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가고 재택근무만 오라
우리 회사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체제로, 1단계 수준일 때는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전일 재택근무를 하게된 지 꽤 오래되었다.
재택근무는 복지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업무 스타일 중의 하나고, 특히나 요즘은 안전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재택근무는 너무 소중하다. 작고 소중하지 않고 크고 소중해! 이제 내 인생은 재택근무 전과 후로 나뉜다고.
재택근무를 하고 그간 출퇴근 중 도로에 뿌린 시간과, 출근을 준비하며 쓴 각종 색조화장품 그리고 옷들과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섭취한 칼로리와 늘어져있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 가를 깨달았다. 그 시간과 돈으로 난 무수히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텐데(하지만 어째서 내 텅장은 재택근무 중에도 텅장인 것인 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재택근무와 하나가 되어 평온하고 무탈한 삶을 살다가, 이번 주는 외부 미팅과 촬영 그리고 법무팀 날인 등을 이유로 5일 중 무려 4일이나 회사엘 나가고 외근을 나가야 했다.(오/마이/갓 - 프렌즈 제니스처럼 읽기)
이렇게 4일을 재택근무와 멀어지면서
재택근무가 얼마나 소중한 녀석인 지, 새삼 녀석의 힘을 느꼈다.
재택근무가 왜 좋냐면
길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구요, 색조화장 안해도 돼서 피부가 숨을 쉬어요(회사 분들과 쌩얼을 트게 될 줄이야), 코로나 중에는 사무실에서 마스크 끼면서 답답해하지 않아도 되구요(마스크에 묻은 화장품을 보고 기겁할 일도 없고요), 잠옷 입고 일하니까 너무 편해요(회의할 때 잠옷 위에 급하게 맨투맨 티 입음),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이어폰이 아니라 그냥 노트북 사운드로 들어벌여요(노래보단 ASMR 듣는 거 좋아해요), 혼잣말 해야 집중력이 오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재택근무라 다행이에요(혼잣말이라기 보단 노래에 가까워요 '어디 한 번 볼~까~나~'), 마케터라서 자료 서칭이나 트렌드를 살피는 일들을 많이 하는데 이거 일인데도 사무실에서 하면 눈치가 보이거든요(제가 소심해요) 근데 그런 눈치가 안보이니 좋아요, 업무 전화할 때 어딘가로 도망가지 않고 자리에서 맘껏 해도 돼요, 점심 먹고 고대로 누워서 한숨 잘 수 있어요, 화장실이랑 내 자리 1초컷, 퇴근하고 침대까지 1초컷, 기타 등등입니다.
아 가장 큰 장점, 우리집 고앵이가 제가 집에 있는걸 좋아해요. 우리집 고앵이가 좋아하니 저도 좋구요.
재택근무의 맛을 봐버린 자, 다시는 이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낀 한 주였다.
(다행히 다가오는 주는 하루만 나갑니다. 계약서 날인때문에 하루는 나가야만 하는 현실이지만, 지난 한 주를 떠올리며 참겠습니다.)
코로나는 가고 재택근무만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