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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May 28. 2023

나는 충분히 잘 살아왔다

하루에 12번의 포옹이 필요한 이유

회사에 복귀한 지 179일째다.


지난해 번아웃, 우울증으로 휴직 후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끔찍이도 두려웠던 회사로 다시 돌아가면서 했던 생각은 하나다. 


'딱 3개월만 버티자'


계속 이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한 번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무너진 곳에서 일어서지 못하면 다른 어딜 가도 못할 거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회사로 돌아간 지난해 겨울.

원래 목표로 했던 3개월이 지나,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그래도 해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도 이번주에는 승진 대상자들을 위한 교육을 다녀왔다.


몇 년 전 함께 입사했던 익숙한 동기들의 얼굴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다시는 회사를 다닐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일도 지나가기는 하는구나'


작년 이맘때,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극심한 불안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게 유일한 목표였던 나의 모습.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말해줄 것이다. 


하루하루가 버겁고, 다가올 내일이 절망스럽게 느껴지겠지만 너는 다시 잘 이겨 낼 거라고. 

너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과거의 경험은 절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대신, 지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살면서 아무리 힘든 시간이 찾아와도, 하나만 기억해'

'너는 충분히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거야'

'세상 사람들 모두가 너를 외면해도, 나는 너를 믿고 응원해'


만약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우울증 휴직하고 돌아온 가장 달라진 점이 뭐예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에 목을 매며, 정작 나는 돌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맞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더 믿는다. 


그리고 응원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하루에 네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유지를 위해서 하루에 8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서 하루에 12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 Virginia Satir(버지니아 사티어) -

나를 안아주는 것. 

처음엔 참 어색했는데, 이제는 나를 안아준다. 


세상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꼭 안아주시기를.

나를 치유하는데 정말로 효과가 있다.





* 사진출처 

<a href="https://www.freepik.com/free-vector/cute-peaceful-woman-hugging-her-shoulders-flat-illustration_12290964.htm#page=2&query=hug&position=49&from_view=search&track=sph">Image by pch.vector</a>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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