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엔 또 나만 진심이지...
북극은 10년 내로 없어진다고 하고, 하다 하다 며칠 전 뉴닉에선 남극 면적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작년 서울에선 말도 못 할 물난리가 났고, 얼마 전 미국은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수준의 눈폭탄으로 출동하던 구급대원이 구조받는 기이한 일도 있었다.
그래도 나와 사람들,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물티슈의 안온함에 취하고, 쇼핑은 언제나 즐겁다. 지구를 걱정한다는 나도 매일 조금이라도 젊어지겠다며 뷰티 디바이스로 얼굴을 문질문질 후 소독 티슈로 기계를 닦아내고, 집 앞에 택배 박스가 없는 하루는 커피 빠진 아침 마냥 헛헛하다.
환경에 관심 있다고 잰 체하느라 주변에 환경 문제를 떠벌려보면 대부분 심각성엔 동의하지만 행동의 변화까지는 좀처럼 나아가질 못한다.
(소독 티슈를 쓰고, 인쇼 중독자지만) 내가 비누를 쓰고, 천연수세미를 쓰고, 대나무 칫솔을 쓰고, 동물 소재 제품을 사지 않고, 동물실험 제품을 쓰지 않은들 80억 조별 과제가 이 상태로 가면 c+ 이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4명짜리 조별 과제도 어려웠는데 80억짜리 조별 과제라니. 진짜 조별 과제였으면 과락 후 재수강이라도 가능한데, 이 조별 과제는 재수강도 없어!
주변에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언제나 답답하고 절망스럽다. 그러다 넷플연가에서 찾은 '멸망을 앞둔 지구인 모임'에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환경 걱정 한번 거하게 해보고 싶어 냉큼 신청했다.
'아... 아니야 새해고, 설도 껴있어서 미처 이 모임을 발견 못 했겠지. 재도전하자!'
'멸망을 앞둔 지구인의 모임'이 2번 연속 정원미달로 취소당한 것을 보니, 진짜로 지구인은 멸망을 앞뒀구나 싶다. 그래서 이 글은 세상에 대한 악에 받쳐 쓰는 글.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없음을 넘어 불편함까지 비추며 환경충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이 시대에 나는 왜 배달앱을 다니면서 환경 걱정을 하고 있는지, 내 관심사와 가치관이 나도 답답하다. 죄의식 없이 플라스틱 쓰고, 동물실험 여부 찾아보지 않으며 살면 편할텐데. (편한 것보단 옳은 삶을 살고 싶어서 이렇게 살기로 선택했다.)
모임을 통해 김원상 기자님을 직접 뵐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을 담아, 원래 모임에서 하려고 했던 4개 환경 콘텐츠를 보고 토론하는 일을 브런치에서 (나 혼자) 이어가야지.
미국의 눈폭풍 속에서도, 한국 여행객 10여 명을 2박 3일간 대피시켜준 미국인 부부 일화처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이 피어오를지 모르니까. 쓰다 보면, 그렇게 한 명이라도 더 읽어 주어 조별 과제의 아군이 늘어날 거라는 마음으로 시작해본다.
1회는 '돈룩업' 리뷰
2회는 '비포 더 플러드' 리뷰
3회는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리뷰
원래의 커리큘럼엔 '씨스피라시' 리뷰도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한 번 더 보기엔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스킵한다.
멸망을 하루라도 늦춰보려는 리뷰로 다시 브런치에 로그인해야지.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