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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Dec 12. 2022

우울증,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울증 직장인이 회사를 다니는 법

월요일이다. 


아마 직장인들에게 가장 피곤한 날이 아닐까 싶다. 

우울증 직장인에게도 예외는 없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회사에 갈 준비를 한다. 

물과 함께 불안감을 조절해주는 약을 한 알 삼키며 집을 나선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틸 수 있길!'


우울증으로 무기력하게 살던 내가 이렇게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아침이다.


정신없는 오전을 보냈고, 더 정신없는 오후가 지났다.

4시쯤 되며 갑자기 몰려오는 전화에 머리가 하얘지고 숨이 가빠졌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길게 심호흡을 했다. 


긴 호흡에도 빠르게 뛰는 심장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이 필요하면 사용하라던 무기를 썼다. 신경안정제였다. 

잠깐 고민하다, 텀블러에 있던 물 한 모금과 함께 약을 먹었다.


그렇게 조금 차분해지자 다시 일을 했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짐을 싸서 회사를 나왔다.


어둑어둑해진 저녁,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차를 돌려 헬스장으로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몇 번이고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걷자'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닭장의 닭처럼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구겨져 있던 몸을 풀었다.

그리고 최대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러닝머신을 걸었다.

걷고 또 걸으며, 신약성경 빌립보서 4장 6절~7절 말씀을 수십 번 되새겼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오늘은 그동안 쟁여둔 무기를 많이 썼다. 

'감사하기'로 아침 출근길을 시작했다.

숨이 가빠질 때 심호흡을 했고 우울증 약을 먹었다.

퇴근길엔 걸었고, 말씀 묵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울증 직장인에게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 사진출처

Image by <a href="https://www.freepik.com/free-photo/woman-running-gym_4192313.htm#query=%EB%9F%B0%EB%8B%9D%EB%A8%B8%EC%8B%A0%20%EA%B1%B7%EA%B8%B0&position=13&from_view=search&track=ais">Freep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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