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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Nov 03. 2022

세탁기가 고장 났다

잘 돌아가던 세탁기가 멈춰 섰다.

그것도 잔뜩 옷과 물을 동시에 품고서, 그대로 멈췄다.


삼성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세탁기가 안되는데요. 아예 안 돌아가요. 물도 가득하고요."


"아, 네~ 고객님 힘드시겠습니다."


상담직원의 지시대로 전원을 껐다 켰다, 탈수 버튼으로 물을 완전히 뺀 후 다시 플레이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다 해도 통돌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직원이 직접 방문해야 할 거 같습니다. 출장비와 수리비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히 괜찮죠!

제발 빨리나 보내주세요~~~~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데...

오 마이 갓!

아무리 빨라야 4일 후란다.


"제일 빠른 날로 무조건 잡아주세요. 지금 장난 아니에요."


그렇게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은 후, 

난 빨래와 사투를 벌였다.

문제는 물을 머금고 있는 빨래의 처리였다.

일단 무거운 빨래를 건조기에 다 옮긴 후, 이틀을 돌렸다.

그런데도 마르지 않았다. 

처음 알았다. 물을 머금은 빨래를 건조기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냄새가 진동했고, 향수를 뿌려도 옷에 베인 그 이상야릇한 물비린내를 없애지는 못했다.

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난리를 치른 후에야 겨우 냄새를 잡을 수 있었다.


근래 들어, 최고로 멘탈이 무너진 날이었다.

정말 빨래와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사흘 동안 빨래는 켜켜이 쌓여갔다.

수건도 쓸 수건이 없어질 즈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리 기사님이 오셨다.


친절, 또 친절!!! 

정말 감사해서 친절하고 또 친절하게 대했다.


오 마이 갓!

그런데 부품을 가져와야 해서 오늘 못 고치고 내일 다시 와야 한단다.

이렇게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다니!


또다시 켜켜이 쌓아 올려진 빨래 더미를 바라봐야 했다.

드디어 다음 날!

모터 회전 볼이 고장 났단다.

1시간에 걸쳐 수리가 끝났다.

드디어 빨래를 돌릴 수 있다니!


신이 나서, 세 차례에 나눠서 빨래를 돌리고 또 돌렸다.

건조기도 또 돌아가도 또 돌아갔다.


늘 사용하던 물건이나 늘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우리는 모르고 살아간다.

그것은 마치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이 멈춰지는 순간,

그동안 세탁기가 옆에 있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듯

아무 탈 없이 일상을 보내고 집으로 귀가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15년을 키워온 강아지가 죽고 우울증에 빠진 거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지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곁에 늘 함께 하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있을 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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