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들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아세요?
우리 아빠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요?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2016년에 저는 IT 업계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소소한 모임을 기획했습니다. 특별한 안건 없이 단지 제 페이스북을 통해 간단히 모임을 알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 약 30명의 아버지들이 모임에 참석해주셨습니다.
사전에 정해진 일정이나 활동 계획 없이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참석한 모든 분들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서로의 배경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자리는 각자의 삶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의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작은 모임에서 아버지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한국 사회의 두 가지 큰 이슈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살아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 교육 문제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었죠.
직업과 처한 환경은 달랐지만, 아버지 한 분 한 분께서 돌아가며 이 두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셨습니다. 가계 빚 문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의 스트레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의 과도한 학업 부담과 입시 교육에 대한 토로가 이어졌습니다.
한 아버지는 야근이 잦아 아이와 단 한 시간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하셨습니다. 또 다른 아버지는 자녀가 늦은 밤까지 학원 숙제에 시달리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셨지요. 퇴근 후 남은 시간에 아이 학습을 도와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이야기가 경제적 압박과 자녀 교육 스트레스를 중심으로 맴돌았습니다.
모임은 9시 30분으로 예정됐지만, 11시가 훌쩍 지나도록 계속되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아무도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 번 터뜨리기 시작한 이야기 하나하나에 아버지 분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배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임이 끝난 뒤에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지키며 정리와 청소를 도와주셨습니다. 마치 교회 부흥회에서 큰 은혜를 받은 신자들 같았습니다.
그 모습에서 아버지들의 가정과 사회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과 애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힘들어진 경제 여건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자녀 세대를 위한 간절한 바람이 교차했습니다. 경제와 교육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뇌관과 같은 민감한 지점인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살짝만 건드려도 큰 폭발을 앞둔 폭탄과도 같았습니다.
특히 교육 문제에 있어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안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대치동에 사는 지인을 만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맞는지는(이렇게 학원을 돌리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다른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아이들은 계속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타당성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의 바람이 이미 불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들의 토로 하나하나에는 현재의 고민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향한 희망의 물꼬가 트이고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삶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간절한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작은 모임을 통해서라도 소통과 공감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와 교육 이슈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된 동시에, 변화를 향한 새로운 흐름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들의 진솔한 목소리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는 곧 희망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