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피드백의 힘
회사에서 문제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할 때 일어납니다. 직원이 원치 않는 역할을 맡겨야 하거나, 직원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인데요. 좋은 소식은 내일 말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죠. 하지만 나쁜 소식은 다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점점 꼬이기만 할 겁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마는 것이죠. 밥을 너무 오래 뜸들이다 태우듯이요.
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바로바로 전하지 못할까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해요. 불편한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요. 실제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사람의 뇌는 싸우거나 달아나는 반응을 보인다고 해요. 즉, 언성을 높이거나 변명을 늘어놓는 거죠.
이건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DNA에 새겨진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힘세고 덩치 큰 동물들이 즐비한 원시시대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건 협업 덕분이었어요. 혼자서 상대할 수 없는 매머드를 여럿이 힘을 합쳐 사냥할 수 있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무리에서 이탈하거나 고립되는 건 죽음이나 다름없었을 거예요. 오랜 시간이 흘러 현대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집단에서 자신을 거부하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싫어할 수밖에 없겠죠.
그러면 서로 듣기 좋은 말만 하면 될까요. 일상생활에선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회사에선 달라요. 회사는 친목 모임이 아니니까요. 쓴 약이 몸에 좋듯이 솔직한(부정적인) 피드백이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전달 방법만 적절하다면요. 실제로 2014년 컨설팅업체 젠거포크먼이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전달 방법만 적절하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성과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데 동의했어요.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공개한 <규칙 없음>에서는 피드백이 성과를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해요. 피드백을 협업 방식으로 활용하면 직원들이 더 빨리 배우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말인데요. 그러면서 책에서는 쓴 약을 전달할 적절한 방법을 제시해요. 이른바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지침인데요. 크게 피드백을 줄 때와 받을 때로 나눠 각각 두 가지씩 총 네 가지 지침을 제안해요.
피드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을 받을 때
3. APPRECIATED(감사하라)
4. ACCEPTABLE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아무리 지침이 훌륭해도 삐딱선을 타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죠. 넷플릭스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마찬가지였나봐요. <규칙없음>에서는 그런 부류들을 일컬어 똑똑한 왕재수들이라고 부르는데요. 한마디로 동료나 상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상대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피드백을 악용하는 거죠. 넷플릭스는 똑똑한 왕재수를 거부한다고 해요. 이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팀워크를 저해하고 조직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솔직한 피드백을 강조하는 건 넷플릭스만이 아닙니다. 구글에서도 사실대로 말하는 게 안전하다고 해요(It must be safe to tell the truth). 그게 상처를 줄지라도요. 오히려 듣기 좋은 말이 조직을 망친다는 것이죠.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는 무언가 궤도를 벗어났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사실을 즉시 전달했으면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요.
구글은 직원들의 허심탄회한 속엣말을 듣기 위해 매주 전체 임직원이 참여하는 TGIF를 열고 있어요. 이 회의에서는 CEO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데요. 혹시 너무 솔직하게 말했다가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듣거나 상사에게 찍히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구글에서는 도리(Dory)라는 사전 질문 시스템을 고안했어요. 도리는 회의 전에 직원들이 익명이나 실명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CEO는 자신이 원하는 질문만 골라 답할 수 없게 했고요.
2021년 12월 열린 구글 연말회의에서 순다르 피차이 CEO는 "(도리 시스템의) 질문을 읽고 답하는 임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죠. ”솔직함과 정직함, 겸손함이라는 구글의 미덕을 복원시켜야 할까요, 아니면 관료주의적 길을 걸어야 할까요?”, 라고 묻는 한 직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어요. 덧붙여 순다르 피차이는 신뢰와 솔직함은 양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어느덧 구글이 15만 명이 일하는 대기업으로 변모했지만, 초창기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의 미덕을 지켜나가자는 말이었죠.
이처럼 훌륭한 기업들은 솔직함이 구성원들을 성장시키고 회사를 발전시키는 핵심이라는 걸 간파하고 있어요. 그리고 부정적인 피드백이라도 솔직하게 말하라고 권하고 있죠.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CEO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권할 정도로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에가깝죠. 항상 그렇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라요. 그래도 현실을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둘 사이의 차이를 좁히는 게 올바른 방향인 거 같아요.
*이 글은 아래 책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 규칙 없음/ 리드헤이스팅스와 에린 마이어 저/ 알에이치코리아(202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