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의 풍경 10

풍경수채화 9 / 사라져 버리는 것의 아름다움

by artist Ye

2016. 8. 15.


< 이화동의 여름 / 낙산성곽 서길 >


시어머니께서 사셨던 이화동 집을 지나 골목 끝에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우뚝 서서 바라보면 고지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계단 오른쪽에 있는 2층 집은 기와지붕에 문제가 있는지 파란색 비닐로 지붕을 가리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려면 난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계단이 붙어 있는 벽은

일직선이 아닌 자연스러운 경사도에 따라 벽의 높이가 다르다.


계단 / 20호변형 / Watercolor on Paper 2016


이 계단 옆에 있는 집은 올 때마다 달랐다.

처음에는 공사 중이어서 가려서 볼 수 없었고

얼마 후에는 '이화루애'라는 건물로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다.

계단을 다 내려과 오른쪽으로 돌아서 집을 바라보면

무척 정겨운 모습이다.


번듯한 대문은 아니지만 이화동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관문이 있다.

집 벽을 장식하고 있는 방범창살과 가스배관에 의해

햇볕에 길게 그려진 그림자가 아주 멋있다.

이화동에서 나의 시선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빨간색 가스배관과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나무 전봇대와 전기선들이다.

새하얀 벽에 빨간색 배관은 직선에 민감한 나의 감성을 자극한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와 현관 앞 계단에 일렁이는 햇볕은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착각을 가지게 한다.


이화동20160815.jpg 이화동의 여름 / 53cm X 36cm / Watercolor on Paper / 2016


이 그림을 그리고 난 후 이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그곳에 있지만 내가 바라보고 내 눈길로 어루만진 그 벽은 사라졌다.

그 예쁜 빨간색 가스배관도 사라졌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는데도 서운한 마음에 돌아와서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사라져 버리는 것의 아름다움은

추억으로 존재한다.


이화동의 집들은 경사도가 있는 곳에 있어

축대를 쌓아 평편하게 만든 후 집을 지어서 골목길은 가파르게 이어지지만

집들은 길과 분리되어 평편하게 유지하고

현관만 계단을 만들어 골목길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땅을 고르고 반듯하게 건물을 세우는 요즘 하고는 다르게

이화동은 자연스럽게 골목길의 경사도에 따라 집을 건축하고

현관문을 내어 재미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화동에도 어김없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이 터전을 떠나고 나면

그 남아 있는 건물 대부분은 깨끗하고 예쁜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가게도 새롭게 문을 열고

벽화마을로 유명하니 새로운 벽화 그림도 그려지며

이화동은 들숨과 날숨을 쉬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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