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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방전 Jul 01. 2021

저 높은 곳을 향해

미카 한눌라/ 미켈 요한손 <TVÄRS>에 대해



6월 5일, 스웨덴 세플레 Säffle 시에서 아티스트 미켈 요한손의 전시 <트배쉬 TVÄRS: 영어로는 across, 비껴 건너는 모양을 뜻한다>가 오픈했다. 작가의 동의를 얻어 전시회 책자에 실린 미카 한눌라 Mika Hannula의 글 "저 높은 곳을 향해(원제 HIGHER GROUND)"을 번역해 싣는다.


VÄRS TVÄRS TVÄRS




<TVÄRS>, 세플레 급수탑, 2021



삶의 단계, 생존 전략, 아니면 정신줄을 붙잡는 스노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파악할  있을까? 일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상과 물건들이 우리의 공존 방식을 형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


 

우리가 취할  있는  가지 방법은 커다란 문제들, 대단히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찾아 모든 것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한 다음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부담스럽고 지루한 계획일 거. 아무리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 한들 절대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또다른 방법은 새로운 시각을 통해 구현된 다른 결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방법은 일상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한 작고 사소한 디테일, 일화, 뉘앙스, 다시 말해 물질 세계의 운율과 리듬, 반복에 애정과 주의를 기울인다.


 

인프라 오디너리* 불리는  방법은, ' 가까이 다가가고 가까이 머물러 '으로 특징지어지는 현실감이 뒤를 이으며 이로 인해 유지된다. 인프라 오디너리는 바로 여기,  순간의 모든 대립과 충돌은 물론 어루만짐과 연민 속에도 있다. 이는 감각과 관능에 대한 것이다.



*인프라 오디너리 Infra-ordinary

공간 담론 또는 건축가나 기획자의 대안으로서, 평범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일상적 공간의 잠재적 특성을 탐구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혼란이나 균열, 사회적 불안이나 격변, 정치 스캔들 등을 통해 일상적이었던 장소가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 것을 가리킨다.



<TVÄRS>에 사용된 물건들

          


   *     *     *


 물건들이 우리 삶을 온전하게 만들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잠재적으로  문제는 작아질 수도, 거대해질 수도, 얇아질 수도, 두터워질 수도 있다. 어떻든지 간에, 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관계를 통해, 시공간의 개입을 통해 존재한다.


 

요한손의 작품에도 이러한 움직임과 시간의 개입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고 마주하는 물체를 뚜렷이 인식하고  기능을 알아낼  있다고 여기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여기  작품을 통해 알게 된다.  깨달음은 반전이자 방향 전환이 일상의 소재와 함께 느끼고 함께 존재하며 이들에게 놀랍고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하나의 초대장이다.  높은 곳으로의 초대.


 

세플레의 급수탑에서, 사물들은 높이 높이 올라간다. 아찔한 높이의 수 미터 위에, 우리가 의존하고 우리를 매료시킨 것들이 사다리로 펼쳐져 있다. 분명 다른 물질성의 현현이 내포되어 있지만,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원과 공간성, 즉 사다리이다.


 

우리가 사다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작고 가볍지만, 탐험과 확장을 위해 포개어진 그 에너지는 우리를 한껏 고양시키는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는 높이 높이 올라 꼭대기까지 본 다음, 재차 내려와 새로 시작한다.


 

승리하면, 드물게나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이제 막 발견한 감각의 희열, 흔한 잡동사니의 놀라운 은총, 한 개의 사다리, 여러 개의 사다리가 별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라. 늘 거기 있었지만, 전에는 알지 못했던 별이다.


 

우리를 빠져나가려는 듯한 이 이야기는 오래 머물지 않으며, 일종의 기이한 추진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불현듯 우리 안에 들어와 함께 한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장소와 상황들 속에, 전혀 다른 것, 비 일상적인 것, 뭔가 다른 것이 되어가는 장소와 상황들 속에 들어와 있다. 대화가 오가고, 사물은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그리고는 독특한 언어가 생겨난다. 파괴도 없고 오해도 없다. 오직 하나, 일상의 사물을 조금은 다르게, 조금은 변칙적인 방식으로 결합하고 연결하려는 욕구만 있다.




 

*     *     *

우리를 이끄는 건 언제나 개별적인 해석과 비 일상성의 독특한 근원이다. 이 언약을 따른다면, 일상의 불확실한 아름다움의 길로 인도함 받을 것이다.



글. 미카 한눌라 Mika Hannula (1967~) : 베를린에 살며 일하는 핀란드 사람. 작가, 큐레이터, 교사, 미술 평론가. 2005-2012 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예술 연구 교수로 재직했다. 2000-2005 년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미술 아카데미의 이사였고 북유럽 예술 아카데미 네트워크 KUNO의 회장을 역임했다.


사다리 : 한눌라와 요한손의 사물에 대한 문답 중




이 물건이 배우라면 누구일까?
- 프레드 아스테어 Fred Astaire
(영화 "키다리 아저씨 Daddy Long Legs"의 남자 주인공)

책이라면?
-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음료라면? a) 술 b) 술 아닌 것
- a. 맨해튼 Manhattan 칵테일
  b. 레드불 Red Bull, 날개를 달아주지.

스포츠가 된다면?
- 장대높이뛰기

냄새라면?
- 상쾌한 공기

     







세플레의 구 급수탑 Gamla Vattentornet, 현재는 전시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벽면에 KONST(예술)이라고 적혀 있다.












참고 사이트

https://saffle.se/arkiv/evenemang/evenemang/2021-06-05-michael-johansson---tvars.html

https://www.uniformnovember.com/single-post/2020/09/15/the-power-of-the-infra-ordinary

http://mikahannula.com/about


참고 서적

세플레 전시회 [TVÄRS] 도록


이미지 및 원문 출처 : 미켈 요한손 / 번역 : 글로방전



*아트렉처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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