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프롤로그

by 라이언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다. 프로 데뷔 이후 37연승, 19연속 KO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타이슨. 당시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던 타이슨과 대진이 잡힌 선수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잠들기 전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봤지만 헛수고였을 것이다. 결과가 말해주지 않는가. 당대 복싱계 최고수였던 그에게, 도전자들은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보였으리라.


나는 마이크 타이슨이 아니다. 고수도 아니다. 그리고 당신도 고수가 아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당신이 고수라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리가 없다. 제목부터 하수 냄새 짙게 풍기는 ‘플랜 B로 살고 있습니다’가 아닌가. 당신을 건너짚은 거라면 사과하겠다. 어찌하였든 우리는 한 번쯤 고수를 꿈꿨고, 적어도 플랜 A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현실에 얻어맞기 전까지는.


나는 고수는커녕 중수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어이없게도 플랜 B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플랜 A만 쫓다 현실에 한 대 맞고 나서 잠깐 (정말 잠깐 1년 정도) 휘청거렸다. 1년이라고 쓰고 10년이라고 읽는다. 이게 무슨 타이슨 핵이빨에 처맞는 소리냐고. 술만 퍼마시면서 뭐 먹고살아야 하나 걱정한 게 1년 정도라면, 플랜 B로 불리는 직장과 직업을 갖고서도 10년간 번뇌했다는 말이다. 첫 1년이 초속 10미터 이상의 강풍이었다면, 그다음 9년은 미세진동쯤 되지 않았을까. 아직 불혹이 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채용공고가 뜰 때마다 마음이 일렁였다.


그리 쉽게 떨쳐낼 수 있었다면, 애당초 그놈에게 미련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루지 못한 플랜 A는 미련을 낳고, 미련은 해마다 자기소개서를 낳기 마련이니까. 그동안 해마다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뜻밖에 자아성찰을 한 게 소득이라면 소득일 게다. 이렇게라도 자기 합리화를 해두면 마음이 훨씬 낫다.


마치 고3 봄에 친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고 스카이를 내려놓는 것처럼. 나는 최근에서야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나서 깨달았다. 꼭 플랜 A에만 내 삶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플랜 B여도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플랜 B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