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재우 May 07. 2021

큐베이스 시작하기

방구석 래퍼의 미디 작곡 정복기 #4

[미디 작곡 정복기 #3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미디 장비를 얼추 맞추고 나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좋은 음질이 나오지는 않았고, 겨우 폰 녹음 수준에서 벗어난 정도였다. 교내 힙합 동아리에서도 딱히 쓸모가 없었다. '미디 작곡 정복기 #2'편에서 언급된 잠깐의 쓸모는 말 그대로 잠깐일 뿐이었다. 동아리는 녹음보다 실제 공연 위주로 함께 둘러앉아 연습을 하는 곳이었고, 공연에 쓸 비트도 나보다 고수들이 만든 프리 비트들이 널렸기에 내가 딱히 내세울만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미디를 배우는 것은 점점 나의 개인적인 만족이 되어갔다. 동아리에선 가사를 쓰고, 학원에선 컴퓨터에 앉아 더듬더듬 드럼을 찍는 두 집 살림(?)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음악이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것은 전혀 달랐다. 이후 교내 동아리를 관두고 운 좋게 홍대 힙합 크루를 만나 활동을 할 때도, 미디를 쓸 일은 없었다. 이때를 돌이켜보면 사실 내가 미디를 배울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공익 생활이 끝나고 내가 무작정 시작한 것은 미디였지, 힙합 동아리가 아니었다. 둘 다 재미있어서 하긴 했지만, 설령 힙합 동아리를 그만두더라도 미디를 관둘 수는 없었다. 처음엔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술이나 하나 배워보자 하는 심산이었는데, 점점 일종의 고집스러운 목표가 된 것이다. 초중고 생활이 끝난 후 '나의 첫 선택'이었다는 거창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타이틀까지 생겼다.


미디를 잘하려면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 하나만 믿고 꾸역꾸역 학원을 다녔다. 그렇다고 특별히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저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해 가면서 거북이, 아니 달팽이처럼 아주 천천히 나아갔다. 그 뒤로 나는 미디 작곡 외에 믹싱과 레코딩을 경험하기도 고, 재즈 피아노를 배우다 불성실한 선생님 때문에 관두기도 하고, 기초 화성학을 배우기도 하고, 간단한 곡 구성법 및 작사를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본격적으로 믹싱과 마스터링을 공부 중이다.

 

그래서 이번 편부터는 당시 학원에서 배웠던 큐베이스 관련 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으로 나의 개인적인 에세이는 줄이고, 그때 배웠던 것들과 현재까지의 미천한 경험들을 섞어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를 제시할 것이다. 이 가이드가 정답은 아니더라도 초보분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 현재 내가 사용하는 시퀀서는 큐베이스 8이다. 현재 2021년 5월 기준으로 큐베이스는 11 버전까지 나왔다. 처음 입문하는 유저라면 스테인버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큐베이스 11 트라이얼 버전(30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버전이 다르거나 타 시퀀서를 사용하는 경우 인터페이스가 달라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 원리는 같으니 당황하지 말자.




시간이 지나고 뒤늦게 깨달은 미디 작곡 꿀팁 #4 

미디의 시작 : 큐베이스 기본 세팅


1. 새 프로젝트 만들기

큐베이스를 켜면 아래와 같은 [File]-[New Project] 화면이 나온다. Recording, Scoring, Production 등 다양한 기본 세팅이 준비되어 있지만 아래쪽의 [Create Empty] 버튼을 눌러준다. 어떠한 프리셋도 사용하지 않고 기본 빈 화면을 만드는 것이다.

Create Empty로 새 프로젝트 생성


2. 오디오 드라이버, Input/Output, Sample Rate 설정

처음 큐베이스를 설치했다면 기본 세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를 미리 확인하고 시작한다. 미디를 처음 하는 분들이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여기서 설정을 제대로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먼저 [Devices]-[Device Setup]에서 자신의 오디오 카드가 잘 등록되었는지를 본다. 만약 외장 오디오 카드가 있다면 그 이름의 오디오 드라이버를 선택하면 되고, 없다면 Asio4all이라는 가상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할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FL Studio의 트라이얼 버전을 받은 후 FL Studio Asio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 듯하다.

Device Setup에서 알맞은 오디오 드라이버를 설정해준다

오디오 드라이버가 잘 설정되었다면 이제 [Devices]-[VST Connections]에서 인풋, 아웃풋 설정을 해준다. 보통 여기가 빠져있어 소리가 안나는 경우가 많다. Input/Ouput 탭의 Device Port 쪽 색깔 부분을 클릭해 좌우에서 모두 소리가 들어가고 나오도록 설정해준다. 스피커나 헤드폰이 컴퓨터와 잘 연결되어 있다면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다.

VST Connections에서 Input, Output 설정

이후 [Project]-[Project Setup] 메뉴에서 Sample Rate와 Bit Resolution을 확인한다. 여기서 주로 44.1Khz에 16Bit를 쓰거나 48Khz에 24bit를 쓴다. 보통 스튜디오 녹음에서는 48Khz에 24bit를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후자로 맞춰준다.


Sample Rate가 다르면 오디오 샘플의 속도가 달라져 곡이 변질된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맞춰주어야 다른 사람과의 협업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간혹 어떤 음원유통사는 여전히 44Khz의 파일을 요구한다고 들었는데, 그러한 다양한 요구에 맞춰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Sample Rate와 Bit Resolution의 개념은 음향 전문 지식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궁금하다면 따로 검색해보기를 권한다. 자료가 매우 많을 것이다.

