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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자 Jan 31. 2021

잊고 지냈던 인쇄의 악몽

아 맞다 내가 그래서 출판업 그만뒀지

지난 1년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15명이 모여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쓰고, 디자인해서 <어쩌면 당신의 가방은 무거워질 수도 있지만>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텀블벅으로 펀딩을 해 6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고 몇 곳의 독립서점에도 입고되게 됐다.


출판사 에디터 경력으로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교정교열도 봤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글이다 보니 정말 힘든 과정이었지만, '연대의 힘'을 느끼며 진심으로 참여했다.


책이 인쇄되고 나서 몇 가지의 문제점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났다. 책등에 디자인이 누락되어 책 제목이 없고, 만화를 그려 준 한 분의 작품 전체가 파일이 깨지는 등.


디자이너 탓을 하고 싶지 않고 디자이너 만의 탓도 아니다. 일단 디자이너는 편집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고, 디자이너에게 막판에 일이 몰리게끔 된 일정 등. 막판에 함께 편집했던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도 당연하고 책임의 소지를 찾자면 끝이 없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정말 열심히 해줬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되어, 재인쇄를 준비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목적으로 모였는데 재인쇄를 하게 되다니 참 송구스러운 부분이다.


이 과정이 진행됐던 지난 며칠간, 잡지사에서의 악몽들이 스믈스믈 기억났다.


정말 이런 인쇄 사고가 비일비재했던 그 때의 기억들 ㅜㅜ... 내가 잡지사를 그만 둔 이유의 8할은 인쇄에 대한 부담이었다 정말. 한 번 인쇄되고 나면 수정이 불가능한 그 세계... 아 갑자기 옆 팀 부장님이 광고 포스터에 오타내서 시말서 썼던 것도 막 생각나고... 


내 다시 인쇄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 잡지사를 그만 둔 이후 두 번째 책을 인쇄했다. 이게 무선 129!!


하지만 늘 '다음엔 안그러겠지..'하는 기대로 다시 출판에 기웃되게 되는 마력의 출판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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