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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Jan 30. 2023

깨닫지 못하면, 실수는 반복된다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살아!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우울증 진단 이후,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던 회사에 복직한 지 2달이 되었다.


'내 사전에 실패는 있어도, 포기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내게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 우울증, 불안장애는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속은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퇴사가 아닌, 병가와 휴직으로 직장생활을 간신히 연장할 수 있었다. 


약 9개월의 시간 동안, 일상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복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는 고사하고 삼십 분이라도 사무실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괴롭혔다.


우려스러운 첫 출근을 무사히 마치고, 

나는 두 달째 직장을 잘 다니고 있다.


비록 가끔 항우울제의 도움을 받고,

일을 하다가 밖으로 뛰쳐나가 울기도 하지만,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기적이다.


그리고 나는 우울증 진단 이전과는 꽤 많이 달라졌다. 


일단 솔직해졌다. 

모르는 건 선배든 후배든 모른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복직하면 처음엔 별일 안 시킬 거라는 주변의 조언(?)과는 달리,

가장 바쁜 연말에 복귀한 나는 첫날부터 현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업무와 9개월의 공백은 나를 신입사원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아요. 하지만 방법만 알려주시면 하겠습니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일들을 하나라도 빨리 해치워야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물어봐가면서 했다. 


두 번째 변화는 많이 웃는다.

일할 때 열심히 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마인드를 가졌던 나는 

집중할 때 항상 미간을 찌푸리며 일했다. 


하지만 복직 이후, 불안증세가 몰려올 때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그리고 이거 못해도 세상 안 망해'


마음을 가다듬고 웃는다. 

웃으며 상냥하게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감사하게도 잘 알려준다.


정말이지 웃는 얼굴에 침 못 뱄고,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가 보다. 


'모르는 건 모른다' '힘들다 어렵다' 솔직하게 말하고, 

힘들어도 슬퍼도 웃으며 일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다.


하지만 어쨌거나 회사를 다니고 있고,

사람들이 밝아져서 보기 좋다고 하니,

이걸로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울증이 나를 꽤 많이 바꾸어 놓았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모습들이 있다. 


바로 회사와 집 밖에 없는 워커홀릭, 완벽주의자, 인정욕구

정말 고쳐지지 않는다.


회사를 쉬면서 시작한 글쓰기와 운동은 

직장생활과 함께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면 괜찮겠지만, 

사실 괜찮지가 않다. 


우울증으로 회사를 쉬면서 알게 된 사실. 


'내 인생에 인간 꿈배르니는 없구나'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배웠으면 달라져야 한다.


물론 회사는 성실히 다녀야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은 직장인 꿈배르니만큼

인간 꿈배르니도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 중요한 일들도 일만큼 열심히 챙기면서 살아볼 요량이다. 


더 열정적으로 

더 열렬히

최대한 후회가 남지 않게 말이다.



사진출처

<a href="https://www.freepik.com/free-photo/happy-brunette-girl-trendy-summer-hat-cute-earrings-laughing-with-eyes-closed_10561707.htm#query=%EC%9B%83%EC%9D%8C%20%EB%AF%B8%EC%86%8C&position=25&from_view=search&track=ais">Image by lookstudio</a>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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