Sample Rate와 Bit Resolution 설정


3. 오디오 파일 넣기

만약 반주에 노래를 하는 경우 오디오 파일을 직접 넣어야 할 것이다. 미디 작곡의 경우에도 악기 샘플을 이용하거나 특수 효과를 위해 직접 오디오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File]-[Import]-[Audio File] 또는 직접 해당 파일을 드래그하여 프로젝트 안으로 던져 넣는다.


이때 오디오 파일의 Sample Rate와 Sample Size를 바꿀 것인지를 묻는 체크박스가 생성된다. 이는 오디오 파일과 나의 프로젝트의 샘플 해상도가 달라서 생기는 것이므로, 모두 체크해준다. 그러면 앞서 설정했던 프로젝트 세팅에 맞춰 자동으로 설정해준다.


오디오 파일의 Sample Rate와 Size를 동일하게 맞춘다


4. 템포 맞추기

이미 완성된 반주를 넣었다면 곡의 템포를 맞춰준다. 단순 노래 연습 용도라면 그냥 해도 문제가 없지만, 카피 연습 또는 추가 편곡을 하거나 메트로놈 기능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템포를 맞춰야 한다.


만약 곡의 템포를 이미 알고 있다면 Transport Panel(F2)에서 템포 버튼을 클릭하여 숫자를 맞춘다. 초기 세팅은 120이고, 만약 곡의 템포가 82라면 82로 바꿔준다.


곡의 템포를 모르는 경우 [Project]-[Beat Calculator]를 누르고 곡을 플레이한 뒤 [Tap Tempo] 버튼을 누른다. 이후 곡이 나오면 킥과 스네어 박자에 맞춰 Space bar를 누른다. 그렇게 수차례 입력하면서 곡의 템포를 수동으로 측정한다.

Beat Calculator(위)와 Transport Panel(아래)의 템포 설정


5. 녹음 트랙 생성

반주를 올렸다면 이제 녹음을 위한 오디오 트랙을 생성한다. 프로젝트의 조금 짙은 트랙 부분에 마우스를 우클릭한 뒤 [Add Audio Track] 버튼을 누른다. 이후 원하는 트랙 개수에 맞춰 Count 숫자를 넣어주고, Configuration에서 Mono 또는 Stereo를 선택한다.


만약 집에서 하는 보컬 녹음이라면 Mono를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이크를 하나만 잡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Mono와 Stereo는 악기별로 설정법이 달라지는데, 이는 추후 믹싱 과정에서 설명하겠다. 여기서 그냥 쉽게 이해하자면 Stereo는 좌우가 다른 사운드를 내야 할 때 설정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인 마이크 녹음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므로 Mono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만약 반주를 올린 트랙이 있다면 그 트랙은 자동으로 Stereo로 설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5.0이나 5.1 채널은 흔히 영화관이나 홈 시어터 같이 입체감 있는 서라운드 음향을 작업하는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사실상 홈 레코딩 수준에선 다룰 일이 없다.


오디오 트랙 생성과 모노, 스테레오 설정


6. 악기 트랙 생성

녹음이 아니라 미디 작곡이라면 가상 악기 트랙을 생성해야 한다. 똑같이 트랙 부분에 마우스를 우클릭한 후 이번엔 [Add Instrument Track]을 선택한다. 그러면 어떤 악기를 불러올 것인지 뜨는데, 따로 설치한 가상 악기가 없다면 기본 악기인 Halion Sonic을 선택한다.


이후 맨 왼쪽 Inspector 창의 조그만 건반 모양을 눌러 악기 세팅 창을 띄운다. 가상 악기마다 조금 다르지만 Halion Soinic은 위쪽에 악기의 종류를 고를 수 있는 버튼이 있다. 그곳에서 드럼, 신스, 피아노 등 다양한 가상 악기를 맛볼 수 있다. 만약 마스터 키보드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다면, 바로 키보드를 통해 연주도 가능하다.


앞으로의 가이드에서는 이 Halion Sonic을 바탕으로 각종 작곡법을 설명할 것이다. 다만 파트에 맞춰 Halion 외에 실제 작업에 사용하는 가상악기들도 소개할 예정이다. 추후 기회가 되어 그 가상악기들의 사용법도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악기 트랙 생성과 악기 선택


7. 저장 및 백업

작업이나 녹음이 끝났으면 프로젝트를 저장해야 할 것이다. [File] 메뉴에서 [Save] 또는 [Save As]로 원하는 폴더에 프로젝트 이름을 설정하고 저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Back up Project]다. 백업이라고 해서 단순히 파일이 삭제되었을 때 복구하는 용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다른 사람과의 협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다. 사실 Save 기능은 큐베이스의 프로젝트 파일만 저장하는 것이지, 실제로 내가 썼던 오디오 파일의 위치와는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무턱대고 Save를 한 뒤 그 폴더를 다른 작업실에 들고 가면, 프로젝트를 열었을 때 아무것도 없는 황당한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곳에 프로젝트를 들고 갈 때는 그동안 작업했던 것(오디오 파일까지 전부)을 통째로 들고 갈 수 있도록 [Back up Proejct]를 한다. 그러면 폴더 위치를 하나 지정하라고 하는데, 그 폴더는 반드시 '빈 폴더'여야한다. 이후 몇 가지 옵션 설정을 물어보는데 [Keep Current Project Active]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체크하지 않는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는데, 추후에도 수정을 할 것이고 현재 설정 그대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으려면 체크를 해제하는 것이 좋다.

저장 및 백업
프로젝트 백업 설정
매거진의 이전글 홈레코딩 장비를 맞춰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