케팅의 문법도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의 목표는 간단했습니다. 네이버 쇼핑 검색 상위에 오르는 것, 구글 첫 페이지에 이름을 올리는 것. 광고비를 쓰고, 키워드를 최적화하고,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이제는 다릅니다. 승리 조건은 "이 키워드에 대한 순위"에서 "이 주제가 나올 때 AI가 인용하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즉 생성형 엔진 최적화라는 개념이 떠오른 배경입니다.

GEO는 ChatGPT, Gemini, Perplexity 같은 생성형 AI 기반 검색 환경에서 우리 브랜드와 상품이 AI의 답변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추천되도록 콘텐츠를 최적화하는 전략입니다. 즉, AI가 우리 브랜드를 신뢰할 만한 정보로 인식하도록 하고, 사용자에게 먼저 소개되며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SEO와 GEO는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닙니다. 두 전략을 함께 가져가야 소비자의 모든 여정을 커버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무게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변화가 완전히 도착하기 전,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상품 정보를 AI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작성하세요. AI는 텍스트로 상품을 이해합니다. 상품명, 소재, 스펙, 사용 상황이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AI의 추천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감성 캐주얼"보다 "오버핏 코튼 100%, 20대 일상복, 세탁기 세탁 가능"이 AI에게 훨씬 유리한 설명이에요.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가격, 리뷰, 상품력 같은 정량 요소가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둘째, 리뷰가 광고보다 강력한 시대가 됩니다. AI 기반 추천 시스템은 실제 사용자의 목소리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광고비를 태워 올린 순위가 아니라, 진짜 고객이 남긴 솔직한 리뷰가 쌓인 브랜드가 AI의 선택을 받습니다. 리뷰 수집과 관리가 이제 마케팅의 핵심 업무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셋째,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실제 수치, 상충 관계, 그리고 실제 경험을 공유하는 브랜드는 알고리즘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는 브랜드 권위를 구축합니다. AI는 광고성 문구가 넘쳐나는 콘텐츠보다, 실제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콘텐츠를 신뢰합니다. 상품 페이지도, 블로그 글도, FAQ도 — 모두 AI가 인용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보 소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넷째, 특정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점점 위험해집니다. AI가 쇼핑의 시작점이 되면, 소비자는 네이버 쇼핑이나 쿠팡이 아니라 AI를 먼저 켤 수 있습니다. 쇼핑의 주도권이 점점 소비자 개인의 손에서 AI 쇼핑 에이전트로 이동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더 이상 수십 개의 페이지를 비교하지 않습니다. 대신 AI가 선별한 몇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릅니다. 어떤 경로로도 발견될 수 있는 브랜드 자산 — 자사몰, 깊이 있는 콘텐츠, 쌓인 리뷰 — 이것을 지금부터 구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커머스에서 AI의 등장은 단순히 기술 하나가 추가된 게 아닙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발견하고, 비교하고, 결정하는 방식 전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검색창이 작아지고, 대화창이 커지고 있어요.

이 변화를 위기로 볼 수도 있고, 기회로 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AI 시대의 이커머스는 광고비가 많은 브랜드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진짜 가치 있는 상품, 진짜 사용자의 목소리, AI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진 브랜드가 이기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어요.


결국 가장 오래된 진리가 다시 한번 통합니다.

좋은 제품과 진정성 있는 신뢰.

AI는 그 진정성을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걸러내는 필터일 뿐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AI에게 어떻게 소개되고 있나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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