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울 산책로에서 만난 나

by 글노리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1차, 2차 모두 합쳐 1955년~197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곧 은퇴 연령에 진입하는 2차 베이비부머가 10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고 당연히 직장 생활을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사실 나는 몇 년 전부터 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준비해 왔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지 탐색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여행을 즐기니 관광 안내가 좋을까? 영화를 좋아하니 영상 번역을 할까? 사진 찍기 취미를 살려 스톡사진작가에 도전해 볼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과 후 교사가 괜찮을까? 하던 일과 연관된 정보시스템 감리를 해야 하나? 이것저것 배우러 학원도 다니고 쓸모없을지 모를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분명하게 내 마음이 전하는 속삭임을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회사라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속품이 되어 규칙에 순응하며 주어진 일을 해왔지만 그런 시간을 더 이상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는 고백이었다. 또 한 가지 내가 좋아하는 작업이 글쓰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겪고 느낀 내용을 오랜 기간 적어왔음을 깨달았다. 심지어 가계부에도 메모가 빼곡했다.

직장에서는 개성을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과를 내야 한다. 글도 주로 정보 전달을 위한 보고서를 쓰게 되므로 온전히 내 생각을 담은 글쓰기를 할 기회는 드물다고 하겠다. 내 경우에는 여가 시간에 책, 영화, 음악에 대한 소감을 적은 게 내 생각을 표현한 글쓰기의 거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앞으로 쓰는 글은 변화 가운데 만난 새로운 나, 일상 속 잠깐의 탈출 기록, 풍경 속에서 찾은 추억, 여행길에서 발견한 나를 표현하고자 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서울에 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을 매개로 살아온 과정도 돌아보고 지금 누리는 혜택도 느끼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예정이다. 내 삶 속 변화의 순간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삶의 철학, 내 인생의 도전, 나를 즐겁게 하는 놀이, 아련한 추억, 치유가 필요했던 시간, 그리고 곧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인생의 중, 후반기를 지나고 있는 다른 이들도 공감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