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돌아가던 세탁기가 멈춰 섰다.
그것도 잔뜩 옷과 물을 동시에 품고서, 그대로 멈췄다.
삼성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세탁기가 안되는데요. 아예 안 돌아가요. 물도 가득하고요."
"아, 네~ 고객님 힘드시겠습니다."
상담직원의 지시대로 전원을 껐다 켰다, 탈수 버튼으로 물을 완전히 뺀 후 다시 플레이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다 해도 통돌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직원이 직접 방문해야 할 거 같습니다. 출장비와 수리비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히 괜찮죠!
제발 빨리나 보내주세요~~~~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데...
오 마이 갓!
아무리 빨라야 4일 후란다.
"제일 빠른 날로 무조건 잡아주세요. 지금 장난 아니에요."
그렇게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은 후,
난 빨래와 사투를 벌였다.
문제는 물을 머금고 있는 빨래의 처리였다.
일단 무거운 빨래를 건조기에 다 옮긴 후, 이틀을 돌렸다.
그런데도 마르지 않았다.
처음 알았다. 물을 머금은 빨래를 건조기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냄새가 진동했고, 향수를 뿌려도 옷에 베인 그 이상야릇한 물비린내를 없애지는 못했다.
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난리를 치른 후에야 겨우 냄새를 잡을 수 있었다.
근래 들어, 최고로 멘탈이 무너진 날이었다.
정말 빨래와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사흘 동안 빨래는 켜켜이 쌓여갔다.
수건도 쓸 수건이 없어질 즈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리 기사님이 오셨다.
친절, 또 친절!!!
정말 감사해서 친절하고 또 친절하게 대했다.
오 마이 갓!
그런데 부품을 가져와야 해서 오늘 못 고치고 내일 다시 와야 한단다.
이렇게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다니!
또다시 켜켜이 쌓아 올려진 빨래 더미를 바라봐야 했다.
드디어 다음 날!
모터 회전 볼이 고장 났단다.
1시간에 걸쳐 수리가 끝났다.
드디어 빨래를 돌릴 수 있다니!
신이 나서, 세 차례에 나눠서 빨래를 돌리고 또 돌렸다.
건조기도 또 돌아가도 또 돌아갔다.
늘 사용하던 물건이나 늘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우리는 모르고 살아간다.
그것은 마치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이 멈춰지는 순간,
그동안 세탁기가 옆에 있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듯
아무 탈 없이 일상을 보내고 집으로 귀가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15년을 키워온 강아지가 죽고 우울증에 빠진 거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지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곁에 늘 함께 하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있을 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