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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cy Sep 27. 2024

교사돼서 뭐 하려고?

중학생의 진로 희망 1순위가 여전히 교사라니

'실업'을 주제로 수업을 하며 몇 가지 퀴즈를 냈다.


2024년 기준 최저시급,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 등. 


그중 나도 정답이 의외라고 생각했던 문제는 '2023년 중학생의 희망직업 1순위는?'이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위가 교사였다.


퀴즈를 제시하자, 아이들은 너도나도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외쳐댔다.


- 유튜버요!

- 돈 많은 백수요!

- 건물주요!

- 의사요!


투자자, 축구선수, 대통령 등 여러 답을 거쳐 아이들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직업이라는 힌트를 주자 '교사'라는 답이 나왔다.


- 정답입니다!!


나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말들.

 

- 어엇? 잉?

 

예상했던, 나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 선생님도 좀 의외라고 생각했어.

- 교사해서 뭐해요? 돈도 못 버는데. 차라리 의사나 판검사나 하지.. 악.


주변 아이들의 야유와 나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막으며 말을 멈추는 아이.



- 그러게, 선생님은 돈도 못 버는데 왜 이러고 있을까 모르겠다. 판검사나 해야 하는데 그게 못되어서 여기 있네.. 그쟈?


상처받은 척(실제로 그다지 상처받지는 않았다.) 과장된 나의 말에 주변 아이들도 동조해 주자 그 아이는 민망해하며 자신의 말을 얼버무렸다. 농담으로 상황을 마무리하고 다음 수업을 진행하려는데, 무심한 듯 덤덤하게 한 아이의 말이 이어졌다.



 판검사, 의사 같은 사람들을 길러내는 게 바로 선생님이잖아요.

순간 수면 위로 물 한 방울이 떨어지듯, 내 마음에도 감동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지, 나는 그렇게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었지.



- 어머어머, 샘 너무 감동이다. 어쩜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너는 상점이다. 굿굿


웃으며 농담으로 넘어갔지만 그 말은 제법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잔잔하게 울렸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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