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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호 Apr 14. 2022

내 나이가 어때서

출근길 라디오 방송을 자주 듣는다. 보통 그날 기분에 따라 음악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 중에서 고른다. 오늘의 선택은 94.7 MHz  성공 예감 김방희입니다’였다. 회사일에만 매몰되어 살면 세상일에는 어둡기 십상인데, 이런 방송 덕분에 까막눈 신세를 면한다.


오늘은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는 사람마다 세 개의 나이가 있다고. 만 나이, 연 나이, 세는나이.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른바 한국식 나이로 인한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솔직히 대의명분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명분은 정치인들에게나 중요한 문제니까. 해운대 백사장 모래알 같은 보통의 존재에겐 공감되지 않은  투성일 . 그런데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심지어 출근하는 길이었는데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올해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까 두 살 어려진다. 백투더퓨처의 들로리안을 타고 2년 전으로 돌아가는 셈. 당장 두 살 어려지면 삼십대 후반에서 중반으로 내려온다. 이 말을 들은 친구 녀석은 그래도 후반이라고 산통을 깼지만. 어쨌든 내일모레면 마흔이 되는 형편이었는데 여유가 생긴 것이다. 갑자기 마감일이 미뤄진 것처럼.


나는 어제, 그제와 다름없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샘솟았다. 사실 나는 어제만 해도 세상을 다 산 중늙은이 같았다.

‘이 나이에 공부해서 석사, 박사 따도 어디에 써먹겠어?’, ‘회사에서 영어 쓸 일도 별로 없는데 이제 와서 공부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랬던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까짓껏 해봐?’, ‘한 번 해보자’로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고작 숫자 때문에 말이다.


오승근님은 ’내 나이가 어때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나에겐 사랑하기에도 학교 가기에도 지금이 딱 좋은 나이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좋은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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