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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Jan 07. 2023

애완의 기만

엄격한 시각으로 돌아보기

개는 마당에서 키워야지. 개가 사람이 될 수는 없어. 나는 이해가 안 돼. 개는 인생의 동반자다, 개고기를 먹는 건 야만적이다 하면서 자기 침대 위에 동물들을 거느리는 사람들. 다 집어치우라고 해. 결국 너는 '그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거잖아.


애완(愛玩).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기는 행위. 결국 애완동물은 네가 즐기려고 산 도구에 불과해. 잘 들여다보렴. 정말 네가 그 친구를 사랑했는지.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네가 좋으려고, 너만 좋으려고 했던 거잖아. 그 친구는 네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었어. 어쩌면 더 행복했을 수도 있지. 너는 그 친구를 이렇게 만든 원흉이야. 이래놓고 진정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나?


더러운 욕구지. 더러워 참. 넌 그저 말 잘 듣고, 잘 따르는 것들을 원하는 거야. 그래서 마냥 귀엽고, 아기 같고, 말 못 하는 동물을 택한 거야. 걔들은 항상 어린아이 같이 굴거든. 인간처럼 쓸데없이 머리가 커지질 않아. 경험상 그렇지 않아? 사람들은 아기를 예뻐하고, 노인은 아무도 반기지 않아. 사람은 본능적으로 귀엽고, 예쁘고, 순종적인 것들을 좋아해. 자신을 위협하지 않을 만한 것들, 조정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것들을.  


이제 알겠지? 동물들은 절대 노인이 되지 않거든. 아무리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사람이 보기엔 항상 어린아이 같아. 밥 주고, 물 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러면 꼬리를 흔들며,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오지. 맹목적인 충성. 넌 그것에 희열을 느끼는 거야. '어머, 나의 사랑을 이렇게 잘 알아주다니! 넌 나의 동반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야!' 같은 착각에 빠져서는. 그 친구가 보기에 너는 그냥 밥통 날라다 주고, 산책시켜주는 ai에 불과해. 어쩌면 ai가 더 나을지도. 이미 과학이 증명해주고 있는 것처럼.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뱀을 키우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해. 그들은 개를 먹는 것엔 뭐라고 해도, 뱀을 먹는 것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 그리고 저녁으로 돼지, 소, 닭을 허겁지겁 먹어치우지. 어릴 적에 정말 조그맣고 예쁜 병아리를 키웠던 사람 앞에서 말이야.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사고인지. 그저 자기 맘대로, 자신에게 예뻐 보이는 모습만을 본 거야. 정작 그런 자신을 알지도 못하면서. 기만하면서. 괴롭히면서. 


 없어. 


 정말 아무것도 없어. 


---

그러니, 이제는 인정한다. 차라리 정말 좋아한다면 멀리서 지켜보고 한 번쯤 쓰다듬어 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내가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목줄에 걸린 것들을 잠시나마 예뻐하고 귀여워해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의 전부다.


차라리 물고기를 키워야겠다. 물속에 있는 것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허우적거리는 것들. 나는 그런 물고기를 소유할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나는, 내가 좋기 위해서, 그들을 소유할 것이고, 내 즐거움을 위해 이용할 것이다. 내가 그들을 기르려는 이유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나는 현실과 본능을 직시한다. 그래서 기꺼이 나쁜 사람들의 편에 선다. 아니, 그렇게 불리는 사람들의 편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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