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의 풍경 1

서울 도심속 고지대에 위치한 이화동... 그림으로 읽어가는 삶의 기록들

by artist Ye

2014. 05. 05. / 이화동의 풍경 1


< 이화동의 여름 >


어린이날 이른 아침을 먹고

시어머니께서는 삼남매와 며느리, 손자녀 5명과 함께 이화동으로 출발하셨다.

자녀에게는 추억을, 손자녀들에게는 가족의 역사가 있는 곳을 보여 주시기 위해서다.

시어머니께서 50여 년 전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살림을 시작하신 곳이 이화동이다.

1964년부터 1972년.

삼남매가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이사를 하기까지 8년을 그 높은 고지대 이화동에서 사셨다.

동대문역에서 내려 동대문성곽공원옆 낙산성곽길로 올라가는 길

사시던 신혼집은 그당시 보급형 국민주택단지로 네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 건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 가면 양쪽에 방이 있고, 가운데 마루가 있으며 2층은 다다미방으로 되어있었다.

작지만 마당도 앞뒤로 있어서 뒷마당에 텃밭도 만들었다.

밤에는 뒷마당 너머 시내의 야경이 별빛처럼 멋있게 보이던 집이었다.

낙산성곽길을 돌아 사시던 곳에 가보니 예전 모양 그대로라고 하셨다.

DSC07603.JPG 날개벽화 맞은 편에 있는 골목의 꽃계단을 올라가다 중간쯤...
DSC07758.JPG 파란색 칠해진 집의 옆집이 시어머니께서 사시던 신혼집이다.

"아이고, 이렇게 작은 곳에서 살았었나?"


주인이 안계셔서 안을 들어다 볼 수는 없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가족사진도 찍었었다며 시어머니과 삼남매가 나란히 사진도 찍으셨다.

새삼 옛추억들이 생각나시는 시어머니께서 손자녀들에게 엄마, 아빠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해 주셨다.

BandPhoto_2014_05_20_08_57_33.jpg 시어머니께서는 막내가 서너살때 집 앞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하셨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집을 지나 골목 끝으로는 짧지만 가파른 계단이 있다.

한 겨울에는 어떻게 이 계단을 오르내리셨을까?

DSC07738.JPG 조금 큰길로 내려가는 계단

이 계단을 내려가 오른 쪽으로 돌면

이화동 굴다리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에 이른다.

시어머니께서는 이 길을 등에는 둘째를 업고, 한 손에는 첫째의 손을 잡고 늘 걸어 다니셨다고 한다.

참 힘들고 고된 길을 다니신 것 같다.

DSC07907.JPG

높은 고층 빌딩조차도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시어머니께서는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오르내려야 했던 길이고

이 길을 걸어 시장도 가시고 교회도 다니셨다.

경동교회.

지금은 건물들에 가려서 바로 보이진 않지만, 예전에는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집에서도 교회가 보였다고 한다.

그 무렵 성탄절 즈음 한밤에 교회에 불이 난 것을 목격하기도 하셨다고.


이 날 이화동을 다 돌아보고 나서 이화동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풍경화를 한참 그릴 때라 이화동을 그리면서 새댁이셨던 시어머니의 흔적을 쫓아

시어머니께서 보셨던 그 시선으로 이화동을 바라보기로 했다.

이화동 벽화마을로 유명하지만

내 그림에서는 벽화가 사라지고, 시어머님이 사셨던 그 시점으로 고즈넉하고 변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화동 그리기가 벌써 삼 년째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그 그림들을 모아 이화동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